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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안의 자연은 한 편의 시처럼 깊고 느리게 펼쳐집니다. 석정문학관에서 신석정의 언어를 읽고, 그가 ‘청구원’이라 이름 붙인 집과 뜰을 거닙니다. 여정의 끝에는 수만 권의 책을 쌓은 듯한 채석강이 기다립니다. 시인의 문장과 땅의 시간이 나란히 이어지는 부안 여행입니다. 📖 시와 풍경을 따라가는 부안 여행 📖 - 석정문학관: 친필 원고와 유품으로 만나는 신석정의 문학 - 신석정 고택: 『촛불』과 『슬픈 목가』를 길어 올린 청구원 - 채석강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 파도와 시간이 빚은 거대한 바위 책장 부안읍 선은리에 자리한 석정문학관은 부안 출신 시인 신석정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공간입니다. 신석정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1년에 문을 열었으며, 시인이 살았던 신석정 고택과 나란히 자리합니다. 건물 정면의 통유리에는 두루마기를 입은 시인의 모습이 크게 새겨져 있어 문학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신석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전시실 입구에서는 ‘시대를 밝힌 촛불’이라는 문구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신석정은 부안의 산과 들, 하늘과 바다를 서정적인 언어로 노래한 시인입니다. 그의 작품은 자연을 향한 동경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과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현실의 어둠과 인간의 자유도 함께 응시했습니다. 전시실에는 『촛불』, 『슬픈 목가』,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 등 생전에 펴낸 다섯 권의 시집이 놓여 있습니다. 특히 1939년에 발행한 첫 시집 『촛불』과 1947년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의 희귀 초판본도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진열장 너머에서도 낡은 표지와 활자의 질감이 시인이 지나온 시간을 고스란히 전합니다. 신석정이 남긴 서예와 문인화도 눈길을 끕니다. 힘 있는 붓글씨와 난초를 그린 묵란도, 산수화와 병풍을 차례로 살피면 그의 예술 세계가 시에만 머물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실 곳곳에는 대표 시구를 새긴 유리 패널과 생전의 집필·생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이어집니다. 시구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시인의 문장이 설명문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석정의 지인관계’ 전시에서는 스승과 선배, 동료 문인, 제자들과 맺은 인연을 사진과 자료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석정은 서울 개운사 불교전문강원에서 석전 박한영에게 불전을 배웠으며,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박용철과 정지용, 김기림 등 여러 문인과 교류했습니다. 개인의 창작 세계가 당대 문단의 흐름과 어떻게 맞닿아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석정의 방’은 시인의 집필 공간을 재현한 코너입니다. 푸른 한복을 입고 서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시인의 모습을 모형으로 표현했으며, 주변에는 책장과 병풍, 고서와 벽시계 등을 배치했습니다. 별도의 유리 진열장에서는 시인이 사용한 안경과 담뱃대, 벼루, 도장, 수첩과 의복 등을 만납니다. 손때 묻은 생활 도구와 친필 원고는 자연과 시대를 노래한 시인이 일상에서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석정문학관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1길 10 - 운영 시간 [하절기(3~10월)] 09:00~18:00 [동절기(11~2월)] 09:00~17:00 ※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 날),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관 - 문의: 063-584-0560~1 석정문학관을 나서면 푸른 잔디밭 너머로 초가지붕을 얹은 신석정 고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석정의 첫 시집 『촛불』과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에 실린 작품들이 만들어진 문학의 산실입니다. 신석정은 1935년 이 집을 마련하고 ‘청구원(靑丘園)’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우리나라를 이르던 옛 이름이기도 한 청구는 고향의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가꾸려 했던 시인의 마음이 담긴 이름입니다. 고택은 남부 지방의 일반적인 농가 형태를 갖춘 일자형 초가입니다. 부엌과 안방, 웃방, 건넌방이 차례로 이어지고 방 앞에는 툇마루가 놓여 있습니다. 