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해안선이다. 지도를 옆에 두고도 좀처럼 따라 그리기 어려울 정도다. 충남 태안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일대는 하천 침식으로 형성된 골짜기가 지반 침강으로 침수가 되어 만들어진 리아스식 해안이다. 바다에 접한 기기묘묘한 선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꺾이고 구불거리기를 멈추지 않는 태안의 해안선은 보물 같은 풍경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을 안고 떠난 여행에서 산책길, 수목원, 해수욕장과 문화유산 등 태안군이 고이 품은 절경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받아들었다. 여름의 끝자락. 바다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밀물처럼 몰려갔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서해의 얼굴을 가까이 보고 싶어 첫 일정을 바닷길 트레킹으로 정했다. 태안군에는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을 수 있는 솔향기길과 해변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중 솔향기길은 전체 5개 코스다. 오늘 걸으려는 길은 10.2km 거리의 1코스. 모두 걷는 데 약 3시간 30분 걸린다. 시작은 만대항이다. ‘가다가다 만데…’라고 해서 이렇게 지었다. 이름값이라도 하듯 만대항은 태안군 북쪽 끝에 있다. 작은 항구지만 식당, 매점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춰놓았다. 솔향기길은 산길과 바닷길의 연속이다. 경사가 가파른 길에서는 바짝 긴장하다가도 소나무 우거진 숲길로 들어서자 마음이 탁 놓였다. 1코스에는 사연을 담아 이름을 지은 볼거리가 많다. 보는 장소에 따라 하나에서 세 개까지 달리 보이는 삼형제바위, 조상들이 주변 바다에 있는 섬들의 이름을 짓고 한 곳만 남아 ‘남을 여(餘)’ 자를 쓴 여섬,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서린 용난굴 등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다. 도착점인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은 뽕나뭇과에 속한 꾸지나무 군락지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아담한 백사장이 평화롭고 조용하다. 해변가 뒤에 자리한 소나무 숲에서 땀을 식혔다. 솔향기길이 만들어진 이야기가 인상 깊다. 2007년 해상크레인과 유조선이 충돌해 1만2547㎘의 기름이 바다로 쏟아져 나왔다. 사고가 알려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왔다. 태안에서 태어난 차윤천 씨도 그중 한 명. 그는 자신의 고향 바다를 위해 애쓰는 봉사자들의 안전을 위해 산길에 직접 줄을 연결하고 땅을 골랐다. 이렇게 만들어진 길이 바로 솔향기길이다. 지금도 태안군 주민들은 그때 얘기를 하면 봉사자들의 도움을 고마워한다. 인간이 저지른 사고를 꿋꿋이 이겨낸 바다가 새삼 기특해 보였다. - 주소 :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내리 만대항(솔향기길 1코스 시작점),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내리 꾸지나무골해수욕장(솔향기길 1코스 도착점) - 문의 : 041-670-2772(태안군 관광마케팅팀) - 이용시간 : 상시 - 웹사이트 : http://www.taean.go.kr/tour/sub03_01_01_01.do 천리포수목원은 식물의 안식처다. 이곳에서라면 함부로 뽑히거나 꺾일 염려 없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만난 직원이 노을쉼터에서 서해전망대로 이어지는 나무 데크가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천천히 걸으며 천리포수목원이 소유한 낭새섬(닭섬)을 배경으로 서해를 감상할 수 있는 산책 코스다. 시간을 맞추면 섬과 부둣가 사이로 떨어지는 해가 짙은 노을을 뿌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에서 관람 가능한 공간은 밀러가든이다. 1만6000여 종 이상이 사는 식물의 천국이다. 밀러가든은 동백나무원, 겨울정원, 노루오줌원 등 24개 정원으로 이뤄진다. 정원들은 다시 솔바람길, 오릿길, 민병갈의 길, 꽃샘길, 수풀길, 소릿길 등 6개 길로 구분하거나 이어놓았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군 장교로 한국에 파견된 칼 페리스 밀러가 설립했다. 밀러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자신의 이름을 민병갈이라 새로 짓고 세상을 뜰 때까지 식물 종자 수집과 연구에 힘썼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폐장 후 사람들이 떠난 수목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축복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 주소 :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 - 문의 : 041-672-9982 - 이용시간 : 09:00~18:00(4월~10월), 09:00~17:00(11월~3월) - 휴무 : 연중무휴 - 이용요금 : 성인 9000원, 청소년 6000원(4월~11월), 성인 6000원, 청소년 5000원(12월~3월) - 웹사이트 : http://www.chollipo.org 태안에 있는 해수욕장 중 맏형쯤 되는 곳은 단연코 만리포해수욕장이다. 