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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꽁꽁 얼었던 주머니 사정이 봄눈 녹듯 풀리기를 바라며 찾아가고 싶은 밥집이 있다. 주인공인 메인 요리보다 빛나는 조연 메뉴로 서비스 팍팍 안겨주는 인심 좋은 식당들이다. 피맛골의 그리움을 달래주는 종로3가 보쌈골목의 향긋한 굴보쌈에는 칼칼한 오징어볶음과 감자탕이 서비스로 나오고, 시청 앞 족발집은 즉석에서 끓여 먹는 떡만둣국 서비스가 족발 맛을 한층 살려준다. 남대문시장 칼국수 골목에서 구수한 찰밥 한 그릇을 시키면 따끈한 칼국수와 상큼한 냉면 맛보기가 세트로 딸려와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온다. 남대문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만큼 들어가는 입구도 여러 곳이다. 그중에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는 남대문시장의 소문난 식당들을 만나는 시작점이다. 남대문시장 입구부터 큰길 따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골목에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70년 전통의 꼬리곰탕을 끓여내는 은호식당, 1962년부터 닭곰탕으로 사랑받아온 강원집,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골목을 소문낸 50년 전통의 희락 외에도 왕족발과 손왕만두, 야채호떡 등 줄을 서서 맛보는 먹거리와 주전부리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회현역 5번 출구 앞에는 1년 내내 인심 좋은 칼국수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칼국수 골목이 있다. 허름한 비닐문을 열고 들어서면 양쪽으로 10여 개가 넘는 작은 칼국수집들이 구수한 멸치국물 냄새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십 개의 냄비에서 치열하게 끓는 칼국수는 고단한 일상에 뭉쳐 있던 긴장을 말랑하게 풀어내는 힘이 있다. 착한 가격의 찰밥 혹은 칼국수 한 그릇과 무한 리필 서비스의 미덕을 만나는 순간이다. 찰밥을 시키면 냉면에 칼국수까지 맛볼 수 있다고 입구부터 열띤 호객 행위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꿋꿋이 직진하다 보면 남해식당 간판이 보인다. 북새통을 이루는 칼국수 골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세 자매의 남해식당은 25년 세월을 지나오며 가장 긴 테이블을 확보한 곳이다. 반갑게 맞는 손님의 반은 10년이 넘어가는 단골들이다. 빽빽하게 놓인 앉은뱅이 의자에 10명도 앉고 20명도 앉는다. 인심 좋은 가게에선 손님들의 인심도 덩달아 넉넉해지는 걸까. 어깨가 부딪칠 만큼 좁은 자리에 끼어 앉아 찰밥 한 그릇을 시키면 나물반찬과 된장국에 칼국수와 냉면 맛보기가 줄줄이 나오니 불평할 틈도 없다. 칼국수 전문점답게 수십 번 치대서 반죽한다는 칼국수 면발은 손으로 투박하게 썰어내 모양도 들쭉날쭉 두툼했다가 얇았다 제멋대로여도 쫀득하게 씹히는 맛은 일품이다. 진한 멸치육수에 고소한 유부를 듬뿍 올리고 매콤하고 개운한 양념을 곁들인다. 후루룩 몇 번이면 포만감이 밀려온다. 좁은 골목에 병풍을 두르듯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여유로운 식사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적이는 시장통에서 터프한 상차림을 맞을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찰밥과 칼국수, 냉면을 한 방에 맛볼 수 있다. 양이 많아 반쯤 남긴 찰밥도 포장해준다. 찰밥 6,000원, 칼국수‧냉면‧보리밥 5,000원씩. 영업시간 오전 6시~오후 9시, 명절 휴무 시청 앞 사거리는 온종일 직장인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한 곳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시청역 8번 출구 좁은 골목길에 기다란 줄이 생기기 시작한다. 네티즌과 미식가들이 서울 3대 족발로 뽑은 ‘만족’으로 들어가려는 손님들의 행렬이다. 오후 6시가 지나면 식당 문 앞에 있는 대기표 기계에서 번호표 나오는 소리가 부산하다. 맛집을 찾는 이들에게 긴 줄은 음식에 대한 설렘을 다독거리는 워밍업의 공간이다. 타인의 주관적인 입맛과 선입견을 훌훌 털어버리고 적당하게 빈속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에는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만족’은 과거 중식당을 운영했던 주인장의 손맛이 족발을 만나 오향족발이라는 메뉴를 만들어냈다. 족발에 팔각, 산초, 계피, 오향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어 고기의 누린내를 잡고 오향족발의 독특한 맛을 살려냈다. 족발을 시키면 만둣국 냄비가 먼저 자리를 잡는다. 볶음밥에 곁들여져 나오는 계란탕이 오버랩되는 비주얼이다. 전골냄비에는 쫄깃한 떡국 떡과 중국식 물만두가 동동 떠 있다. 만둣국에 들어가는 만두는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주문 제작하는 거라 맛이 깔끔하고 부드럽다. 