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 멀리 떠나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좀처럼 여행의 짬을 낼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여행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도심 여행이다. 그중에서도 특정한 길거리를 중심으로 한 골목길 탐방 여행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울의 방배동 하면 카페골목을 연상하지만 이곳에 새로운 길이 있다. 최근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방배동 사이길’로 뚜벅뚜벅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방배사이길’이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간(間)의 의미를 갖는 우리말 ‘사이’는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관계를 의미한다. 사이를 규정하는 것이 시간과 공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방배로 42길을 ‘사이길’로 부르는 것은 단순한 공간적(지리적)인 사이뿐 만 아니라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간의 문화적, 사회적인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42’를 ‘사이’로 읽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 사이길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곳에 둥지를 튼 문화예술인 10여 명이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하여 ‘방배사이길 예술거리 조성회’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운영하면서 부터이다. 채 2년이 안된 지금에는 30여 명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성장했고 회원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이길 아트 지도’이다. ‘아우름’이라는 선물, 예단 포장 전문 업체의 디자이너인 김희정 씨의 작품이다. 손으로 하나하나 수놓듯이 그린 ‘사이길지도’가 이 거리의 이상향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방배동 사이길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개천절 휴일을 맞아 느지막한 아침을 먹고 사이길을 찾아갔다. 높다란 담벼락에 ‘방배동42길’ ‘1←72’ 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첫 느낌에 짧은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 보아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지도상으로는 300 미터가 채 되지 못한다.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복잡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가로수길이 처음에는 한적한 거리였지만 지금은 복잡한 거리로 변하면서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곳 사이길이 제격이다. 가로수길을 ‘산문’으로 표현한다면 사이길은 한편의 ‘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조용하고 한적하여 생각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매달 두 번째 토요일 11시부터 5시까지 ‘사이길 벼룩시장’이 열린다.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사이길에 둥지를 튼 가게를 중심으로 벼룩시장을 운영하는데, 트렌디한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이다. 봄과 가을에 두 번 개최되는 ‘방배사이길 축제’에서는 아트바자회, 거리공연,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어린이들은 아트 공방 등에서 진행되는 은반지, 캔버스 백, 테디베어 만들기와 도자기 핸드 페인팅 등 다양한 창의 미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사이길에 있는 모든 가게를 다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공방, 홈 & 디자인, 갤러리, 카페 등 4가지로 나눠서 필자가 방문한 가게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길을 걷다보니 ‘향수공방’이 눈에 들어온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이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서 보니 생일을 맞이하여 여자 친구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만드는 중이다. 100가지가 넘는 베이스와 천연 오일 20여 개 중에서 향수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그들만의 향기를 디자인하고 이름을 붙인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도자기 핸드 페인트 공방인 ‘세라워크’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진열장에 가득한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세라믹 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라워크에서는 도자기 강좌 뿐 만 아니라 테마형 생일파티도 진행한다. 기념품이나 답례품으로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서 선물할 수도 있다. 초벌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려 넣고 유약을 발라서 1,000도가 넘는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낸다. 이 모든 과정이 매장에서 다 이뤄진다. 매장 한편에는 도자기를 만들면서 입이 궁금하면 사 먹을 수 있는 ‘방배목장’ 이라는 천연 아이스크림도 있다. 가죽공예 전문 공방인 ‘알라맹 (a la main)’에 들어서니 뚝딱뚝딱 망치소리가 들린다. 내 스타일에 맞는 가죽 가방, 지갑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바느질 수업과 인형을 만들 수 있는 공방도 여러 곳 있다. 주문 제작하는 쥬얼리 숍과 바늘 조각 인형 공방을 겸하는 ‘수메이드’ (Suemade), 친환경적인 바느질 이야기가 있는 핸드메이드 소품 숍인 ‘꽁뜨’ (le conte)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공방이다. 방배사이길에는 고풍스러운 앤티크 제품 뿐 만 아니라 트렌디한 유럽 제품 가게가 많다.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골고루 갖춘 홈 인테리어 디자인 편집숍도 눈에 들어온다.대표적인 가게로 북유럽풍 가정 인테리어 소품을 전문으로 하는 ‘루밍’이 있다.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는 가게의 내부는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들어가 보니 Vitra와 같은 유럽의 브랜드 가정용 인테리어 소품, Design Letters 브랜드 주방용품 등을 판매한다. 