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흔히 광양을 ‘철의 도시’라 부르며 뜨거운 제철소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한낮의 열기를 피해 머물 곳이 도심 곳곳에 있다. 일본식 목조 건물, 옛 광양역 자리에 들어선 미술관, 연못이 있는 공원까지 모두 걸어서 닿는 거리다. 기차가 다니던 옛 터널에 만든 시원한 와인동굴도 멀지 않다. 올여름, 무더위를 피할 광양 여행지를 소개한다. ★ 광양 여름 여행 코스 ★ - 광양 서울대학교 남부연습림 관사: 읍내 한복판에 남은 백 년 된 일본식 목조 관사 - 전남도립미술관: 옛 광양역 자리에 들어선 공립미술관 - 유당공원: 500년 노거수가 그늘을 드리운 광양읍의 유서 깊은 공원 - 광양와인동굴: 기차가 다니던 옛 터널을 와인동굴로 되살린 도심 속 피서지 일본식 건축은 인천, 군산, 목포처럼 개항했던 항구도시에 주로 남아 있다. 그런데 광양읍 한복판에도 백 년의 세월을 품은 일본식 목조 건물이 자리한다. 남부연습림은 1919년 동경제국대학이 백운산 일대에 산림 연구와 실습을 위해 조성한 숲이다. 이를 관리하던 직원들의 관사를 광양읍에 지었다. 돌담 안으로 들어서면 각기 다른 멋을 지닌 두 동의 목조 건물이 앞뒤로 서 있다. 날개처럼 끝이 화려하게 올라간 팔작지붕 건물과 지붕 사면이 평평하고 단정하게 내려앉은 우진각지붕 건물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관사를 수리하며 발견된 상량문에는 1919년 3월에 지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광복 후에는 서울대학교가 연습림과 관사를 관리했고, 2015년까지 실제 숙소로 썼다. 한동안 비어 있던 건물은 새 단장을 마치고 2024년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내부까지 개방된 적산가옥은 흔치 않으나, 1호 관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복도를 따라 양쪽에 방이 늘어서 있다. 문지방 위에 낸 환기창, 벽 바깥으로 돌출된 창틀 등 일본 주택의 특징이 잘 남아 있다. 빛을 은은하게 투과시키는 창호지와 벽면을 완전히 개방할 수 있는 미닫이식 구조는 실내 채광과 환기를 원활하게 해준다. 편백 욕조가 놓인 욕실 맞은편의 미닫이문을 열면 다다미방이 나온다. 방과 정원 사이에는 유리창을 두른 긴 툇마루가 있다. 방에 앉아 창문 너머 정원을 바라보며 쉬기 좋다. 관사 주변의 작은 정원도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들이 푸른 숲을 이루고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데, 이 작은 숲길을 걷다 보면 여기가 읍내 한복판이라는 사실마저 잊게 된다. 여행 TIP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해 건물의 내력을 들으며 돌아볼 수 있다. 광양 서울대학교 남부연습림 관사 - 주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시 광양읍 매천로 801 - 운영 시간: 10:00~17:00 ※ 설·추석 연휴 당일 휴관 - 문의: 061-797-3333, 061-797-2418 전남도립미술관은 세계의 동시대 미술과 남도의 미술을 나란히 보여주는 곳이다. 개관 이래 지역 작가들을 조명하는 기획전을 꾸준히 열었고, 해외 작가의 작품도 선보인다. 허백련, 김환기, 천경자 등 남도가 길러낸 거장들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아 왔다. 미술관은 옛 광양역 터에 들어섰다. 1967년 문을 연 광양역은 2011년 경전선 복선 전철화로 자리를 옮겼다. 기차를 연상케 하는 긴 건물은 과거 기차역이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건물 전면을 감싼 유리 외벽은 비스듬히 기울어, 거대한 지붕처럼 보인다. 건물 옆을 따라 정원을 걷다 보면 마치 기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에 서 있는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층고가 높은 로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유리 벽을 통과한 자연광이 시간대에 따라 실내의 표정을 바꾼다. 길게 이어진 미술관 복도를 걸으면 조용히 산책하는 느낌이다. 관람객들은 곳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유리창 너머 바깥을 감상한다. 수시로 변하는 하늘도, 지나가는 사람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1층 전시실에서는 2027년 2월까지 《굿모닝 미스터 백 & 정(GOOD MORNING MR. PAIK & JUNG)》이 열린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과 음악가 존 케이지,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의 우정을 좇는 전시다. 1958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20세기 예술의 흐름을 바꿨다. 미술관이 기증받은 《정기용 컬렉션》의 사진과 판화 30여 점이 세 사람이 나눈 30여 년의 교감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미술관 곳곳에도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시기마다 다채로운 기획전이 바뀌어 걸린다. 이번 여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특별한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2026년 7월 14일부터는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데이터 사피엔스》가 열린다. 