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 역사에 나타난 우리나라 최조의 국가는 고조선이다. 고조선의 건국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처음 쓰여졌다. 환인의 아들 환웅과 곰에서 사람으로 변한 웅녀가 결혼하여 낳은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는 이야기다. 단군왕검 이야기에는 신비로운 내용이 많다. 이것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하늘의 명을 받는 고귀한 민족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 민족이 중국과 대등하게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는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또한 고조선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 ‘칭~ 칭~ 칭’ 징을 세 번 치자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진다. 솔향이 녹아든 청정한 연못 속에도, 소슬한 가을 바람에 구름마저 밀려나간 하늘 자락에도 뚫을 듯 솟아오른 솟대. 그 사이 사이로 ‘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무사들의 장엄한 춤사위가 벌어진다. 보검이 지나다니는 길마다 칼의 노래가 흐른다. 솟대와 솟대 사이를 훨훨 날아 다니는 무사들의 몸놀림이 자연과 하나가 되니, 어디 몸놀림뿐이랴? 수자의 눈빛이 타오르면서 일순 불꽃을 터트린다. 실타래처럼 묶인 억겁의 세월을 풀어 내리는 강렬한 불꽃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 육십리 묵계 계곡을 타고 지리산 품 안 깊숙이 안겨든 삼성궁을 가다. 지리산 중에는 우리가 미처 모르는 수많은 구도자들이 골짜기마다 나름의 수행처를 두고 해탈을 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신선도’를 추구하는 젊은 수자들이 모여 일군 이색 마을인 삼성궁. 해발 850m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청학동 도인촌에서도 산길을 휘돌아 1.5 Km 가량 걸어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멀고도 험하다. 삼성궁은 민족의 성조인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신성한 성역으로 이 고장 출신인 한풀선사(강민주 씨)가 손으로 직접 쌓아 올린 곳으로 아직은 외지인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신비한 마을이다. 청학동으로 가는 길목에는 목장승이 허연 이를 드러내고 웃고 서 있는데 오른쪽은 도인촌이요, 다른 샛길이 바로 삼성궁이 있는 곳이다. 삼성궁 매표소를 따라 좁은 산길을 20여분을 올라가다 보면 막바지에서 다다른다. ‘민족통일대장군', ‘만주회복여장군’ 이라고 쓰여 있는 장승과 옹기종기 돌로 쌓아 올려진 입구로 보이는 돌문이 보인다. 그리고 걸려있는 커다란 징. 삼성궁에 들어가려면 우선 입구인 석문(石門)에 이르러 이 징을 세 번 쳐서 손님이 왔음을 알려야 한다. 징을 세 번 치니 과연 석문이 열리면서 고구려시대 복장에 칼을 차고, 긴 머리에 삿갓을 쓴 수자가 홀연히 나타난다. 다른 일행의 카메라에서 순간 플래시가 번쩍번쩍 터졌다. “사진은 그렇게 찍으시면 안됩니다.” “네에?” “상대방에게 먼저 예의를 갖추고 난 후 찍으셔야 하는 겁니다.”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일행 앞에 수자가 엄격한 표정으로 고구려 복장을 내민다. 일행 중 한 사람은 고구려식의 삼성궁 도복으로 갈아입어야 삼성궁 문이 열리는 것이라고 옆 사람이 살짝 귀띔해준다. 석문 입구에는 무단 침입자는 3,300배를 시키겠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으며, 궁내에서 음주, 흡연은 물론이요, 휴대폰도 엄금이라는 소리에 잔뜩 긴장한 채 수자를 따라 나선다. 어두침침했던 석문이 열리고, 삼성궁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산자락에 별천지 같은 넓은 공간이 펼쳐지고, 수천 개의 돌탑과 맷돌, 옹기들의 탑들이 총총 박혀있었다. 지리산 자락을 30여 분간 힘들게 올라와 만난 또 다른 세상. 마치 사차원의 세계로 넘어간 기분이었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3만여 평의 넓은 땅. 그 위로 수백 개의 솟대와 태극문양을 본뜬 연꽃이 녹아든 연못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맷돌, 다듬이돌 등 우리 전통의 도구들로 가꾸어진 길과 담장의 전경이 아주 짜임새 있게 보인다. 10만평이 넘는 삼성궁의 넓은 땅을 둘러보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하는 건 ‘배달길’이라고 쓰여진 돌이다. 