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유명한 한옥마을이나 전통마을이 많다. 그중 안동 하회마을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원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데다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곳은 드물다. 원형이 보존되어 있으나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아 생명력이 없거나,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편의성 때문에 원형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게 현실이다. 안동 하회마을이 유행처럼 반짝이는 ‘베스트셀러’ 여행지가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 여행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잘 유지했기 때문이다. 글 김수진 , 사진 김수진, 김숙현 안동 하회마을은 1984년 마을 전체가 국가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리고 2011년에는 문화관광시설 부문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다. 1999년 4월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방문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회마을이 이런 화려한 타이틀을 얻고 사람들의 발길을 꾸준히 사로잡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통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사·문화적 가치와 수려한 자연 경관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964년 국보로 지정된 하회탈과 1980년 중요무형문화재로 등록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하회마을의 중요한 역사․문화 콘텐츠다. 하회마을 입구에는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관과 하회세계탈박물관이 자리한다. 하회탈과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접해봐야 하회마을 여행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하회마을에서 12세기 중엽부터 마을의 평안과 풍농을 기원하며 지내던 마을 굿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풍자와 해학을 통해 양반과 선비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파계승을 통해 불교의 타락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관에서는 연중 상설 공연이 열린다. 양반탈, 각시탈, 이매탈, 할미탈 등 익살스런 탈을 쓰고 느릿느릿 춤사위를 펼치면 남녀노소 모두 흥에 젖어든다. 공연은 매주 수, 금, 토, 일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단, 1~2월은 주말만 관람 가능하다. 하회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하회마을 입구에 자리한 하회세계탈박물관을 방문해보자. 하회별신굿탈놀이에 등장하는 탈은 물론, 국내외에서 수집한 여러 가지 탈을 만나볼 수 있다. 탈을 단순히 조형 미술품이 아닌 각 민족의 얼과 문화가 담긴 역사 유물로서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하회마을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후손인 평산 류씨 집성촌이다. 류씨 이전에는 허씨와 안씨가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류씨 배판’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하회탈의 제작자가 허도령이라는 전설 역시 하회마을의 시초에 허씨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하회마을은 고건축물 박물관이자 야외 역사박물관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마을 전체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보물로 지정된 류성룡 선생의 유물과 고가(양진당과 충효당) 외에도 중요민속자료로 등록된 가옥이 많다. 류성룡 선생의 종택인 충효당과 선생이 조정에서 물러나 있던 당시 머물렀고 은퇴 후 정양했던 원지정사를 돌아본 뒤 선생의 유물이 전시된 영모각도 방문해보자. 류성룡 선생과 하회마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다. 위풍당당한 모습의 풍산 류씨 대종가인 양진당과 하회마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화경당, 초가집과 기와집으로 이뤄진 하동고택, 부용대와 겸암정사가 바로 내다보이는 빈연정사 등 찬찬히 돌아볼 곳들이 많다. 단, 사람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곳이 많으므로 안채 방문은 삼가도록 한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하회마을에서 진행하는 전통 고택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세시풍속, 전통생활문화, 내림음식문화 전승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설,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에는 그에 맞는 세시풍속이 진행되고, 주말에는 다듬이질, 물동이지기, 절구질, 맷돌질 등 전통 생활문화를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회마을이 매력적인 이유는 역사․문화적 가치도 크지만 동시에 훌륭한 자연 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물이 돈다’는 뜻의 ‘하회(河回)’라는 이름처럼 낙동강이 크게 ‘S’자를 그리며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을 한쪽으로 태백산맥에서 뻗어 나온 화산(271m)이 위치해 마을에 들어서면 섬 같은 느낌도 든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외부의 침입 없이 옛 가옥의 모습을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낙동강이 감싸고 흐르는 하회마을의 모습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부용대로 올라가자. 나루터에서 배를 타면 금세 건너편에 다다른다. 부용대에 오르면 고풍스러운 기와집과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하회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배가 다니지 않을 때에는 차로도 부용대에 오를 수 있으나 시간이 더 걸린다. 하회마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자연 풍광은 바로 만송정 숲이다. 넓은 모래 퇴적층에 자리한 소나무 숲으로 200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형 겸암 류운룡이 부용대의 거친 기운을 잡고 마을 북서쪽의 허한 기운을 채우기 위해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 하여 ‘만송정(萬松亭)’이라 불린다. 낙동강과 부용대의 경치를 감상하며 솔숲에서 쉬어가노라면 하회마을을 지켜온 선조들의 지혜와 유유자적한 삶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 주소 -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종가길 40 ✔ 문의 - 054-853-0109, 853-0103 / www.hahoe.or.kr ✔ 식당 - 하회마을한우 : 된장한우전골 /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72 / 1577-5007 - 담소채 : 잉어찜, 매운탕 / 안동시 마들6길 3 / 054-823-2588 - 맘모스제과 : 유자파운드, 크림치즈빵 / 안동시 문화광장길 34 / 054-857-6000 / http://korean.visitkorea.or.kr ✔ 숙소 - 감나무집 : 안동시 풍천면 하회종가길 35-29 / 054-853-2975 - 의석재 : 안동시 풍천면 하회남촌길 38 / 054-853-1511 - 옥연정사 : 안동시 풍천면 광덕솔밭길 86 / 054-854-2202 / http://korean.visitkorea.or.kr ✔ 여행 팁 하회마을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개인차가 있지만 마을을 둘러보려면 3시간가량 소요된다. 주말 오후 2시에 열리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보려면 1시간을 추가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