다른 해수욕장들을 동생으로 둘 만큼 해변의 넓이와 풍광의 아름다움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대천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과 더불어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불린다. 서해 쪽으로 방향을 잡고 32번 국도를 달리다 길이 끝날 때쯤 만리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높이만 13m에 달하는 사각의 워터 스크린이 여행자를 반긴다. 중앙 부분에 물을 떨어뜨려 스크린을 만들고 LED 조명을 비춰 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보여주는 대형 조형물이다. 원래도 예쁘다고 소문난 만리포해수욕장의 밤 풍경이 워터 스크린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늦더위를 견디지 못한 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몸을 던진다. 만리포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와 얕은 수심으로 특히 유명하다. 아이와 함께 바다 수영을 즐기기에도 안전해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숙박시설과 식당도 충분하다. 수영을 즐기기 부담스러운 계절에는 방파제나 소나무 숲으로 산책을 다녀와도 좋다. - 주소 :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2길 138 - 문의 : 041-672-9662(만리포관광협회) - 이용시간 : 상시 - 웹사이트 : http://www.imalripo.com 한 명도 아닌 세 명의 백제 미소를 만날 수 있다. 태안군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꼽는데 이견이 없을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이야기다. 국보 제307호로 지정 받은 사실이 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입증한다.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을 보기 위해서는 태을암이라는 암자를 지나야 한다. 백화산 중턱에 있는 태을암 앞에서는 날씨 맑은 날 멀리 서해까지 보인다. 태을암 대웅전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을 모신 보호각이 보였다. 마애불은 바위나 동굴 벽에 새긴 불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등에서 발견된다. 대개의 마애불은 크게 조각한 불상을 중앙에 배치하고 양쪽에 보살상을 둔다. 이와 달리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은 가운데 보살상을 두고 양옆에 불상을 새겼다. 중앙에 선 보살상이 옆에 있는 불상보다 키가 작은 점도 매우 특이하다. - 주소 :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원이로 78-132 - 문의 : 041-672-1440(태을암) - 이용시간 : 상시 태안군에 길이만 3.4km. 최대 폭이 1.3km에 달하는 모래 언덕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431호 태안신두리해안사구다. 해안사구란 오랜 시간 바람이 해안의 모래를 운반해 만든 언덕을 말한다. 동식물들의 서식처를 제공하거나 지하수를 저장하는 구실을 한다. 바다와 내륙 중간에 자리해 해안선도 보호한다. 태안신두리해안사구 앞에 자리한 신두리사구센터는 사구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바람언덕, 모래언덕, 신두언덕 등의 주제로 나뉜 전시실과 손으로 만지며 놀 수 있는 모래놀이체험장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태안신두리해안사구에는 순비기언덕, 엽낭게달랑게, 작은별똥재, 해당화동산, 억새골, 곰솔생태숲, 고라니동산, 초종용군락지, 모래언덕 등을 연결해 탐방로를 만들어두었다. 신두리사구센터에서 받은 안내 지도를 보면서 나무 데크를 따라 모래언덕이라고 쓰인 곳까지 올랐다. 넓게 펼쳐진 해안사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다. 사구라고는 하지만 모래만 쌓여 있지는 않았다. 식물들이 모래언덕 군데군데에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었다. 때마침 부는 잔바람에 이파리가 흔들리고 모래가 날렸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 불시착하면 이런 풍경의 행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태안신두리해안사구는 1만5000년에 걸쳐 오늘날의 모습으로 형성되었다. 감히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긴 시간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 주소 :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신두해변길 201-54 - 문의 : 041-672-0499(신두리사구센터) - 태안신두리해안사구 및 신두리사구센터 이용시간 : 09:00~18:00(3월~10월), 09:00~17:00(11월~2월) - 태안신두리해안사구 및 신두리사구센터 휴무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 이용요금 : 무료 - 웹사이트 : http://sinduri.x-y.net/sinduri/index.php 글, 사진 : 이시우(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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