낮게 내려앉은 초가지붕과 황토 벽, 반듯한 창호와 나무 기둥에는 꾸밈보다 생활을 앞세운 집의 단정한 멋이 배어 있습니다. 툇마루 앞에 서면 방 안에서 원고를 다듬다가 문을 열고 뜰의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았을 시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청구원은 집 한 채만을 가리키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앞뜰에는 큰 은행나무를 비롯한 여러 나무가 숲을 이루었고, 집 서쪽에는 시누대밭이 우거져 있었다고 전합니다. 시인은 나무와 꽃을 직접 가꾸며 자연을 생활 가까이에 두었습니다. 지금도 고택 주변에는 나무와 잔디밭이 넉넉하게 펼쳐져 있으며, 뒤뜰의 장독대와 우물터는 소박한 농가의 정취를 더합니다. 신석정은 이곳에서 자연을 이상향으로만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첫 시집 『촛불』에는 맑고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동경과 함께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현실을 견디려는 내면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광복 후 펴낸 『슬픈 목가』에도 식민지 말기의 불안과 고뇌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푸른 나무와 초가가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 이면에 시대를 외면하지 않았던 시인의 단단한 정신이 흐릅니다. 고택 주변은 신석정의 작품을 새긴 시비와 산책로, 정자 쉼터가 어우러진 시비공원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잔디밭을 따라 걷다 보면 초기 작품인 「기우는 해」와 「고운 심장」을 새긴 시비를 만납니다. 「기우는 해」는 신석정이 ‘소적’이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에 발표한 첫 작품입니다. 바다로 기우는 해를 바라보며 떠오른 감상을 담은 시로, 훗날 펼쳐질 자연 서정의 출발점을 보여줍니다. 정자에 잠시 앉아 초가와 나무를 바라본 뒤 시비 사이를 천천히 걷는 동안, 문학관에서 만난 시인의 문장이 실제 풍경 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신석정 고택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부안읍 석정로 63 - 문의: 063-580-4715, 063-581-5114, 063-584-2114 신석정의 시가 부안의 자연을 언어로 옮긴 기록이라면, 채석강의 절벽은 땅이 스스로 써 내려간 거대한 기록입니다. 격포항과 격포해수욕장 사이, 닭이봉 아래 해안을 따라 층층이 포개진 바위 절벽이 펼쳐집니다. 이름에는 ‘강’이 들어가지만 강물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해식 절벽과 파식대(파도가 깎아 평평해진 바위 바닥), 해식동굴이 이어지는 바닷가입니다. 채석강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듯한 퇴적암층입니다. 짙은 회색과 황갈색을 띤 얇은 지층이 수평으로 겹쳐져 있어 멀리서는 정교하게 쌓은 돌담처럼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층마다 색과 두께, 알갱이의 크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역암과 사암, 이암 등 서로 다른 퇴적물이 교대로 쌓이면서 만들어 낸 무늬입니다. 이 암석층은 약 7천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격포리층입니다. 당시 이 일대에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분지가 있었고, 그 안의 호수 바닥에 주변에서 흘러든 자갈과 모래, 진흙, 화산 물질이 오랜 시간 쌓였습니다. 굳어진 퇴적층은 이후 지각 변동과 바닷물의 침식을 거치며 지금과 같은 절벽으로 드러났습니다. 바위의 약한 부분에는 파도가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움푹 팬 공간이 생겼습니다. 작은 홈은 시간이 흐르며 깊어져 해식동굴이 되었고, 절벽 아래에는 파도의 침식으로 평평하게 깎인 파식대가 넓게 형성되었습니다. 썰물 때 바닷물이 물러나면 층리와 동굴, 바위 표면의 크고 작은 홈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평으로 쌓인 퇴적층과 이를 수직으로 잘라 낸 해식 절벽이 만나 채석강 특유의 경관을 이룹니다. 해식동굴 안쪽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어두운 바위가 서해의 수평선을 둥글게 감쌉니다. 동굴 입구의 거친 윤곽과 그 사이로 들어오는 푸른 바다와 노을이 한 장의 액자처럼 겹쳐집니다. 격포항 방파제 쪽에서는 바다로 길게 뻗은 절벽의 전체 윤곽을 비교적 넓게 바라볼 수 있으며, 해안으로 내려서면 층마다 다른 암석의 질감을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습니다. 채석강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변로 1 - 문의: 063-582-7808 ※ 위 정보는 2026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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