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비켜간 자리, 봄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강원도의 봄은 조금 더디게 다가온다. 남쪽에 부는 따스한 바람이 아직 미처 도달하지 못해서 밤낮으로는 조금 매섭다. 그래도 봄이라고 해가 길어지고, 새들이 유난히 소란스러운 날들. 그렇게 소란스러운 것이 유독 새들만이 아니다. 친한 친구가 요즘 마음이 유난히 소란스럽다며 연락을 해왔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똑같은 시간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TV를 보다가 잠이 드는 일상이 지치고 힘들어서 매일 아침 마음에 거친 바람이 분다고 한다.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잠시 쉬고 싶은데 어디 좋은 곳이 없냐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럼 이왕 쉬는 거 강원도 산골짜기로 한번 가 볼까?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멀다는 뜻에서 이렇게 말을 한다. 강원도 산골 중에 산골. 오지 중에 오지 인제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 그것도 옛말이다. 요즘은 도로가 좋아져서 인제까지도 그렇게 멀지 않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홍천에서는 1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인제 가도 금방 올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좋아졌다. 하지만 인제는 여전히 오지처럼 조용하고 그래서 더욱 때묻지 않은 매력이 있다.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이라는 친구의 주문에 심신이 친구의 건강까지 고려해서 아주 특별한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황토로 지은 집에서 보내는 아주 특별한 밤, 북설악 황토마을 겨울이면 황태를 말리는 황태덕장이 장관을 이루는 마을 용대리는 설악산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마을이다. 그림 같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아픈 몸도 저절로 나을 것 같은 기분. 그런 아름다운 마을에 북설악 황토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용대리 전망대를 지나 북천을 따라 조금 가다 보니 황토로 지은 집에 너와를 얹은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입구엔 듬직하게 서 있는 건물은 소풍이라는 식당으로 숙소에 체크인을 하려면 소풍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면 직원이 안내를 해준다. 이곳 주인장 역시 바쁜 사업으로 인해 밤낮이 바뀐 삶을 살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 귀촌을 결심했다고 한다. 인도 명상여행과 사찰 여행 등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한끝에 1996년 용대리에 정착을 하고, 건강한 집에서 잠을 자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주는 이로움을 몸소 체험하며 북설악 황토마을을 지을 결심을 했다. 황토로 집을 지은 뒤 아궁이에 불을 땔 수 있게 만들었다. 수제 닥지에 콩물을 먹은 콩댐 장판을 사용하고, 지금은 사라져가는 강원도 전통가옥인 너와를 얹었다. 여섯 채의 집은 황토와 구들로 강원도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건강까지 선물하는 아주 특별한 곳으로 탄생했다. 독특한 건물로 마치, 어느 외국의 산장에 온 듯한 모습의 이 건물은 식당으로 사용하는 소풍이다. 황태해장국, 황태구이정식을 비롯한 건강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다. 내가 하룻밤을 묵은 집은 황토 너와집 말 그대로 황토와 너와로 지은 집이다. 아직도 강원도에 너와집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반가웠다. 건물을 중심으로 강을 마주한 곳에 테라스가 자리하고 있고, 마당 쪽에도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다. 마당 역시 건물을 이용하는 숙박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여기 앉아서 놀아도 좋겠다~ 바베큐도 하고~ 여유 있게 쉬면서 즐기는 여행! 겨울도 좋지만 여름에도 참 좋을 것 같은 곳! 한국관광 품질인증 숙소 지난번에 소개한 강릉 선교장과 더불어 이곳 북설악 황토마을 역시 한국관광 품질인증 숙소이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86개의 인증 제도가 관광객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국가 차원에서 단일화된 관광품질 인증제를 도입하고자 품질 인증 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한국 관광 품질인증제이다. 아직은 시범단계로 서울, 부산, 강원도 지역에 137개의 업소가 인증 대상으로 선정이 되었고 차차 늘려나갈 예정이다. 한국관광 품질인증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선교장이나 북설악 황토마을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통을 지키고 유지하는데 가산점이 제법 큰 듯하다. 나 여기 그런 부분에는 굉장히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두 곳이었다. 삐거덕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영화 속에서 나 본 듯한 황토집이 등장! 나무 기둥과 벽, 바닥과 천정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다. 워낙 이런 오래되고 예전 것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첫인상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화려한 커튼만 빼고 ^^;; 거실과 화장실,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거실에는 작은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냉장고와 아궁이가 있다. 