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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신령한 기운을 영기라고 한다. 사람은 기로 산다. 기가 없으면 죽은 목숨이다. 도시인들은 스트레스에 지쳐 기가 멀리 달아났다. 콘크리트 벽과 아스팔트에 갇혀 기를 받을 곳도 없다. 몸과 마음이 쇠약해졌다면 경남 산청군 동의보감촌의 기체험장을 찾아가보자. 지리산과 황매산 줄기를 흐르는 땅 속의 기가 전신에 충만해짐을 느낄 수 있다. 어리석은 사람도 발을 들이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산이 지리산이다. 영험한 지리산이 품고 있는 고장 중 하나가 산청군이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는 약초가 많이 자란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당연하다. 산청군은 지리산 약초가 주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관광에 접목시켰다. 약초의 주산지답게 지리산 북쪽의 왕산(923m)과 필봉산(848m) 자락에 동의보감촌을 만들었다. 한의학박물관(동의보감관) 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청은 약초의 고장일 뿐만 아니라 명의를 많이 배출한 고장이기도 하다. 우선 단성면 출신의 허영, 허언 형제를 들 수 있다. 형인 초객 허영은 약 처방을 잘했고, 동생 초삼 허언은 침술로 이름을 떨쳤다. 다음으로 거창 출신이나 외가가 있는 산청에서 의술활동을 펼친 어의 유이태가 있다. 그는 《마진편》, 《실험단방》, 《인서문견록》 등의 저술을 남겼다.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의 스승 류의태가 또한 산청군 신안면 출신이다. 동의보감촌에서는 오는 9월 6일부터 10월 20일까지 45일간 ‘2013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개최된다. 이 기간 중 동의보감촌에는 주제관, 약초생태관, 힐링타운, 세계관, 약선음식관, 산업관 등이 들어서서 전 세계인들에게 한의약과 《동의보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게 된다. 이 행사는 올해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 산청군이 준비한다. 산청 기체험장은 동의보감촌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조성되었다. 불로문에서 시작된 단지 내 도로는 박물관을 지나 점점 고도가 높아진다. 차도 옆으로는 펜스가 설치된 산책로가 붙어 있다. 이 길은 동의보감 둘레길이라고 한다. 마침내 팔각정 앞에 당도해서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다보면 2층 구조의 초대형 한옥이 보인다. 전체 약 460㎡에 이르는 이 건물은 2013년 8월 말 완공 예정이다. 다 지어진 뒤에는 기수련, 요가, 명상 등 심신의약체험장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2층짜리 한옥 뒤편의 산비탈에 숨은 거북바위와 석경은 벌써 ‘기를 받기에 좋은 곳’으로 소문나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석축 가운데 세로로 선 거북바위는 ‘귀감석’이라고 한다. 어른 키의 4배나 될 정도로 긴 귀감석 등판에는 거북의 등껍데기처럼 육각형 도형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그 하나하나에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땅의 기운을 전해주는 귀감석에는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좋은 일들이 새겨져 있어 체험객들이 기를 받아가고 소원도 빌 수 있다. 무게가 약 130톤이나 되는 이 바위는 황매산에서 가져온 것이다. 귀감석 바로 위 석경 앞에는 땅의 기운뿐만 아니라 하늘의 기운까지 모인다. 이 돌에 새겨진 글자들 역시 귀감석의 글자들과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산청읍 범학마을에서 캐낸 돌에 글자를 새겨 이곳에 갖다놓았다. 민향식 문화관광해설사는 이 바위를 양손으로 붙잡고 가슴과 머리를 댄 채 심호흡을 한 다음 명상을 하면 땅의 기운이 전신에 스며드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귀감석과 석경 앞에 서기만 해도 땅의 기운이 사람 몸에 전해져서 잃었던 기운이 되살아나는 것 같고 머리가 맑아지는 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귀감석 바로 위에는 누각 안에 초대형 석경이 모셔져 있는데, 이 역시 귀감석과 마찬가지로 기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체험객들은 귀감석에서 한 번, 석경 앞에서 또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 다음 땅의 기운, 즉 지기(地氣)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귀감석과 석경 앞의 지기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이 장소로부터 약 10m 떨어진 곳에 서서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린 다음 주변 사람에게 떼어보도록 한다. 이번에는 귀감석과 석경 앞으로 이동한 다음 같은 동작을 취하고 같은 행위를 시켜본다. 