주방용품과 가구 소품으로 인기가 있는 House Doctor와 하우스 파티 용품, 어린이용품 전문 브랜드인 Meri Meri 같은 제품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고 판매하는 ‘에잇컬러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에 자리를 잡은 수입 홈 앤 디자인 전문 업체인 마르멜로에서는 유럽의 유명한 벽지, 패브릭, 쿠션 제품 등을 만날 수 있고 오가니끄에서는 친환경적인 헤어, 보디, 핸드크림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수입 브랜드 숍 속에 자리 잡은 주방 그릇K-테이블 웨어 전문점인 ‘내찬기’가 이색적이다. 매장 입구에는 도자기 수십 개로 만든 샹들리에가 손님을 맞는다. 건강한 다이어트 찬기를 표방하는 1인용 찬기세트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만 담아낼 수 있어서 좋다. 내찬기는 서울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방배사이길에서 한 걸음 샛길로 들어가면 침구, 커튼, 쿠션 등 홈패션 디자인 전문 숍인 ‘아임디자인’과 선물, 기념품 포장 공예 디자인 전문 업체인 ‘아우름’이 자리 잡고 있다. 특별한 손님이나 이벤트에 활용하면 제격이다. 때로는 화려한 갤러리 보다 작지만 한적한 갤러리에서 대도시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방배사이길에도 이런 갤러리가 많다. ‘에이팩토리’는 그 이름만 보면 무슨 공장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a 는 art 의 약자가 아닐까 추측한다. 이곳은 권마테 작가의 갤러리이자 스튜디오이다.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발상,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8개 코스 강좌를 수강하면 작품 한 점을 완성할 수 있는 곳이다. ‘미나 아틀리에’ (Mina Atelier) 는 작지만 작가와 직접 소통하면서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가수와 보석 디자이너로 서로 다른 길을 가던 두 자매의 작업실인 ‘리사 앤 제이미 아틀리에’에 들리면 작가의 작품을 인쇄한 핸드폰 케이스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토스터에서 막 구원 낸 식빵처럼 따스함과 정열을 느낄 수 있고 젊은 예술가의 배출 통로 역할을 톡톡하게 담당하고 있는 갤러리 토스트도 들러보아야 할 추천 장소이다. 두세 시간 정도 사이길을 거닐다 보면 배가 출출해진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 된다. ‘켈리 갤러리 & 레스토랑’ (Kelly Gallery & Restaurant)이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그렇듯이 창문을 통해서 비치는 내부 풍경이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내부는 평범한 식당이라기보다는 갤러리에 더 어울린다. 벽은 전시공간으로 그림이 가득 걸려있고 테이블 장식이나 배치 모두 그림같이 예쁘다. 오늘의 메뉴인 오리 김치 볶음밥과 오일 파스타를 주문했다. 볶음밥의 밥 알갱이 하나하나에 양념이 골고루 배어 있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파스타는 면이 쫀득쫀득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진한 올리브 오일 향과 새우 그리고 마늘의 조화 또한 일품이다. 케이크 진열장에는 정말 먹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예쁘고 섬세한 케이크가 진열되어있다. 바로 인근에 92년부터 케이크 전문점으로 인기가 있는 ‘라리카페’가 있다. 최고급 영국 주택의 거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매장은 편안하면서도 고풍스럽다. 최고급 재료를 활용하여 만든 라리 케이크는 입에 넣는 순간 눈송이처럼 살살 녹는다. 당도를 절반가량 줄인 쉬폰 케이크를 주문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크림 맛과 최고급 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의 조화가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커피는 리필을 요청할 때마다 디자인이 다른 새 잔에 커피를 가져다 준다. 커피 맛에 더불어 잔 맛도 좋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리블랑제’ (Lee Boulanger) 프랑스빵 전문 베이커리를 빼먹을 수 없다.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프랑스에서 수입한 밀가루와 천연효모를 사용하여 발효시킨 빵을 구워낸다. 대표적인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발아현미빵이다. 주방이 오픈되어 있어서 빵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케이크나 마카롱을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은 르 꼬르동 블루 출신 파티시에가 운영하는 ‘도나 L.’ (Donna L.) 베이킹 스튜디오에서 제빵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자녀나 특별한 사람을 위해서 특별한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방배동사이길 -위치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42길 -찾아가는 법 : 방배동 함지박사거리나 서래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 -지하철 : 4호선 이수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13, 14번을 타고 함지박사거리 하차 -버스: 142 , 148 , 406 (서래 초등학교) 홈페이지 및 전화번호 -세라워크 : 02-796-4498 -알라맹 : http://blog.naver.com/jimy0003 -수메이드 : 02-534-8987 -꽁뜨 : http://blog.naver.com/etcho215 - 루밍 : http://rooming.co.kr/ -에잇컬러스 : www.8colors.co.kr -마르멜로 : www.marmelo.kr -오가니끄 : www.organiquebangbae.com -내찬기 : http://blog.naver.com/ktableware - 아임디자인 : http://imdesignmall.com/ - 아우름 : www.theaureum.co.kr - 에이팩토리 : http://blog.naver.com/wstar21c -미나 아틀리에 : 02-595-2455 - 리사 앤 제이미 아틀리에 : http://facebook.com/lisanjamie.atelier - 갤러리 토스트 : www.gallerytoast.com -켈리 갤러리 & 레스토랑 : 02-533-5803 -라리 : www.lalee.com -리블랑제 : 02-532-6410 -도나 L. : www.nandonna.com 주변 음식점 -더 페이지 : 프렌치토스트 / 서초구 동광로 77 / 02-536-5961 -빌라 오띠모 : 파스타 / 서초구 서래로3길 17-13 / 02-518-1946 -베키아에누보 (서래점) : 케이크, 파스타 / 서초구 서래로 24 / 02-3477-9263 http://www.vecchiaenuovo.co.kr/ 숙소 -서울팔래스호텔 : 서초구 사평대로 160 / 02-532-5000 http://www.seoulpalace.co.kr/kor/ -프렌드호텔 : 서초구 효령로 345 / 02-521-7111 http://www.friendhotel.co.kr/ -오스카호텔 : 서초구 서래로 49 / 02-599-3155 -더리버사이드호텔 : 서초구 강남대로107길 6 / 02-6710-1100 http://www.riversidehotel.co.kr/intro/intro.php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조덕현 팀장 ※ 위 정보는 2017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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