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때마다 지역 전통시장을 찾는다. 지역 특산물을 쇼핑하는 재미도 좋고 정겨운 분위기, 맛있는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광주 대인예술시장에 갔을 때 외쳤다. “유레카!” 전통시장의 정겨움에 아기자기한 갤러리, 인생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멋스러운 카페, 재미난 공연까지 모두 갖췄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여행지다. 글 김숙현 사진 광주광역시, 한국관광공사 DB 대인시장은 규모가 크다. 입구도 여러 군데다. 입구 표시가 된 곳만 네 군데(동계천 입구, 동문다리 입구, 대인시장 남문 입구, 대인시장 주차장 입구)다. 입구 표시는 없지만 시장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더 많다. 초행이라면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리기 쉽다. 지도를 챙길 요량으로 대인시장 주차장 입구로 들어간다. 쭉 직진하니 ‘웰컴센터 대인스토리’가 보인다. 대인예술시장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 정보를 얻고, 지도까지 챙길 수 있으니 제일 먼저 찾아야 할 곳이다. 웰컴센터 맞은편 제1주차장이 야시장이 열릴 때 무대가 마련되는 유별난예술극장이고, 그 옆에 벽화로 장식된 대인예술시장 쉼터가 있다. 쉼터 맞은편은 제2주차장이다. 대인예술시장 쉼터 포토 존에서 기념 촬영은 필수. 도마 기술을 선보이는 양학선 선수 벽화와 무등산 벽화 앞에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귀여운 돼지 그림이 인상적인 건이네식육식당 앞에 위치한 수작(手作)으로 들어간다. 대인예술시장에서 운영하는 아트 컬렉션 숍이다. 마침 〈청년 작가 기획 아트 상품전〉이 열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트 상품이 많다. 당장 쓸모없어도 예술적인 감성 가득한 아트 상품 하나쯤 방에 걸어두면 팍팍한 일상이 조금은 말랑해지지 않을까?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한평갤러리 앞이다. 이름 그대로 한 평(3.3㎡)이 될까 싶게 좁아, 한눈에 휙 둘러보면 된다. 좁은 만큼 작품이 가깝고, 작가와 작품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대인예술시장에서 만나는 예술은 고상하고 먼 존재가 아니다.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있고, 모르면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친근함이 좋다. 대인시장은 한때 광주의 양대 시장으로 꼽히던 곳이다. 1990년대부터 쇠락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서며 침체기를 겪었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진행한 ‘복덕방프로젝트’를 통해 작업할 곳을 찾던 예술가와 시장의 빈 점포를 연결해줬다. 예술가들이 하나둘 입주하면서 시장 골목이 활기를 되찾고, 대인시장은 대인예술시장으로 거듭났다. 대인예술시장이 가장 반짝이는 시간은 토요일 저녁이다. 야시장 ‘별장’이 열리는 탓이다. 낮부터 시작된 시장 탐사가 저녁을 지나 밤까지 이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동절기(1~2월)와 혹서기(7월말~8월초)에 잠시 쉬고, 3~12월 토요일 저녁 7~11시에 열린다. 7시가 가까워지자 어느새 골목이 북적북적해진다. 공연이 펼쳐지는 유별난예술극장으로 향한다. 평소에는 대인시장1주차장으로 사용되다가 별장 때마다 무대로 변신한다. 재즈 공연, 4인조 성악 공연, 버블타이거즈의 벌룬 쇼가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그중 벌룬 쇼가 가장 흥미로웠다. 긴 풍선으로 순식간에 꽃을 만들고, 관객 참여를 유도해 어른도 즐거운 무대다. 재미난 공연을 보고 나서 골목으로 돌아간다. 시민이 참여하는 마스터 셀러의 매대가 이어진다. 가죽공예, 캘리그래피, 손도장, 베이커리, 핸드메이드 차와 잡화 등 판매하는 물건도, 참가자도 다양하다. ‘금손’이 어찌나 많은지 전문가 뺨치는 물건이 꽤 눈에 띈다. 