민향식 해설사는 “특별히 의식하거나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떼어내기가 어렵고 쉬운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바로 기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가끔 설명 도중 체험객들에게 기체조 시범을 보인다. 체험객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땅의 기운이 좋은 곳을 명당이라고 한다. 산세가 험한 산청에서 이곳은 지리산 천왕봉(1,915m)의 기운이 황매산(1,108m)으로 전해지는 길목인 왕산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산의 지기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데다 바로 곁에 문필봉이 솟아 있으니 기도처로 각광받는다. 문필봉은 산봉우리 끝이 붓끝처럼 뾰족한 모양새를 말한다. 이런 곳에서는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 산청의 기체험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자연의 기운을 받아 몸이 한층 좋아졌다고, 혹은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건강 증진만이 아니라 좋은 일이 생겼다고 기뻐하기도 한다. 승진, 취업, 합격, 출산 등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들려주는 희소식은 매우 다양하다. 어디 그뿐인가. 깨달음도 얻어갈 수 있다. 흔히 ‘머리를 식힌다’, ‘마음을 비운다’고 하는데 기운이 좋은 장소를 찾아가면 이런 정신적 각성이 쉽게 이뤄진다. 우리의 마음이 맑아지는 상태, 즉 번뇌나 망상이 없어지는 상태를 깨달음이라고 할 때 기체험장에 머물면 그 같은 희열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기가 좋은 곳에 오니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비울 수 있으며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산청군 여행 중에 동의보감촌에서 기체험을 하고자 한다면 20명 이상 단체를 이뤄 산청군청 문화관광과(055-970-6422)에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산청에서 기체험을 즐긴 다음 가볼 만한 여행지로 남사예담촌, 목면시배유지, 남명 조식 유적지, 전 구형왕릉, 생초국제조각공원, 황매산 등을 들 수 있다. 경상도의 전통적 한옥 마을인 남사예담촌은 풍수가들이 명당으로 꼽는 곳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씨고가 앞 골목 중간에는 수령 300년의 회화나무 두 그루가 X자로 자라고 있는데 일명 ‘부부나무’라고 불린다. 이 나무 아래를 지나가면 부부가 백년해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사양정사와 최씨고가가 한옥 숙박체험지로 활용되고 있다. 목면시배유지는 고려 말 삼우당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숨겨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목화를 재배한 곳이다. 그의 숨은 노력 덕분에 조선 땅의 백성들은 목화로 만든 의복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전시관 옆에는 영정을 모신 부민각과 목화밭이 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수행을 했다는 황매산은 봄이면 철쭉 군락이 아름답다. 번잡하지 않게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상법마을을 출발하여 신촌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를 이용한다. 정상에서는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연봉과 덕유산, 가야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1) 경부고속도로 산내분기점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 산청IC → 동의보감촌 2) 남해고속도로 진주분기점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 산청IC → 동의보감촌 * 대중교통 서울 → 산청 : 서울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1일 8회(08:30-23:00) 운행, 3시간 소요 부산 → 산청 :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직행버스 20분 간격 운행, 2시간 30분 소요 진주 → 신청 : 진주시외버스터미널(1688-0841)에서 직행버스 5∼10분 간격 운행, 45분 소요 2.맛집 송림산장 : 오리백숙 / 산청군 산청읍 산수로 316-6 / 055-972-2988 삼거리식당 : 다슬기탕 / 산청군 금서면 친환경로2533번길 5 / 055-973-2663 삼신봉펜션식당 : 오리탕 / 산청군 시천면 삼신봉로 447 / 055-973-7777 3.숙소 1박2일모텔 : 산청군 신안면 산청대로1212번길 45 / 055-973-9986 지리산뷰캐슬펜션 :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대로511번길 11-20 / 055-973-2250 지리산통나무산장 :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대로511번길 11-36 / 055-973-0666 -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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