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원미구 일대는 알찬 여행지가 많다. 최근에는 부천중앙공원이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가세했다. 지하철 7호선의 나란한 세 정류장, 부천시청역과 상동역, 삼산체육관역을 오가며 드라마틱한 도심 여행을 누려보기에 제격이다. 지난여름은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인기가 뜨거웠다. 특히 누나들 마음을 몹시도 설레게 했다. ‘수하 앓이’ 이종석 때문이었다. 극중 수하(이종석 분)는 상대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 혜성(이보영 분)을 잊지 못한다. 두 사람이 10년 지나 재회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법정과 법원을 무대로 한 드라마였지만 두 사람의 달달한 로맨스가 그 못지않은 매력이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드라마의 많은 장면을 부천시에서 촬영했다. 극중 연주시는 서울 근교의 도시로 나오는데 부천시와 유사한 위치다. 연주법원으로 등장하는 법정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다. 수하가 살인 누명을 쓰고 국민참여재판을 받는 법정 장면의 대부분을 촬영했다. 뿐만 아니라 녹음이 어우러진 법원 야외 장면도 부천지원이 주무대다. 부천지원을 나와 공원으로 이어지는 등장인물의 동선도 현실과 다르지 않다. 부천지원에서 북쪽으로 1.5km 남짓한 거리에 부천중앙공원이 있다. 부천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촬영지다. 큰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라기보다는 수하와 관련한 중요한 곳이다. 혜성이 수하의 아버지와 민준국(정웅인 분)의 관계를 알게 된 후의 전개다. 차관우(윤상현 분) 변호사에게 그 사실을 전해들은 수하는 혜성이 화를 낼까봐 몹시 당황한다. 법원을 나와 슬픔을 참지 못해 서성이는 곳이 부천중앙공원이다. “이게 영영 끝이면 난 살 수 있을까?” 수하의 대사에서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벤치에 앉아 눈물을 삼키다 공중전화로 혜성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혜성이 납치당한 걸 알고 오열하는 장면도 공원의 매점 옆 공중전화다. 부천중앙공원이 분량에 비해 촬영 명소로 주목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부천지원에서 부천중앙공원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동선, 근린공원 특유의 평온함이 사실감을 더한다. 극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그 일상성이다. 부천중앙공원은 1993년에 조성됐다. 근린공원이라 빼어나게 인상적인 장소는 없다. 그저 무던한 도시 공원이다. 하지만 부천시청에서 곧장 연결되는 녹지로 원미구 일대 시민들의 여유로운 쉼터이자 부천시의 상징적 광장이다. 느긋하게 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2000년에 생태공원으로 재단장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중앙에 야외음악당과 상징탑이 자리하고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대각선의 긴 이동로가 특징이다. 서쪽은 운동시설과 숲이 주를 이루고 동쪽은 수변 경관이 특징이다. 서쪽이 한적한 반면 동쪽은 물길이 만드는 분수, 징검다리, 지압보도 등 즐길거리가 많다. 그 지점마다에는 시인 변영로, 정지용 등의 시비가 섰다. 부천과 인연이 있는 시인들이다. 중앙광장에 있는 확성기 모양의 조각 작품도 인기다. 두 개의 커다란 확성기가 입을 맞대고 나비 모양으로 섰다.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재미있는 놀이기구다. 김영진 작가의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 내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이다. 작품 제목이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약속이라도 한 듯 절묘하게 어울린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이 가운데 공원의 남서쪽 3호 매점 인근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수하가 혜성에게 전화를 거는 공중전화 장면이 매점 앞이다. 매점에서 공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등나무 파고라 아래 벤치가 나온다. 수하가 전화를 걸기에 앞서 초조한 마음을 진정시키던 자리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여름에는 능소화가 만발해 꽃터널을 이뤘다. 공원에서도 비교적 한적하게 쉴 수 있는 좋은 위치다. 부천중앙공원 촬영지 여행만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지하철 7호선 부천 여행도 추천한다. 부천중앙공원과 부천지원은 부천시청역에서 가깝다. 부천시청역은 차례로 상동역과 삼산체육관역으로 연결된다. 상동역은 부천터미널 소풍 등을 비롯한 쇼핑몰이 밀집해 있다. 삼산체육관역 주변에는 한국만화박물관, 야인시대 캠핑장, 상동호수공원 등 부천 시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자리했다. 지하철 세 정거장을 오가는 것만으로 부천 도시 여행이 가능하다. 상동역에서 내려 부천시청역 방면으로 이동하면 홈플러스를 지나 뉴코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부천시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다. 뉴코아백화점이 자리한 건물은 고속버스터미널을 겸한 부천터미널 소풍이다. 터미널과 상가, 물놀이 테마파크, 멀티플렉스 극장 등을 갖춘 복합테마센터와 붙어 있다. 센터 내에는 흥미로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높이 38m에 이르는 생명의 나무 조형물이다. 아트리움 구조의 건물 중앙에 우뚝 섰다.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 차지하며 시원스럽게 열린 쉼터를 조성한다. 부천중앙공원이 도심 속 녹지라면 부천터미널 소풍 일대는 전형적인 쇼핑 공간이다. 