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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조성된 ‘글라 6·25길’은 6·25 한국전쟁의 상흔을 기억하며 평화를 염원하기 위해 2023년 개통된 도보 코스다. 제주어인 ‘글라(가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70여 년 전 수많은 청년이 전쟁터로 향하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평화로운 내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약 9km에 걸쳐 전적지와 생활 터전을 차례로 이어 놓았으며 훈련소에서부터 기도를 올리던 교회, 포로수용소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숨결을 체감할 수 있다. < 탐방 코스 > ① 평화의 터 ( 모슬포 워커 운동장 ) → ② 옛 육군 제 1 훈련소 정문 → ③ 해병 3 ‧ 4 기 호국관 ( 구 육군 제 1 훈련소 지휘소 ) → ④ 강병대 교회 → ⑤ 옛 대정면사무소 → ⑥ 모슬포 천주교회 ( 사랑의 집 ) → ⑦ 대승사 → ⑧ 대정중 6·25 참전 소년병 추모공간 ( 침묵의 뜰 ) → ⑨ 신영물 → ⑩ 옛 중공군 포로수용소 → ⑪ 제 29 사단 발상탑 ( 주먹탑 ) 글라 6·25길 첫 코스인 평화의 터는 전쟁 당시 훈련소가 있던 자리이다. 당시 UN군 소속 윌턴 해리스 워커 총사령관이 방문했는데 그 이후로 ‘워커 운동장’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이 붙었다. ‘평화의 터’라 쓰인 상징물 너머로 미래의 꿈이 자라는 대정고등학교가 보인다. 도로 건너편에 이곳에 훈련소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상징물이 있다. 도로 양쪽에 우뚝 선 정문 지주. 한때 군홧발이 끊임없이 오고 가던 옛 육군 제1훈련소 정문이다. 1952년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게 설계되었다는 육중한 기둥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수많은 청년이 이 문을 통과해 훈련소로 들어갔다. 전투에 대한 두려움과 피맺힌 각오가 뒤섞였을 그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정문을 지나쳤다. 길을 왼쪽으로 살짝 꺾어 들어가면 해병 3·4기 호국관이 나타난다.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건물은 광복 이후 전쟁이 터지자 해병대 훈련소로 활용되었다. 1950년 6월 27일, 해병대 사령부에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음을 알리며 청년들의 입대를 호소했는데, 제주 전역에서 3,000여 명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 중에는 여군도 126명이 되었다. 혹독한 훈련을 마친 후 제주 산지항을 떠난 해병대 3‧4기는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탈환 작전을 비롯해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미국 해병대도 포기했던 도솔산 격전지에서 승리하면서 ‘무적해병’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호국관에는 이들이 지나온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앳되어 보이는 사진과 꾹꾹 눌러쓴 편지, 해진 군복과 모자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마다 열아홉, 스무 살 청춘들이 품었을 결연한 마음이 배어 있다. 호국관을 나와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강병대 교회가 나온다. 1952년에 훈련소장이었던 장도영 장군이 장병들을 위해 세운 교회다. 현무암을 쌓아 올린 벽체와 흰 테두리를 덧댄 아치형 창문이 투박해 보이지만 이 공간엔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다. 전쟁터로 떠나기 전 젊은 병사들은 이곳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을 것이다. 살아서 돌아오게 해달라고, 가족을 지켜달라고. 교회 안은 고요하지만 그 간절함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교회 아래쪽에는 옛 대정면사무소가 있다. 1955년에 건립된 2층 높이 건물로 초기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1980년까지 대정면사무소로 쓰였으며 이후 보건소로 사용되다가 2018년부터 대정현 역사자료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대정지역 역사 연구로 개방이 잠시 중단되었다. 마을 안쪽 길로 접어들면 곧이어 모슬포 천주교회에 닿는다. 단정하게 지어진 본관 뒤쪽에 ‘사랑의 집’이라 불리는 단층 건물이 있는데 이름에 담긴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성당을 건립할 때 당시 송악산 쪽에 수용되어 있던 중공군 포로들이 투입되었는데 이들 중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공사에 참여했다고 해 처음에는 ‘통회(痛悔)의 집’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후 고병수 신부가 적이었어도 사랑으로 용서하자는 뜻을 담아 ‘사랑의 집’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전쟁의 상처가 참회와 용서로 승화된 공간이다. 모슬포 천주교회에서 1코스와 2코스가 갈리기 때문에 안내 표지를 잘 보고 가야 한다. 호국관에서 탐방 코스 안내 지도를 미리 챙겨 오면 유용하다. 1코스는 대승사 쪽으로, 2코스는 신영물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대승사는 작은 절이지만 이곳에도 전쟁의 그림자가 있다. 훈련 도중 사망한 훈련병들을 화장해 임시로 안치했던 곳이 바로 대승사이다. 유골 가운데 일부는 절 앞바다에 뿌려지고 전쟁 후에는 국립묘지에 안치되었다.