이 돌을 따라 걸으면 어느 한 곳도 놓치지 않고 궁내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삼성궁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은 단연 돌탑들. 전북 진안 마이산의 돌탑과 흡사한 모양의 원추형 돌탑, 맷돌만으로 쌓은 맷돌탑, 단자로만 쌓은 단자탑 등이 완경사를 이룬 골짜기 여기저기에 솟아 있는데 그저 돌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신성 지역이라는 것을 알리는 소도 역할을 하는 솟대. 솟대의 높이는 한길 정도에서부터 10m에 이르러 어마어마하다. 여기서 한풀선사가 하루 20여 톤의 돌을 지어날라 20년 동안 혼자 축조한 이 솟대는 5백개에 달한다고 하니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지금도 삼일신고의 정신에 따라 3천 3백 33새의 솟대를 세우고 있고 전국에 흩어진 맷돌을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삼성궁 내에 있는 이 솟대들은 어찌 보면 위태로워 보인다. 허나 워낙 정교하게 만들어져 비바람이 불어도 어느 것 하나 무너진 것이 없다 하니 가히 놀랄만하다. 그 외에도 무예를 닦는 타원형의 놀이마당, 산책로, 환인, 환웅, 단군의 영정이 있는 건국전, 삼성궁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팔각정 등이 있다. 특히나 배달길을 따라 돌다 마지막으로 궁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당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솟대와 단풍, 그리고 연못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름다운 하모니는 고행의 어려움을 씻어 내기에 충분하다. 자 그럼 여기서, 하나는 알고 넘어가도록 하자. 돌탑들의 배치나 조형미에 설치미술가들도 감탄하고 갔다는 이 오묘한 궁은 과연 누구의 작품인고 하니, 바로 한풀선사. 그에게서 도와 철학, 무예를 사사한 제자만도 수 백 명이요, 지금도 많은 제자들은 그의 수행을 따르고 있다고 하는데 이 돌 쌓기도 그 수행 중의 하나. 수자들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선식을 하고 법문을 읽거나 전통무예를 익히며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한풀선사는 일반인 앞에서 무술 시범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삼성궁 최대의 행사인 개천대제날 제례를 올릴 때 한풀이 춤을 보여준다고 한다. 일년에 한번 삼성궁이 단풍으로 발갛게 물드는 단풍제 기간에 천제날을 받아 ‘개천대제 열린하늘 큰 굿’ 이 열리게 되는데 이 큰 굿이 열리면 전국의 수자들이 본궁인 삼성궁으로 모여 각종 의식과 행사를 진행하게 되고, 이날만큼은 삼성궁 문을 활짝 개방해 삼성궁에서 직접 빚은 동동주도 파는 등, 누구 든 마음 놓고 들어와 구경할 수 있게 한다. 풍물놀이 공연, 삼성궁 수자의 선무, 선도무예, 오방신장춤 등 고구려 악기 체험, 고대역사체험, 전통문화공연관람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지는데 기회만 닿을 수 있다면 아무라도 무예를 전수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나 아름다운 가을단풍과 어우러져 주말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여정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한풀선사를 만날 수가 있었다. 허리까지 닿는 긴 머리카락에, 빛이 나는 눈동자, 긴 수염을 가진 전형적인 도인의 모습을 한 삼성궁의 한풀선사. 한 마디 해주십사 하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그는 단 한마디의 말만 던지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호랑이처럼 강인했던 우리 민족은 일본, 중국의 역사왜곡 등에서 보다시피 그간 너무 나약해져 있다. 사대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는 등 주체적인 민족혼을 정립하지 않는 한 민족의 미래는 없다 삼성궁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자는 가만히 생각해 본다. 과연 얼마만큼의 솟대가 더 쌓여야 그가 바라는 이화세계가 도래할는지... 마음 속에다 솟대 하나를 쌓아 올려본다. ※ 위 정보는 2016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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