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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정중앙에 자리한 강원도 양구군에 시와 철학의 공간이 생겨났다. 지난 12월 1일 양구읍 동수리 파로호 호반 평지에 '이해인 시문학의 공간,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약칭 이해인 시문학관)이 들어섰다. 인근에는 20세기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박수근미술관이 있다. 1945년, 양구읍 동수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는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발표한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냈다. 그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시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맑은 영혼을 불어넣었다. 최근에 발표한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암 투병을 하는 동안 써내려간 산문집이다.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이해인 시문학관은 1층에 이해인 수녀의 시와 삶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에는 안병욱·김형석 철학의 집이 들어섰다. 인근의 양구읍 정림리에 박수근미술관이 있어서 양구읍은 이제 미술과 문학, 철학을 아우르는 예술마을로 한층 풍성해진 느낌을 준다.이해인 수녀는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이라고 김동수 학예사는 설명한다. 전시관 벽마다 이해인 수녀의 시가 씌어 있다. 한 편 한 편,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1994년 인도 방문 당시 마더 테레사 수녀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한 장이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따뜻한 인간미에 바깥 추위도 까맣게 잊게 된다. 어린 시절 이해인에게 시는 꿈을 꾸게 만드는 하나의 놀이요 노래였다. 한국전쟁 동안 그는 가난하고 우울한 시절을 언니 오빠가 읽어주는 시로 달랬다. 김소월과 한용운, 윤동주의 시어들과 접하면서 우리 언어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됐다. 매일같이 시와 함께 호흡하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 시 창작은 '또 다른 수도의 길'이었다. 독자들은 이해인 수녀의 시가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그러한 정서를 전달하기까지 그는 문장력이 녹슬지 않도록 매일 꾸준히 습작을 하고, 자신의 글과 삶이 일치하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한 노력이 뒷받침되어 그는 시인으로서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해인 수녀는 내 시가 민들레 솜털처럼 미지의 독자들에게 날아가 위로와 희망이 되어줌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보람 있고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전시실에는 영상으로 이해인 수녀의 시를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시를 접하면 마음이 한없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감상실 옆에는 법정 스님을 비롯해 박완서, 박두진, 조병화 등 이 시대 최고의 문인들, 종교계 인사들과 주고받은 편지가 전시돼 있어 시인의 인간미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이 사용했던 몽당연필과 육필 원고, 낡은 필통 등이 창작 뒤에 숨은 인간적 고통을 느끼게 해준다. 이해인 수녀의 전시실을 나오면서 <새해를 맞이하며>라는 시를 몰래 가슴에 담아온다. 산천에 내 마음에 희게 희게 쌓이렴 / 허물을 덮어주는 사랑이 되렴 / 이유를 묻지 말고 그냥그냥 내리는 환한 축복이 되렴 / 아이가 되어 / 눈밭을 뒹굴고 싶은 내 마음에도 / 하얀 레이스를 달아주렴 / 모든 것을 용서하는 사람이 되렴 이해인 시문학관 2층에 자리한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은 철학자 김형석과 안병욱의 지성과 감성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왜 양구 땅에 두 철학자를 기리는 공간이 들어섰을까. 두 사람 다 이북이 고향인데 양구에서 북녘이 바로 지척이라 그렇게 됐다고 학예사는 설명한다. 안병욱과 김형석은 1920년 평안남도 출생이다. 젊은 시절부터 90세가 넘은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을 나눠오는 사이로 익히 알려져 있다.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수의 철학서를 펴내고 제자들을 양성한 김형석 교수는 우리들에게 참다운 철학의 길을 열어준 철학자로 통한다. 에세이집 《김형석 전집》(전10권), 《오늘을 사는 지혜》, 《철학 입문》 등을 펴낸 그는 90을 넘기면서 얻은 교훈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인생의 길이다. 나보다 더 고귀한 것을 사랑했기에 내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형석 교수가 집필한 수많은 철학서를 통해 그가 우리의 정신세계를 일깨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김 교수는 요즘 세대에게 바라는 글에서 꿈이 없는 20대는 죽은 인생이다. 이상이 없는 40대는 방황하는 사람이다. 