대신 TV는 없어서 고요한 시골의 밤을 도란도란 이야기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사실 나와 취향이 다를 수 있는 친구가 마음에 들어 할지 걱정이 되었는데. 건강한 황토로 지은 집에서 이런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보일러가 설치가 되어 있어서 난방은 걱정이 없지만, 아궁이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어릴 적 연탄불을 피웠던 기억이 있어서 일까? 아궁이가 있는 곳이라면 뭘 해도 좋다. 거기에 이렇게 아궁이에 둘러앉아 있을 수 있으니 참 잘 만들어 놓았다. 참나무가 박스에 준비되어 있다. 자작자작 나무 타는 소리가 참 좋았던 밤. 너무 불을 지피면 뜨거워서 잠을 못 잘 수 있으니 그건 좀 조심해야 할 듯. 어릴 적 친할머니 댁이 한옥이었는데. 그때 할머니가 주무시던 방이 딱 이런 방이었다. 수제 닥지에 콩물을 먹인 콩댐 장판. 인공적인 접착제와 장판이 아닌 이런 천연소재의 장판이라니. 그래서일까? 하룻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몸이 참 개운했다. 작지만 싱크대와 냄비, 그릇이 준비되어 있고 무려 압력밥솥이 있었다. 아쉽게도 이번에 밥을 해 먹지는 않았지만 바베큐를 하고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도구들은 충분하다. 커피와 녹차, 견과류도 준비해놓은 센스! 화장실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콩댐 장판과 도배지로 되어있는 아담한 방이 있다. 깔끔한 침구가 일본 료칸 부럽지 않게 깔끔하게 깔려 있다. 사실 이 정도의 시설과 침구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런 부분은 정말 기대 이상. 창문을 통해 북천이 보인다. 친구와 둘이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밤. 휴식이 필요한 친구에게서 인생의 고달픔이 흘러나왔지만, 그 속에는 희망 또한 있었다.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사는데 급급했던 것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잠깐의 여행이지만,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치유는 돈과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녀는 치유가 된 게 아닐까. 방 옆에는 작은 욕실 겸 화장실이 있다. 사실 이런 집에 웃풍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선 공기는 차갑고 바닥은 뜨거운 게 좋다고 했으니 하룻밤 차가운 공기 정도는 즐길 줄도 알아야 여행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주방 싱크대 옆 문을 열고 나가면 북천 쪽으로 나있는 테라스가 나온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배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여름에는 더더욱 인기가 많을 것 같은 객실이다. 시골에 살고 있는 나는 사실 이런 풍경이 익숙하지만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모든 풍경이 그저 감사한 일이다. 졸졸 흐르는 북천과 든든하게 서있는 설악산이 주는 편안함. 용대리는 정말 축복받은 동네가 아닐까. 객실 주변이 풍경도 딱 황토마을스럽다. 나뭇광도 정말 멋지게 지어놨다. 이런 광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주 값지다. 제 역할을 못할지라도! 한쪽에는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날씨가 아직 풀리지 않아서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여름엔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가끔은 가사에서도 벗어나고 싶어서 친구와 밥은 사 먹기로 했다. 마침, 북설악 황토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 소풍의 음식이 괜찮다고 해서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정면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측면 모습.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실내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난로가 뜨끈하게 공기를 데워주고 있었다. 손님이 오기 조금 이른 시간. 홀로 켜져 있는 TV와 직원들만이 고요하다. 식당 또한 나무로 지은 덕분에 나무향이 좋다. 자연을 그대로 담았다는 느낌이 참 좋은 곳. 요리는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는데 황태구이정식을 시키면 황태구이와 맛있는 반찬과 황태해장국이 나온다. 음식도 정갈하고 맛도 제법! 건강한 밥상을 먹은 것 같아서 몸도 마음도 좋았다. 우리는 참 바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늘 비슷한 하루 비슷한 일상을 살면서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속에서 병들어 가고 있는 나를 잊어버린다. 가끔은 내 몸과 마음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음에 거친 바람이 불면, 짧게라도 여행을 떠나보는 게 좋다. 그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작은 설렘을 발견할 수도 있다. 복잡한 도시의 좋은 호텔 대신, 자연과 가까운 황토집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 북설악 황토마을 강원도 인제군 북면 황태길 333 (북면) 033-462-1574 ※ 본 정보는 현지 사정에 따라서 변경될 수 있으니 전화 문의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사진, 동영상 등의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으므로 사전 허가 없이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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