족발이 나오기 전 훌훌 떠먹는 만둣국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족발에 곁들이는 서비스 메뉴라고 부르기에 살짝 아까울 정도다. 묵직한 방짜유기에 먹음직스러운 족발이 담겨 나오면 만둣국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만족’의 밥상에는 새우젓과 쌈채소와 김치가 없다. 대신 채소와 무생채, 마늘소스가 나온다. 새콤달콤하고 알싸한 맛의 마늘소스는 양배추 채를 적셔 족발에 올려 먹는 특제 소스다. 은근히 단맛이 강한 족발이라 알싸하게 매운 마늘소스와 잘 어울리지만, 보글보글 끓인 만둣국과 함께 먹으면 맛이 더 그럴듯하다. 탱글탱글 콜라겐 덩어리인 족발의 느끼함이 따끈하고 시원한 국물에 말끔하게 내려간다. 부드러운 만두와 쫄깃하게 씹히는 떡국은 한끼 요기로 충분하다. 족발에는 매콤한 막국수보다 따끈한 떡만둣국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말에는 7시면 족발이 떨어지기 일쑤고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하니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평일 오전 11시 반부터 2시까지는 식사 메뉴만 가능하고 족발은 오후부터 판매한다. 족발(중) 2만 9,000원. 족발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은 평일 오후 3시~오후 10시(주말은 오후 2시부터). 명절 휴무 인사동과 종로 사이 피맛골이라 불리는 뒷골목은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피맛골이란 이름은 말을 피해 다닌다는 피마동(避馬洞)에서 유래했다. 옛날 양반들의 행차가 빈번했던 큰길을 피해 한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에 형성되었다. 종각역 뒷골목에서 인사동, 종로 귀금속상가 골목으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도시 계획에 따라 낡은 골목과 오래된 건물이 헐리고 현대식 빌딩 안에 피맛골의 터줏대감인 76년 전통의 청진동해장국, 60년 전통의 녹두빈대떡으로 알려진 청일집, 냉메밀로 유명한 메밀국수집 미진 등이 들어섰다. 종각 부근의 피맛골은 고층 빌딩 속으로 사라졌고, 그나마 먹자골목의 흔적이 남아 있는 종로3가의 귀금속상가 뒷골목이 피맛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종로3가역 15번 출구로 나가면 약국과 귀금속상가 사이로 좁다란 골목길이 보인다. 그냥 스쳐가기 쉬운 골목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리다 보면 골목과 골목 사이에 10여 개가 넘는 보쌈집 간판이 보인다. 싱싱한 굴과 푸짐한 수육을 맛볼 수 있는 보쌈 골목이다. 문 앞에는 고기를 삶느라 뚜껑이 들썩거리는 큰 냄비가 3개씩 놓여 있다. 이 골목의 삼해집과 전주집, 장군보쌈은 모두 보쌈에 감자탕을 서비스로 내는데, 그중 장군보쌈엔 서비스 메뉴가 한 가지 더 있다. 연탄불에 지글지글 볶아내 알싸한 불향이 매력적인 오징어볶음이다. 요리사였던 주인장의 손맛으로 탄생한 이 집만의 특별 서비스 메뉴다. 보쌈이 준비되는 동안 불 위에 감자탕 냄비가 올라간다. 보글보글 감자탕이 끓기 시작하면 통영에서 매일 공수한다는 굴과 함께 보쌈이 나온다. 매일 담그는 보쌈김치에 구수하게 삶아낸 수육을 얹어 먹다 보면, 장군보쌈의 히든카드인 오징어볶음이 등장한다. 보쌈보다 매콤하고 개운한 오징어볶음에 반해서 온다는 손님이 있을 만큼 각별한 사랑을 받는 서비스 메뉴다. 구수한 수육에 맛깔스러운 보쌈김치, 진한 국물의 감자탕, 칼칼한 오징어볶음 삼총사라면 밥과 함께 먹어도 푸짐하고 주당들의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주중에는 주로 직장인들이 한잔하러 오고,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보쌈과 오징어볶음을 맛보러 모여든다. 한때 주말 저녁이면 손님들이 세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맛과 인심을 두루 갖춘 박리다매이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큰 서비스 메뉴가 가능하다. 굴보쌈(소) 2만 3,000원, 오징어볶음 추가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다음날 오전 2시, 연중무휴 1.찾아가는길 남해식당 :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로 나가 오른쪽 대로변 맞은편 칼국수 골목에 위치 만족 : 2호선 시청역 8번 출구에서 뒤쪽으로 직진, 올리브영 골목 안으로 다시 50m 직진 장군보쌈 : 1호선 종로3가역 15번 출구로 나가 약국과 종로귀금속상가 골목 안 보쌈 골목에 위치 2.주변 음식점 남해식당 : 중구 남대문시장4길 21 / 02-319-7245 만족 : 중구 서소문로 134-6 / 02-753-4755 장군보쌈 : 종로구 수표로20길 22 / 02-2274-9548 3.숙소 효선당 : 종로구 율곡로 49-14 / 02-725-7979 http://www.hyosundang.com/ 저스트 스테이 : 중구 을지로40길 3 / 02-2271-2287 호텔세종인 : 중구 수표로 3-8 / 02-2267-2655 http://www.sejonginn.co.kr/index.php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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