부천중앙공원 북서쪽에서 걸어와도 크게 무리가 없다. 약 500m 거리로 안중근공원도 지척이다. 쇼핑몰이 즐비한 상동역 다음은 삼산체육관역이다. 일대에 문화·여가시설이 여럿이다. 5번 출구로 나가면 먼저 ‘로봇 찌빠’가 반긴다. 1979년 《소년중앙》에 연재를 시작한 신문수의 대표작이다. 인공지능 로봇 찌빠와 팔팔이의 우정과 모험이 줄거리다. 40대에게는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으로 한국만화박물관을 안내한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우리나라 만화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여느 박물관과 달리 만화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를 끈다. 건물은 5층으로 이뤄져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표를 끊은 후 에는 부터 관람한다. 3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관이 있다. 우리나라 만화 100년의 발자취가 서려 있다. 옛날 만화방 풍경도 재현했다. 30분 간격으로 만화영화를 상영하는 4D 애니메이션관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4층은 체험 위주다. 직접 라이트박스에 만화 캐릭터를 옮겨 그려보고, 상상으로 만들어진 만화가의 머릿속도 탐험한다. 3층은 어른들이 좋아하고 4층은 아이들에게 매혹적인 공간이다. 옥상 공원에서 박물관 주변과 상동호수공원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관람이 끝난 후에는 2층으로 이동한다. 25만여 권의 만화 관련 자료를 소장한 만화도서관이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무료로 개방한다. 영상관람실에서는 DVD 애니메이션 감상도 가능하다. 자녀들이나 부모, 연인, 친구 등 누구와 찾아도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삼산체육관역 5번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야인시대 캠핑장이다. 드라마 <야인시대> 세트장을 캠핑장으로 개조한 시설이다. 박물관과 이웃한 야인시대 캠핑장에 부천 여행의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것도 방법이다. 5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해 가을 캠핑에 도전해볼 만하다. 자가 텐트 외에 현장에서 텐트를 빌릴 수도 있다. 주변의 고층 아파트촌이 도심 속 캠핑을 실감케 한다. 야인시대 캠핑장에서 육교를 건너면 상동호수공원이다. 원미구에 자리한 또 하나의 공원이다. 부천중앙공원의 약 1.5배 면적으로 2003년에 개장했다. 상동호수공원은 2만 3,000㎡의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3개의 산책로가 조성됐다. 호숫가에는 데크를 설치해 수변 경관을 조망하며 쉴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주변 아파트 단지와 웅진플레이도시 등이 물에 어린다. 호수를 끼고 있어 경관은 부천중앙공원보다 한 수 위다. 2008년에는 약 9,000㎡ 부지에 농업공원도 조성했다. 징검다리가 놓인 생태연못과 물레방아, 초가 등이 농촌 풍경을 재현해 피크닉 장소로 적합하다. 1박 일정이라면 야인시대 캠핑장과 한국만화박물관을, 반나절 일정이라면 상동호수공원과 한국만화박물관을 연계한 코스를 고려해볼 만하다. 상동호수공원과 접한 북쪽에는 테마파크 웅진플레이도시가, 한국만화박물관과 야인시대 캠핑장에 접한 남쪽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34점을 1/25로 축소한 미니어처 테마파크 아인스월드가 있다. 어느 쪽이든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여운을 느끼고 도심의 매력을 고루 누려보는, 지하철 7호천 부천 여행의 종착지로 손색이 없다. 부천중앙공원 -주소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소향로 162 -문의 : 부천시청 공원녹지과 032-625-3491 부천터미널 소풍 -주소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송내대로 239 -문의 : 032-719-2158 한국만화박물관 -주소 : 경기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1 -문의 : 032-310-3090 -이용요금 : 일반권 5,000원, 가족권(어른 2명+ 어린이 2명) 1만 5,000원, 4D 애니메이션 관람료 1,000원 별도 http://www.komacon.kr/comicsmuseum/ 야인시대 캠핑장 -주소 : 경기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1 -문의 : 1899-5584 -이용요금 : 임대 텐트(A~D동) 3만 원(1사이트 4인 기준. 화덕, 피크닉테이블 1개 제공), 자가 텐트(E~F동) 1만 5,000원(1사이트 4인 기준), 전기사용료 3,000원(연장선 15m 반드시 지참) 상동호수공원 -주소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조마루로 15 주변 음식점 -청출어람 : 전복요리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로253번길 10 / 010-2759-7482 http://blog.naver.com/frms123 -송화정 : 한정식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일로94번길 35 / 032-326-0770 -호미불닭발 : 닭발세트 / 경기 부천시 원미구 부일로237번길 14 / 032-325-4267 -스시웨이 : 초밥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 150 위브더스테이트 701동 2층 / 032-620-3774 숙소 -야인시대 캠핑장 : 경기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1 / 1899-5584 -고세호텔 : 경기 부천시 부천로6번길 56 / 032-667-5814 -로잔호텔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석천로170번길 15 / 032-327-1484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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