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 그 무겁던 눈꺼풀이 가볍다.
이유인즉슨, 오늘 처음으로 당나귀를 탄다는 설렘과 첫 경험을 앞둔 긴장감 덕분이다.
KBS 드라마 '거상 김만덕'이 방영되던 때, 팔도강산을 배경으로 짐꾼이 당나귀와 함께 고갯길을 넘는다. 저 조그만 동물이 무슨 힘이 있다고 저렇게 큰 짐을 얹힌 걸까?라며 당나귀를 걱정했다.
영화 '슈렉'이 상영되던 때, 말도 많고 잔꾀에 능한 덩키 캐릭터가 참 얄밉지만, 정이 갔다.
이처럼 매체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당나귀를 접하다 보니 친근할 거라 기대했지만, 실제의 당나귀와 마주했을 때 '우와'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발 전날 꼼꼼히 취재준비도 마쳤다. 마침내 찌뿌듯하던 날씨도 풀렸고 기회가 온 것. 원시마을 관계자와 예약일정을 잡았고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고 한다.
당나귀가 편하도록 가벼운 복장만 입고 나섰다. 강원도 영월군,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또한 서강, 동강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은 팔도를 대표할 만하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이 공존하는 영월군을 진입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당나귀 산행을 할 수 있는 영월군 연당리 '당나귀 타는 원시마을'에 도착했다. 연당교차로와 연당교 사이 88번 국도 옆으로 '당나귀 타는 원시마을' 세움 간판이 보인다.
체험예약 시각보다 15분가량 늦게 도착했지만 연락받고 마중 나온 관계자의 표정에 서두름이 없다.
이 사람이 바로 원시마을 대표, 체험프로그램 교관, 당나귀 주인 등 모두에 해당하는 이세호 대표다.
예약시간보다 늦어 죄송하다 했지만 손사래를 치며 상관없다고 하신다.
요즘 단종문화제 준비기간이라 많이 바쁘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하하 시원하게 웃으신다.
가벼운 농담부터 당나귀와 관련 에피소드를 하나씩 꺼내는 이 대표의 센스에 어색한 분위기는 금방 사라진다. 당나귀 세 마리가 묶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와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몸집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다.
이 대표가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골라 기둥에 묶인 매듭을 푼다. 이 아이를 타면 되나요? 네 코스 입구로 가면서 알게 된 이 아이의 이름은 광녀, 나이는 10살이다.
얼마나 이 대표를 속 썩였기에 광녀로 불린 걸까. 하지만 이제는 제일 말을 잘 듣는 효녀라고 한다.
당나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는 이 대표, 그의 가이드 비결 중 하나는 친근함이리라.
옆집 아저씨가 알려주듯이 자연스럽게 주의사항과 다루는 방법을 알려준다. 농담도 잘 섞어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덕분에 코스입구까지 이론적인 부분은 다 들었다. 이 대표는 손에 익은 듯, 멈춤 없이 안장을 얹히고 당나귀를 세워 타세요 손짓한다. 영화, 드라마에서 말 타는 거 자주 보시죠? 똑같아요.
왼쪽 고삐를 잡아당기면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 고삐를 당기면 오른쪽으로 가고, 양쪽 고삐를 동시에 당기면 멈춥니다.
전진하려면 엉덩이 옆쪽을 때리면서 이랴~ 외쳐주세요. 자 갑시다 멋지게 타려고 기합소리와 함께 발을 튕겼으나 보기 좋게 실패. 영화처럼 한 번에 안장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무리였다.
코스 입구의 작은 계단모양의 3단 도움대를 이용하자. 당나귀를 타니 생각보다 시선의 높이가 아찔하다.
당나귀가 걸을 때마다 흔들거리는 것 또한 영 어색하게 느껴진다. 출발 후 첫 오르막, 땅의 경사에 맞춰 안장도 기울인다.
떨어질까 무서워 안장을 바짝 당긴다. 오르막이 무사히 끝나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런 긴장감은 사실 오 분도 안 돼 편안함으로 바뀌게 되었지만 말이다. A코스 방향으로 보이는 산정상의 봉우리는 대왕봉이다.
이 봉우리는 일제침략기, 큰 인물이 난다고 해 일본인이 조선인의 혈맥을 끊을 목적으로 쇠말뚝을 박은 곳이다.
