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사람들의 국수 사랑은 유별나다. 도심의 거리, 골목마다 한 집 걸러 하나씩 국수집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 여행지도 중에는 칼국수 지도까지 있을 정도다. 흑백사진 속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대전역 가락국수, 어울리고 섞이는 삶의 맛을 담은 두루치기국수, 영화 속 주인공이 즐겨 먹었던 오랜 전통의 짜장면도 한몫 거든다. 대전역에 도착한 경부선 완행열차가 호남선으로 철로를 갈아타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사이, 승객들은 재빨리 열차에서 내려 가락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랬다. 멸치로 국물을 내고 잘게 채 썬 파와 유부가 고명의 전부였던 소박한 국수다. 심심하면 앞에 놓인 양념통에서 고춧가루 한 숟가락 푹 떠서 휘휘 저어 먹기도 했다. 그러나 행여 열차가 출발할까 노심초사하며 허겁지겁 먹었던 가락국수는 먼길 가는 여행자들에게 따뜻하고도 든든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대전역 가락국수의 전통은 1990년대 초반까지도 계속되었고, 지금은 플랫폼이 아닌 대전역 맞이방에서 추억의 가락국수를 맛볼 수 있다. 그릇을 손에 들고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쳐가며 먹었던 풍경 대신 플랫폼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와 은은한 조명, 깔끔한 테이블이 손님을 맞는다. 두루국수, 웰빙쌈닭국수 등 낯선 메뉴들 사이, 정거장 가락국수가 바로 대전역 가락국수(대전역 관광안내센터 042-221-1905)다. 파와 유부가 전부였던 고명은 쑥갓에 김가루, 어묵 등이 더해져 그 자태가 제법 화려해졌다. 열차가 도착하기 전 미리 삶아놓아 퉁퉁 불어버린 면발이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삶아 탱탱한 면발을 맛볼 수 있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우동 면발보다는 가늘고 찰기 없이 툭툭 끊어지는 것이 가락국수만의 독특한 식감이다. 가락국수만으로 허전하다면 꼬마김밥 두어 개를 곁들여 먹어도 좋겠다. 전국의 밀가루가 대전역에 모였던 역사를 감안하면 유독 대전에 칼국수집이 많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칼국수집을 물으면 사람들은 1958년에 문을 연 대선칼국수와 1961년에 문을 연 신도칼국수를 알려줄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가서 먹었다는 추억도 덧붙이리라. 신도칼국수(042-253-6799)에는 1961년 개업 당시 사용했던 커다란 양은그릇부터 현재 사용하는 것까지 그릇 5개가 나란히 걸려 있다. 옛날 30원 하던 칼국수 가격이 지금은 4,000원이 되었다. 재미난 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국수 가격은 오르고 그릇 크기는 작아졌다는 점.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국수 그릇이 작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에는 세숫대야만 한 국수그릇도 작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돌아서면 다시 허기질망정 커다란 국수그릇을 앞에 두고 행복했을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릇이다. 칼국수 맛은 어떨까? 사골육수와 멸치육수를 적절히 배합해 진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는 국물이 일품이다. 거기에 들깨가루가 더해져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걸쭉한 국물까지 함께 느껴진다. 칼국수와 함께 곁들여 먹는 착한 가격의 돼지수육도 추천한다. 대전의 옛 충남도청사와 인쇄골목 등은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에 많이 등장한 곳이다. 주인공의 변호사 사무실 장면을 촬영한 인쇄골목에는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 태화장(042-256-2407)이 있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태화장의 짜장면은 주인공이 즐겨 시켜 먹었던 음식이다. 