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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00년 된 왕버들의 뒤틀린 줄기부터, 가야의 왕들이 잠든 둥근 능선, 대를 이어 삶을 일궈온 돌담길까지. 성주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만든 ‘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5월의 맑은 햇살이 이 오래된 시간의 무늬들을 선명하게 비추는 오늘, 성주가 간직한 세 가지 풍경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 시간의 무늬 여행지 ■ - 성주 경산리 성밖숲: 500년 고목의 거친 껍질 위로 돋아난 연둣빛 생명의 경이로움 - 성주 성산동 고분군: 하늘과 맞닿은 둥근 능선 아래 잠든 가야의 영원한 고요 - 성주 한개마을: 600년 돌담길 사이로 흐르는 선비의 기품과 살아있는 시간의 향기 성주 시내와 인접해 있어 누구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닿을 수 있는 성주 경산리 성밖숲은 성주 군민들이 가장 아끼는 쉼터입니다. 'I ♡ SEONGJU' 조형물이 반기는 입구에 서면 본격적인 시간 여행이 시작됩니다. 흙길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숲으로 들어서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인하게 생명을 이어온 왕버들 군락이 압도적인 장관을 선사합니다. 이곳의 주인공인 왕버들은 물가를 좋아하는 특성상 줄기가 멋스럽게 휘어지며 자라는데, 성밖숲의 나무들은 특히 그 형태가 역동적입니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뒤틀리고 굽이친 줄기들은 마치 여러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강렬한 시간의 무늬를 그려냅니다. 고목의 거친 껍질 위로 돋아난 5월의 연둣빛 잎사귀들은 박제된 역사에 숨을 불어넣듯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냅니다. 나무 그늘 아래 가만히 앉아 있으면 숲을 가로지르는 이천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왕버들 숲 특유의 고즈넉함을 완성합니다. 특히 성밖숲의 진면목은 이천 건너편에서 바라볼 때 드러납니다. 바람이 잦아든 날, 잔잔한 물결 위로 거대한 왕버들이 거울처럼 비치는 '반영'은 성밖숲에 놓치면 안되는 장면이죠. 현실과 수면 속 풍경의 대칭은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로운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지금은 눈이 시릴 만큼 푸른 연둣빛이 숲의 주인공이지만, 왕버들 아래는 또 다른 계절을 묵묵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8월이 되면 고목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 꽃이 가득 피어나 신비로운 보라색 융단을 깔아놓기 때문입니다. 5월의 성밖숲을 걷는다는 것은, 화려한 여름의 축제를 앞두고 가장 순수하고 정갈한 숲의 내면을 마주하는 일과 같습니다. 성주 경산리 성밖숲 - 주소: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일원 - 문의: 054-930-6782 성밖숲에서 나와 완만한 구릉을 오르면, 가야의 숨결이 깃든 성산동 고분군이 광활하게 펼쳐집니다. 이곳은 성산가야 지배층의 안식처로, 일제강점기 당시 무려 300여 기의 고분이 확인되었을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현재는 정비된 70여 기를 만날 수 있는데, 지름이 20m에 달하는 대형 고분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에서 당시 지배층의 막강했던 권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성산동 고분군은 주로 수직으로 구덩이를 파고 돌벽을 쌓는 '구덩식 돌덧널무덤' 형태입니다. 특히 이곳에서 출토된 굽다리 접시와 긴 목 항아리 등은 가야와 신라의 특징이 절묘하게 혼합된 '성주 양식'으로 분류됩니다. 굽다리 접시의 투창(구멍) 모양 하나에도 당시 주변국들과 활발히 교류했던 성주의 역동적인 역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2021년에 개관한 성주성산동고분군전시관에 들르면, 이 정교한 토기들과 무덤 축조 과정을 디지털 영상으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훌륭한 역사 교실이 되어줍니다. 고분군 산책로는 그 자체로 거대한 야외 박물관입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노출 전시 유구들을 만나게 되어 역사의 현장감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곡선의 봉분들이 겹쳐 보이는 풍경은 경주와는 또 다른 성주만의 호젓하고 세련된 매력을 선사합니다. 고분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더욱 독특합니다. 고대 왕들의 무덤 너머로 성주의 상징인 참외 비닐하우스들이 바다처럼 펼쳐지는데, 이 과거와 현재의 기묘한 공존은 오직 성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무늬입니다. 성주 성산동 고분군 - 주소: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 문의: 054-930-6792 성주 여행의 마무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한개마을입니다.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지낸 이우 선생이 처음 터를 잡은 이래 600여 년간 성산 이씨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집성촌입니다. 마을 뒤로는 영취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앞으로는 백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이죠. 한개마을의 고택들은 저마다 묵직한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도세자의 호위무사였던 이석문 선생이 사도세자의 죽음을 슬퍼하며 북쪽으로 문을 냈다는 ‘북비고택’은 백성을 사랑한 군주를 향한 일편단심과 충절의 상징으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소박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양반가의 정원에는 잘 가꿔진 나무 한 그루가 집안의 오랜 가풍을 대변하듯 단정하게 서 있습니다. 한편으로 마을 곳곳에 잘 보존된 서민들의 초가집과 벽에 걸린 낡은 농기구들은 과거 농촌의 정겨운 일상을 짐작게 하며 푸근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한개마을 산책의 정점은 마을 구석구석을 잇는 돌담길입니다. 성인 어깨 높이 정도로 나직한 흙돌담은 집 안의 나무들이 담 너머로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골목마다 다른 고택으로 연결되는 이 길을 걷다 보면 600년 전의 시간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마을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는 능선과 600년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이 오갔던 이 골목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도심의 소란은 어느덧 잊힙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식재와 돌담이 만드는 색의 조화는 ‘시간의 무늬’를 찾아 떠난 이번 성주 여행의 완벽한 피날레가 됩니다. 성주 한개마을 - 주소: 경상북도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 67 일원 - 문의: 성주군 문화예술과 054-930-6782 ※ 위 정보는 2026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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