젊은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철학자 안병욱의 인생과 철학을 재조명하는 공간도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한다. 안병욱은 1956년부터 10년간 《사상계》 편집위원과 주간을 맡으며 비판적이고 참여적인 언론 활동을 했다. 1963년부터는 흥사단 아카데미를 창설하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사상을 알리는 계몽 활동을 펼쳤다. 전시실에는 동양의 고전 철학을 담은 《철학의 즐거움》을 비롯해 수십 권의 저서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과 그가 남긴 어록들을 둘러보면 평생 우리에게 철학을 전파하고자 노력했던 그의 향기로운 삶이 느껴진다.안병욱의 인생관인 생즉도(生卽道), 생즉학(生卽學), 생즉수(生卽修), 생즉동(生卽動)이란 말에도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산다는 것은 자기 길을 가는 것이요, 죽는 날까지 배우는 일이요, 자기의 재능과 인격을 갈고 닦는 것, 가치 창조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뜻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는 또 인생이 운명과 자유의 조우라고 역설한다. 운명과 자유가 서로 만나서 다양한 드라마를 전개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뜻이다. 그에게 자유란 무엇일까? 자유란 칼과 같다. 칼을 잘 쓸 줄 알아야 손을 베지 않는 것처럼 자유도 도덕과 양심, 정의가 있는 자유를 잘 구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의 집에는 김형석, 안병욱 두 철학자의 서재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김형석 교수의 서재는 창밖으로 파로호 상류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안병욱 교수의 서재에는 '혼', '청정심'같이 명상을 유도하는 글귀가 새겨진 목각이 있다. 전시실 곳곳을 장식한 명언과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 어록들이 향기로운 공명을 일으켜 관람하는 동안 수시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해인 수녀의 문학세계와 한국 철학계 두 거두의 삶을 만나본 다음 찾아가는 곳은 박수근미술관 ( www.parksookeun.or.kr )이다. 화가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화강암 질감을 모티브로 한 나선형 건물로 외관이 독특하다. 미술관 정원에는 사명산 자락 아래 차분하게 앉아 있는 박수근 화가의 동상이 놓여 있고, 오른편 개울에는 그의 작품 <빨래터>를 연상시키는 빨래터가 재현돼 있다. 개울 뒤로는 자작나무 숲이 무성하다. 20세기의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추앙받는 박수근 화백. 그는 서민의 삶을 소재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드러내는 데 일생을 바친 화가, 우리 민족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화가로 추앙받는다. 화가의 유품, 가족들과 찍은 사진,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들로 구성된 상설전시실을 둘러보면 양구란 곳이 군인들만 많은 고장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시장을 나와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탁 트인 건물 옥상이 나온다. 해안분지를 거쳐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시원하기만 하다. 미술관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뮤지엄 숍을 들른다. 나무와 두 여인, 빨래터, 소, 젖먹이는 아내, 절구질하는 여인 등의 그림을 담은 액자와 앉아 있는 두 남자, 춘일, 모란 등의 그림이 그려진 명함집, 그밖에 열쇠고리, 손수건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박 화백의 숨결이 전해지는 소품들이다. 박수근미술관 -주소 : 강원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문의 : 033-480-2655 -이용시간 : 09:00~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명절당일 오전 http://www.parksookeun.or.kr/ 양구인문학박물관 -주소 : 강원 양구군 양구읍 파로호로 869번길 101 -문의 : 033-482-9800 -이용시간 : 09:00~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명절당일 오전 http://www.ymunhak.or.kr/ 주변 음식점 -석장골 : 오골계구이 / 강원 양구군 양구읍 양록길23번길 16-7 / 033-482-0801 -밤나무집 : 회, 매운탕 / 강원 양구군 양구읍 소양석현길 31 / 033-481-5559 -양구재래식손두부 : 두부전골 / 강원 양구군 양구읍 학안로 6 / 033-482-4475 -광치막국수 : 막국수 / 강원 양구군 남면 가오작리 1051-1 / 033-481-4095 -도촌막국수 : 막국수 / 강원 양구군 남면 국토정중앙로 6 / 033-481-4627 숙소 -베니키아KCP호텔 : 강원 양구군 양구읍 파롷로 993-19 / 033-482-7700 http://www.yanggukcphotel.com/hotelkcp/index.php -궁전여관 : 강원 양구군 남면 삼팔선로 2 / 033-481-3980 -새서울여관 : 강원 양구군 동면 덕곡리 64 / 033-481-7162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2년 1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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