몸으로 지혜를 쌓아 온 인간과 데이터로 지능을 익힌 AI가 만나는 시대를, 여러 작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짚는 전시다. 전시를 둘러본 뒤에는 1층 카페 '플랫폼 660'에서 숨을 고른다. 660이라는 숫자는 미술관 주소에서 따왔다. 카페는 아트숍을 지나 안쪽에 자리한다. 광양을 상징하는 꽃 매화 작품이 걸린 아늑한 공간이다. 통창 밖으로는 한여름의 볕이 쏟아지지만, 유리 안쪽은 고요하고 시원하다. 차가운 음료를 앞에 두고 방금 본 전시의 여운을 나누기 좋다. 전남도립미술관 - 주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시 광양읍 순광로 660 - 운영 시간: 10:00~18:00 (입장 마감 17:3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당일 휴관 ※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21:00까지 연장 개관 (입장 마감 20:30) - 이용 요금: 대인 1,000원, 어린이·청소년·대학생·군인·예술인 700원, 도민·전남사랑도민증 소지자 50% 할인 - 문의: 061-760-3242 미술관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곳에 오래된 정원이 있다. 버들 '유(柳)', 연못 '당(塘)'.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와 연못이 있는 공원이다. 유당공원의 역사는 조선 중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528년부터 1533년까지 광양현감을 지낸 박세후가, 읍성이 바다에서 보이지 않도록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들은 훗날 무성해져 방풍림 역할을 해냈으며, 이곳은 지금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으로 남아 있다. 수백 년을 살아낸 나무들이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유당공원에는 봄마다 흰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가 유명한데, 꽃 피는 시기에 방문하면 달큼한 향이 나무 아래 고인다. 공원 가운데에는 버들못이라 불리는 연못이 있다. 여름이면 다양한 수생식물이 수면을 채우고, 그 사이로 연꽃이 피어오른다. 푸조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왕버들 같은 고목도 지나온 세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줄지어 선 푸조나무 아래에 서면, 아름드리 둥치에서 시간의 두께가 느껴진다. 공원 한편에는 광양 곳곳에 흩어져 있던 비석을 모은 비석군이 있다. 광양현감과 관찰사의 선정을 기리는 선정비가 이곳의 내력을 전한다. 그 곁에는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광양 출신의 군인과 경찰들의 넋을 기리는 참전유공자기념비와 충혼비가 서 있다. 이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연못 한가운데 섬에 세운 전각이 바로 ‘충혼각’이다. 짧은 다리를 건너야 닿는 충혼각은, 치열했던 역사적 아픔을 뒤로한 채 오늘날에는 여름날의 은은한 연꽃 향기가 번지는 평화로운 쉼터가 되어 방문객에게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 유당공원 - 주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시 광양읍 백운로 24 - 문의: 061-797-3333 광양와인동굴은 본래 화물열차가 다니던 터널이다. 경전선은 광양역을 지나 제철소 방향으로 갈라졌다. 철로 개량 공사로 쓰임을 다한 석정터널은 2017년 7월 와인동굴로 다시 태어났다. 주차장에서 언덕을 오르면 포도와 폭포를 그린 벽화 사이로 말굽 모양의 동굴 입구가 나온다. 한 발짝만 들어서도 바깥 열기가 금세 가신다. 연중 17도 안팎을 지키는 동굴 공기 덕에, 밖이 무더울수록 안이 반갑다. 동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와인 바가 여행객을 맞는다. 국내와 세계 여러 산지의 와인을 전시·판매하고, 잔으로도 맛볼 수 있다. 입장권에 와인 한 잔을 더한 묶음 상품을 고르면 서늘한 동굴 안에서 느긋하게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 301m 터널을 걷는 동안 볼거리가 이어진다. 초입에서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와인의 역사와 종류를 살펴볼 수 있다. 이어서 이집트 벽화를 연상케 하는 부조가 시선을 끈다. 곳곳에 놓인 오크통은 와인 저장고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붉은 하트 조형물 앞 벤치는 나란히 앉아 사진 찍기 좋고,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서는 색색의 조명이 사방으로 번진다. 전구가 빼곡히 이어지는 빛의 길도 발길을 머물게 한다. 동굴 여행의 끝에는 향긋한 족욕장이 기다린다. 와인을 푼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 얼굴에는 서늘한 기운이, 발에는 기분 좋은 온기가 감돈다. 은은한 와인 향을 맡으며 잠시 쉬어가면 더위는 어느새 저만치 물러가 있다. 광양와인동굴 - 주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시 광양읍 강정길 33 - 운영 시간: 09:30~18:00 (매표 마감 17:20) - 이용 요금: 어른 7,000원, 지역주민·경로·장애인·단체(20인 이상) 6,000원, 청소년·어린이 5,000원 ※ 입장료+와인1잔, 입장료+와인족욕 11,000원 - 문의: 061-794-7788 | 글, 사진: 김덕식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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