반세기 전까지도 쇠말뚝이 박혀 있었으나 현재는 쇠말뚝을 뽑아내 큰 웅덩이만 남았다고 한다 타는 법을 터득한 사람처럼 목과 허리에 힘을 빼고 하늘부터 땅까지 시야를 넓혀본다. 타는 도중에 걸려온 전화도 자연스럽게 받는다.
그 가파르던 오르막도, 걸음을 무디게 만들던 자갈길도 어느새 평온한 길의 한 부분으로 보인다.
코스의 마지막, 원시마을로 내려가는 길, 마을을 포함해 멀리 보이는 산세의 풍경이 참 매력적이다.
짐짝을 진 채 저런 산 고개를 하루에도 몇 개를 넘었을 옛 당나귀를 생각하니 이 녀석이 참 대견스럽다. 트래킹을 마친 후 문득 의문점이 떠오른다. '당나귀가 이렇게 온순한 동물인가?' 이 대표는 우리 집 아이들이니까 가능하다라며 원래 당나귀 성격은 낯선 사람이 가까이에만 와도 뒷발질에 온갖 성질을 다 부린다고 설명한다. 당나귀 체험은 승마 체험과 달리 속도감보다 여유로움을 즐기는 레포츠다. 덧붙여 동물, 산 등 야생의 자연과 교감하는 기분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그래서 직진주로, 원형 코스가 아닌 산을 타는 트레킹코스가 더 적합하다. 높은 경사의 오르막, 내리막과 자갈길, 좁은 오솔길 등 다양한 코스 구성으로 다채로운 재미가 알차다.
속도감,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레포츠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이색적인 당나귀체험은 희소식인 셈. 계절의 영향도 받지 않아 연중 언제나 예약만 하면 체험이 가능하다.
이 대표의 추천에 의하면, 아이를 태우고 부모가 끌어주는 방법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고… 당일도 좋지만 1박2일 정도 주말에 시간 내서 물 좋고 공기 좋은 강원도로 가자. 물론 당나귀 타러 원시마을에 발도장 찍을 작심이 필요하겠다. 금강산도 식후경, 강원도의 볼거리를 즐기다 보면 금방 해가 지고, 배가 꺼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미리 식사할 곳을 알아두지 못했다면 큰일 아닌 큰일이다. 영월군 주천면에 위치한 '다하누촌'이 좋은 해답이다.
산지 직거래를 통해 신선한 한우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 산지의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육회는 최고의 인기 메뉴. 한우사골국물과 막걸리, 감자, 고구마는 다하누촌 중앙광장에서 주말마다 배부를 때까지 먹을 수 있도록 무한제공하고 있다. 원시마을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 날골과 남애마을 사이 강원도 최고의 절경이 숨어 있다. 70m 정도의 큰 바위가 그 주인공, 선돌이다.
일명 신선암이라고도 하는데, 푸른 강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개 내리다 그친 듯한 형상이 신선암이라 불리는 이유를 말해준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ahn856@gmail.com )
※TIP ◎ 당나귀 타는 원시마을 가는 방법
*자가용
-서울 : 경부 중부 고속국도 - 신길, 호법분기점 (영동고속국도) - 만종분기점 (중앙고속국도) - 남제천IC(38번 국도)- 영월(영월읍 10km 못미쳐 연당 평창 방면, 영월 남면 연당리, 당나귀타는 원시마을 위치)
-대전 : 경부고속국도 - 청주(36번국도) - 충주(38번 국도) - 제천(38번 국도)- 영월(영월읍 10km 못미쳐 연당 평창 방면, 영월 남면 연당리, 당나귀타는 원시마을 위치)
-부산 : 영동고속국도 - 장평IC(31번국도) - 평창(38번 국도) - 영월(제천방면) - 연당 평창방면, 영월 남면 연당리, 당나귀타는 원시마을 위치)
-광주 : 88고속국도 - 대구 금호분기점(중앙고속국도) - 남제천IC(38번 국도)- 영월(영월읍 10km 못미쳐 연당 평창 방면, 영월 남면 연당리, 당나귀타는 원시마을 위치)
-대구 : 중앙고속국도 - 남제천IC(38번 국도)- 영월(영월읍 10km 못미쳐 연당 평창 방면, 영월 남면 연당리, 당나귀타는 원시마을 위치)
*주소 : 강원도 영월군 남면 연당리 944-2 번지
*예약 및 문의 : 033-372-8952 , 010-3997-1669
◎ 주변 관광지 * 다하누촌
* 선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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