마음에 드는 것을 모두 고르려면 지갑을 털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마스터 셀러 반대편은 예술가 셀러 존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의 자리인데, 마스터 셀러에 비해 매대는 적은 편이다. 대인예술시장 야시장은 그저 시끌벅적하고 먹거리로 가득한 야시장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별장 특유의 분위기를 지녔다. 키즈 존에서는 인형극이 열리고, 다육식물 화분 만들기, 한지 등 만들기, 어린이 댄스 버스킹 등 아이들이 참여할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다국적 밴드와 외국인의 버스킹이 열리는 드리머스는 늘 관람객이 많다. ‘편견과 차별의 벽을 허물어요!’라는 플래카드 앞에서 푸른 눈의 이방인이 달콤한 팝송을 부른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인종과 편견에 대해 곱씹어보는 공간이다. 시간 맞춰 공연을 보고, 이리저리 갤러리를 둘러보니 어느새 다리가 아프다. 다리도 쉬고 허기진 배도 채울 겸 먹거리로 눈을 돌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솥에 골뱅이가 가득하고, 홍합으로 국물을 낸 유부주머니, 집 나간 며느리가 냄새에 돌아온다는 전어구이가 유혹한다. 꿀이 주르륵 흐르는 호떡에 전 국민의 주전부리가 된 소떡소떡, 촉촉한 육즙을 품은 육전, 작은 게튀김, 바삭하게 구운 부침개 등 먹거리 천국이다. 수산물이 좋기로 유명한 대인시장인 만큼 생선이나 조개 등 해산물 먹거리가 많다. 오늘의 선택은 전어구이와 키조개관자치즈구이. 구울 때부터 냄새와 비주얼로 사로잡는 전어는 머리와 꼬리를 잡고 한입 덥석 베어 문다. 고소한 맛에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긴 줄을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키조개관자치즈구이는 설명 필요 없이 엄지 척이다. 육전에 물회까지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마스터 셀러 매대에서 구입한 마카롱은 달콤한 디저트다. 별장을 떠나기 전, 골목에서 자꾸 마주친 노란 부엉이 인형 탈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대인예술시장의 마스코트 ‘붱이’다. 붱이에게 인사하고 대인예술시장 탐방을 끝낸다. 먹고 싶은 메뉴가 한참 남았는데 폐장 시간이라니, 다음 별장을 기약하는 수밖에. ✔ 주소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194번길 7-1 ✔ 문의 062-233-1420(대인예술시장 별장프로젝트 사무국) ✔ 홈페이지 http://daeinmarket.modoo.at (대인시장) https://blog.naver.com/byeoljang (대인예술시장 야시장 별장) ✔ 식당 - 아리랑하우스 : 한정식｜광주광역시 동구 무등로321번길 2｜062-525-2115｜ http://ariranghouse.net - 대광식당 : 육전, 해물전｜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로7번길 5｜062-226-3939 - 1960백선청원모밀 : 메밀국수, 메밀짜장｜광주 동구 중앙로 174-1｜062-222-2210 ✔ 숙소 - 무등파크호텔 : 광주광역시 동구 지호로164번길 14-10｜062-226-0011｜ www.hotelmudeungpark.co.kr - 오아시타호스텔 :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로20번길 20｜010-4145-9965｜ http://www.oasita.com ✔ 여행 팁 대인예술시장 야시장 별장은 토요일 오후 7~11시에 열린다. 유별난예술극장에서 공연을 보거나 인기 있는 먹거리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고 싶다면 6시 30분쯤 도착할 것. 한평갤러리 앞, 대인예술시장 별장프로젝트사무국, 아트 컬렉션 숍 수작 앞에서 버스킹이 수시로 열린다. 공연과 전시 정보는 별장프로젝트사무국에서 발행하는 안내서를 참고한다. ※ 위 정보는 2018년 12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