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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왔다! 겨울 한 철 맛볼 수 있는 통영의 겨울 별미 물메기탕 얘기다. 사람들은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이 너나 할 것 없이 물메기탕을 주문한다. 씹을 것도 없이 한 입에 후루룩 넘어가는 시원하고 개운한 맛. “물메기야, 너는 어찌하여 겨울에만 잡히는 것이냐!” 물메기를 맛보러 불원천리 새벽길을 달려 이른 아침 서호시장에 닿았다. 하필이면 한 달에 두 번 경매가 없는 날이다. 하긴, 아직은 철이 일러 물메기가 많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경매가 열리는 날에도 물메기 경매는 볼 수 없을 터였다. 경매는 보통 새벽 4시에 시작해 물량에 따라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 정도 이어진다. 장소는 서호시장 옆에 있는 통영수협 도천위판장이다. 독특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경매 시간에 맞춰 찾아가 보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단, 둘째·넷째 일요일엔 경매가 없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이제 막 해가 뜨려는 즈음인데 벌써부터 서호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싱싱한 생물을 사려는 이들로 시장은 북새통이다. 이처럼 재래시장에 나와 보면 부지런한 서민들의 생생한 삶이 보이고, 덩달아 힘이 솟는 듯해 기분이 좋아진다. 철이 이르다고는 하지만 서호시장에서 물메기는 이미 주인공이다. 갓 잡아 손질을 깨끗이 해둔 놈부터 물속에서 기운차게 퍼덕거리는 놈까지 물메기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큰 놈은 한 마리에 1만~2만 원, 씨알이 작은 것은 두 마리에 1만 원 정도. 물메기를 처음 보는 객지인의 눈에는 지금도 꽤나 큰 물고기로 생각되지만, 그보다 더 굵어야 제 맛이라는 게 상인의 설명이다. 물메기는 팔꿈치에서 손끝까지의 길이에 몸통은 팔뚝보다 더 굵다. 미끌미끌한 피부에 생긴 것은 민물메기를 닮았다. 그래서 물메기라 부른다. 정확한 명칭은 꼼치가 맞다. 참으로 못생긴 얼굴에 흐물흐물한 살점, 예전에는 그물에 걸리는 족족 쓸모없는 고기라 해서 바다에 던졌다고. 그러다 물메기 맛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겨울철에 가장 사랑받는 물고기로 등극했다. 물메기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통영 앞바다의 추도를 꼽는다. 겨울이면 섬 전체를 뒤덮을 듯이 빼곡하게 물메기 말리는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물메기를 보겠다고 굳이 하루 두 번 여객선이 운항하는 추도까지 들어갈 수는 없는 일.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에서 보는 물메기만으로도 눈요기는 충분하다. 게다가 물메기 맛집들은 어차피 통영 시내에 있으니 추도행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새벽이나 아침엔 서호시장, 오후나 저녁에는 중앙시장으로 가면 물메기를 비롯해 통영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들을 만날 수 있다. 서호시장에는 복국 전문점들이 즐비하다. 이 집들이 겨울이면 모두 물메기탕을 취급한다. 맛집으로 이름난 복국집 ‘분소식당’은 시장통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뒷문은 시장통으로, 앞문은 여객터미널로 향해 있다는 게 특이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로 가득하다. 때마침 단체 예약까지 있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입구에서 물메기 손질하는 것을 구경한다. 기호에 따라 껍질을 벗기기도 하는데 식당에서는 껍질째 손질하고 있었다. 내장을 꺼내고, 지느러미를 떼고, 꼬리를 자르고, 토막을 내고, 큰 토막에 칼집을 넣고…. 머리도 떼나 싶었더니 반 갈라 그대로 쓴단다. 그렇게 10여 마리의 물메기를 손질하는 것을 구경한 다음에야 테이블에 앉았다. 주문은 당연히 물메기탕으로. 다른 테이블도 지켜보니 절반 이상이 물메기다. 나머지는 복국, 드물게 매운탕이 나간다. 기다리던 물메기탕이 나왔다. 깔끔하게 맑은 탕으로 끓여낸 다음 상에 내기 직전 고춧가루를 한 술 올린다.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고 내는 식당도 많다. 고춧가루를 섞지 않고 먼저 국물을 맛본다. 개운하면서도 몸 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시원한 맛이다. 고춧가루를 섞으니 칼칼한 뒷맛이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큼지막한 토막 두세 개가 들어갔는데 숟가락으로 휘저으니 손바닥에 올린 눈이 녹아내리듯 살점이 마구 흐트러진다. 입에 넣으면 씹을 것도 없이 바로 후루룩 넘어간다. 뼈를 골라내고 그릇째 마셔도 좋을 기세다. 먹을수록 입에 착착 감긴다. 남은 밥을 말아 먹으니 그 또한 별미다. 물메기탕 한 그릇으로 속이 뜨끈하고 든든해졌다. 