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 그들의 영혼이 머물러간 장소에서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전쟁의 비극은 결코 숫자로만 남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길은 다시 대정중학교 ‘침묵의 뜰’로 이어진다. 6·25 전쟁 때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학생들의 이름을 새긴 기념비와 조형물이 자리해 있다. 전쟁은 아이들이라고 비켜 가지 않았다. 대정중학교에서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린 나이에 총을 들어야 했던 학도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침묵 속에 새겨진 그들의 희생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잠시 추모의 묵념을 올린다. 학교를 나와 신영물로 향한다. 물맛이 좋아 ‘신령이 보낸 물’ 같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매립되어 옛 풍경이 사라져 버렸지만, 전쟁 당시 주민과 피난민의 식수원이자 훈련병들의 빨래터로 쓰였던 귀한 장소였다. 땀에 젖은 군복을 빨고, 목을 축이고, 얼굴을 씻던 곳. 힘겨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숨을 돌리며 삶을 이어갔을 터이다. 그 모습이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1코스는 이곳에서 마무리된다. 2코스는 1코스에 더해(대승사 제외) 옛 중공군 포로수용소와 제29사단 발상탑 두 곳을 추가하면 된다. 다만 두 곳 모두 먼 거리이기 때문에 소요 시간과 체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신영물에서 중공군 포로수용소까지 약 3km, 여기서 제29사단 발상탑까지 다시 3km가량 된다. 특히 사방이 탁 트인 들녘 지대를 걷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차량으로 이동하거나 다음 기회에 완주하기를 추천한다. 옛 중공군 포로수용소는 전쟁 때 거제수용소에서 이송해 온 중공군 포로들을 수용했던 곳이다. 수용소 정식 명칭은 ‘제20수용소’. 모슬포 천주교회 ‘사랑의 집’ 건축 공사에 이곳 수용소 포로들이 동원되었다. 전쟁은 먼 남녘 제주의 작은 마을에까지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밭 사이에 한쪽 담벼락만 남아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다. 2코스 종점인 제29사단 발상탑은 일명 ‘주먹탑’이라고 불린다. 1953년 제29사단이 창설되면서 군 역사상 처음으로 태권도를 보급해 태권도의 발상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주먹을 불끈 쥔 형상이 당시 장병들의 기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글라 6·25길은 대부분 평지로 구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평화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되새길 수 있다. 글라 6·25길 여정을 마친 후 제주 렛츠런파크를 찾으면 또 다른 전쟁 영웅을 만날 수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 해병대 군마 ‘레클리스(Reckless)’가 그 주인공이다. 레클리스는 포격이 쏟아지는 전장에서도 탄약과 물자를 운반해 수많은 해병대원의 생명을 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57년 군마 최초로 미 해병대 하사로 진급했으며 ‘라이프’지에서는 ‘미국 100대 영웅’에 선정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레클리스가 제주마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원래 ‘아침해’라는 이름을 가진 경주마였으나 전쟁 중 군마가 필요했던 미 해병대에서 구입해 탄약 수송병 임무를 맡긴 것이다. 용맹한 활약상을 보인 레클리스는 전쟁 후 미국으로 이송되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영웅으로 예우받았다. 미국 전역에 6개의 레클리스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한국에는 경기도 연천과 렛츠런파크 제주에 동상이 건립되어 있다. 글라 6·25길을 걸으며 되새긴 평화의 의미와 레클리스의 헌신 정신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전쟁의 기억을 잊지 않고 평화의 소중함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글라 6·25길이 만들어진 이유일 터이다. “글라!” 제주 대정읍에서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뎌 보자. <글라 6․25길> <1코스> 탐방코스 : ①평화의 터(모슬포 워커 운동장)~⑨신영물 탐방거리 : 약 3km소요시간 : 약 1시간 <2코스> 탐방코스 : ①평화의 터(모슬포 워커 운동장)~⑪제29사단 발상탑 탐방거리 : 약 9km소요시간 : 약 3시간 찾아가기 : 제주국제공항에서 151, 151-1번을 탑승해 대정고등학교 정류장에서 하차. 바로 뒤 편이 평화의 터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 해병 3․4기 호국관 야외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출발점인 평화의 터까지 도보 약 5분 소요된다. 문의 : 064-710-8402(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 보훈과) <렛츠런파크 제주> 주소 : 제주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2144 문의 : 1566-3333 글·사진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5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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