주인공 송강호가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배달원의 비옷과 철가방을 빌려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장면 등에서 '태화장'이라 찍힌 철가방이 화면에 잡힌다. 그러나 진짜 태화장에는 철가방이 없다.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화장의 짜장면을 맛보려면 직접 식당으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양배추와 양파가 듬뿍 들어가는 일반 짜장면과 달리 태화장 짜장면은 춘장 소스 맛이 강한 정통 짜장면이다. 단맛보다 고소한 맛이 강한 것은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춘장을 적절하게 쓰기 때문이다. 1954년에 문을 연 역사와 더불어 창업한 1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맛보자. 고춧가루와 마늘이 듬뿍 들어간 붉은 양념에 눈까지 아리지만 부드러운 두부가 입에 들어가는 순간 긴장이 스르르 녹는다.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 두부두루치기를 처음 접한 여행자의 감상이다. 교통의 요충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전에서는 음식도 섞이고 어우러지는 특징을 보인다. 두루치기도 예외가 아니다. 매콤한 양념에 국수를 섞어 먹는다. 두부를 넣은 두루치기, 오징어를 넣은 두루치기 중 특히 두부두루치기는 밥이 아닌 국수와 비벼 먹어야 제맛이다. 두부두루치기 국수의 원조를 꼽으라면 광천식당(042-226-4751)이 첫손에 든다. 허름한 외관에 테이블도 많지 않지만, 식사 때면 늘 긴 줄이 이어지는 명소다. 이 집에선 두부두루치기를 주문하고 면 사리를 따로 시켜야 한다. 미리 삶아서 내는 면 위에 두부두루치기를 얹어 두부가 으깨지지 않도록 살살 비빈 후 각자 접시에 덜어 먹는다. 입맛에 따라 두루치기 양념을 얹어가며 더 매콤하게 즐겨도 좋다. 외국 고추의 아찔하게 매운맛이 아니라 토종 고춧가루의 중독성 강한 매운맛이다. 얼얼해진 입과 속을 곁들여 나온 멸치육수와 물깍두기로 살살 달래가며 먹다 보면 어느새 두루치기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진다. 소나무집(042-256-1464)은 대전 사람들도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가는 특별한 식당이다. 이름부터 독특한 오징어찌개국수를 내는 집이다. 오징어를 넣으면 국물이 칼칼하고 시원해지니께. 오징어찌개를 고안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일흔여섯 백발의 문정심 사장이 대수로울 것도 없다는 듯 덤덤하게 대답한다. 주인장의 대답처럼 오징어찌개는 말 그대로 오징어를 넣어 끓인 찌개다. 상에 올라오는 오징어찌개는 의외로 소박하다. 긴 손잡이가 달린 프라이팬에 오징어와 무김치를 넣고 끓이다 오징어가 익으면 골라 먹는다. 그러나 오징어찌개의 주인공은 오징어가 아니라 그 국물이다. 얇게 저며 담근 무김치를 찌개에 넣어 국물 맛이 특별하다. 국물이 자글자글 졸아들 때쯤 면 사리가 나온다. 얼큰한 찌개 국물에 사리를 넣어 살짝 익힌 후 먹는다. 면을 다 먹고 나서 바닥에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것이 코스다. 프라이팬 바닥에 공깃밥 한 그릇을 꾹꾹 눌러가며 펼친 후 조금씩 떠먹는 재미는 오징어찌개국수의 디저트라 해도 좋다. 소나무집 단골들은 2,000원짜리 두부부침도 빼먹지 않고 주문한다. 대전역 가락국수 위치 : 대전 동구 중앙로 218 대전역 2층 맞이방 문의 : 대전역 관광안내센터 042-221-1905 신도칼국수 주소 : 대전 동구 대전로 825번길 11 문의 : 042-253-6799 태화장 주소 : 대전 동구 중앙로203번길 78 문의 : 042-256-2407 광천식당 주소 : 대전 중구 대종로505번길 29 문의 : 042-226-4751 소나무집 주소 : 대전 중구 대종로460번길 57 문의 : 042-256-1464 주변 음식점 진로집 : 두부두루치기 / 중구 중교로 45-5 / 042-226-0914 플라잉팬 : 화덕피자 / 중구 대종로 480 / 042-223-3004 할머니묵집 : 묵밥 / 유성구 금남구즉로 1378 / 042-935-5842 숙소 호텔그레이톤둔산 : 서구 둔산중로 70 / 042-482-1000 이안레지던스호텔 : 서구 둔산로65번길 29 / 042-487-3939 레지던스호텔라미아 : 서구 둔산로51번길 42 / 042-334-0100 http://www.hotellamia.com/main_body.asp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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