겨울이면 하루 한 끼는 물메기탕으로 먹는다는 이유를 알겠다. 맛있고 인기 있는 음식이라면 사계절 판매하는 것이 상식인데 통영에선 겨울에만 물메기를 먹는다. 얼렸다가 끓여도 되겠다 싶지만 생물로만 먹는 것은 역시 싱싱한 제철 음식에 대한 고집 때문일 것이다. 유독 통영에는 계절 음식이 많다. 봄에는 도다리쑥국, 여름에는 갈치호박국, 겨울엔 물메기탕. 그 맛을 보려면 시기를 맞춰 찾아가야 한다. 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계절 별미. 그래서 더 애타고,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서호시장에서 든든한 아침밥을 먹고 나와 해저터널까지 걸어간다. 통영항의 아침 햇살이 바다 위로 부서진다. 운하 위로 배가 지날 때마다 물살이 고기처럼 펄떡거린다. 얼마 걷지 않아 해저터널 입구에 닿았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에 만든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로 통영 시내와 미륵도를 이어준다. 입구에 늘어선 목조 기둥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차량은 지나갈 수 없으며, 터널 중간 즈음에 해저터널 공사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과 통영 관광명소를 소개한 패널이 전시돼 있다. 해저터널이 통과하는 위에 통영운하가 있다.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운하 위에 걸려 있고, 폭 55m의 좁은 물길로는 수시로 배들이 오간다. 해저터널과 비슷한 시기에 운하가 만들어졌는데, 원래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쫓겨 달아나면서 물길을 판 데서 유래했다고. 일출이나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고, 운하 주변의 가로등과 통영대교의 조명이 어우러진 야경이 특히 볼 만하다. 서호시장 서쪽에 해저터널과 운하가 있다면, 동쪽엔 통영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강구안이 있다. 중앙시장과 각종 맛집, 동피랑 벽화골목, 남망산조각공원 등이 강구안 주변에 포진해 있어 통영 여행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곳이다. ‘원조’를 내건 충무김밥집과 꿀빵집이 즐비하고, 해안을 따라 통영문화마당이 조성돼 있다. 중간 지점에 강구안의 명물로 자리 잡은 거북선이 정박해 있고, 그 옆에는 지난여름에 건조를 시작한 판옥선도 개방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거북선은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다. 배 안에 들어가면 맨 먼저 이순신 동상이 버티고 서 있고, 포와 노 등 옛 물건들을 재현해놓았다. 이순신 장군의 의복을 비롯해 옛날 복장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문화마당 동쪽 끝이 중앙시장 입구다. 우유 빛깔이 도는 통통한 통영굴, 펄떡이는 물메기 등 신선한 각종 해산물을 푸짐하게 구입할 수 있다. 중앙시장 뒤편 언덕배기가 벽화골목으로 유명한 동피랑마을이다. 골목길이 가파르고 좁기 때문에 차는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강구안에서 고개만 들면 올려다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Welcome’ 벽화를 시작으로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가장 인기 있는 날개 벽화는 물론이고 모든 벽화들이 2년마다 열리는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벽화로 교체된다고. 다음에는 또 어떤 그림으로 채워질까 궁금해진다. 동피랑마을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강구안과 통영항 일대 전망도 시원하다. 충무교를 건너 미륵도로 넘어가면 이국적인 요트 정박장이 있는 도남관광지가 나온다. 방파제 끄트머리에 있는 연필등대와 어우러진 요트장 풍광이 보기 좋다. 요트장 앞으로 충무마리나리조트가 있고, 그 옆 언덕 위에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주공연장으로서 통영의 새로운 명물이 된 통영국제음악당이 위치하고 있다. 미륵도를 일주하는 산양일주도로를 따라 즐기는 드라이브와 도로의 남쪽 끝인 달아공원이나 통영수산과학관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비경도 일품이다.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통영IC로 나간다. 통영대교 쪽으로 가다가 서호시장이나 강구안으로 가면 된다. 서호시장 앞 통영여객선터미널이 주차장이 넓고 주차료도 저렴해 이용하기 편하다. 강구안주차장은 30분까지 무료. 주변 식당이나 상가를 이용하면 할인권을 준다. 주변 음식점 -분소식당 : 복국, 복메운탕 / 경상남도 통영시 통영해안로 205 / 055-644-0495 -통영맛집 : 멍게유곽비빔밥 / 경상남도 통영시 항남1길 15-4 / 055-641-0109 - 글, 사진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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