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겨울 하면 눈 내리는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여행자들 중에는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고택에서의 하룻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상북도는 양반의 고장답게 고택이 제법 많고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많다. 이번 겨울 경북의 고택을 찾아 따뜻한 아랫목에서 긴 겨울밤을 보내보면 어떨까? 청송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주왕산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청송읍에서 주왕산으로 가는 길, 청운동이라 불리는 마을에 성천댁이라는 오래된 고택이 있다. 조선 고종 때 행장능참봉을 지낸 임춘섭이란 사람이 이 집을 샀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집이 지어진 지는 대략 300년쯤 되었다고 한다. 성천댁은 청운동성천댁이란 이름으로 중요민속문화재 제172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천댁은 이 고택이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이곳에 거주하던 할머니의 택호다. 할머니는 16세 때 이곳에 시집와서 90세가 넘게 사셨다는데, 남편을 여읜 뒤로 혼자 고택을 지켰다고 한다. 성천댁은 경상북도의 전형적인 뜰집이다. 뜰집은 ‘ㅁ’ 자형 집으로 중앙에 마당이 있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작은 공간에 사랑방과 안방, 부엌과 외양간까지 갖췄다. 강원도나 경북 산간 지역은 겨울이 추운 데다 늘 맹수의 위협이 있었기 때문에 집안에 모든 것을 들여야 했다. 성천댁의 매력은 바로 마당이다. 아마도 이처럼 작은 마당은 세상에 없을 게다. 잘 압축해놓은 집 한가운데에 마당까지 만들다니…. 더구나 ㅁ자 지붕 사이로 마당만큼이나 작은 하늘도 보인다. 마당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성천댁은 전체적으로 아담하면서도 짜임새가 있어 옹기종기 오붓한 느낌이 절로 든다. 성천댁은 안채와 사랑채로 이뤄졌다. 안채와 사랑채에는 각각 방이 2개 있다. 사랑채는 미닫이문으로 나뉘고, 안채는 뒷방과 큰방으로 각각 나뉜다. 사랑채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구가 준비되어 있고, 안마당에서는 투호, 널뛰기, 자치기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문간채는 입식 주방과 간단한 취사도구가 준비되어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기도 들여놓았다. 예약은 전화로만 받는다. 1990년 임하댐 건설로 지례마을이 물에 잠겼다. 지례마을은 조선 숙종 때 남인의 종장이었던 지촌 김방걸을 입향조로 3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마을이었다. 댐 건설로 마을은 통째로 사라지고, 일부 고택만이 옛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으로 옮겨졌다. 바로 지례예술촌이다. 지촌종택과 지촌제청, 지산서당 등이 1985년 문화재로 지정되어 마을 뒷산 골짜기에 차례로 이전되었다.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마을이 수몰되기 전 《꽃신》의 저자인 소설가 김용익 씨가 마을을 찾았는데, 곧 수몰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미국의 예술인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술인촌은 문학, 미술, 음악을 하는 예술가들이 오래도록 머물며 예술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집단 거주지를 말한다. 김용익 씨의 제안으로 지촌종택과 부속 건물들을 옮겨 지례예술촌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례예술촌은 지난 2011년에야 도로가 포장됐을 정도로 오지 중 오지다. 안동에서 청송으로 가는 34번 국도변에서 수애당을 지나서도 11km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야 지례예술촌에 이른다. 예전에 프랑스 대사 부부가 지례예술촌을 찾아가다 험한 산길에 길이 산중으로 이어지자 납치로 오해했다는 일화도 있다. 하지만 오지에 있기에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인뿐 아니라 수려한 풍경 속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 끊이지 않는다. 지례예술촌에는 지촌종택, 지산서당, 정곡강당 등 17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예술인들의 장기 체류도 가능해 예술인촌의 면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촌종택 앞에 자리한 별묘는 지례예술촌에서 전망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지촌 김방걸 선생의 시 <무언>의 끝자락에 나오는 “종일토록 말없이 푸른 산을 보네(終日無言對碧岑)”라는 시구처럼, 임하호를 휘감은 아름다운 풍경이 그만이다. 고택체험은 지례예술촌 홈페이지( www.jirye.com )에서 예약하면 된다. 안동 반가의 정갈한 음식이 제공되는 식사도 가능하다. 영양군 두들마을은 석계 이시명 선생을 입향조로 한 재령 이씨 집성촌이다.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음식디미방》과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이기도 하다. 두들마을 병암고택은 1868년 이수준이란 사람이 지은 집으로, 현주인인 이병태 선생의 부친이 1950년대 구입한 집이라고 한다. 화매천 건너편에 병풍처럼 서 있는 바위산인 병암산을 따라 고택에 ‘병암’이라는 택호를 붙였다. 병암고택은 방도 많지만 아궁이가 10개나 되는 게 독특하다. 구들이 골구들이다 보니 아궁이가 많아져 겨울철에는 나무하는 것이 큰일이었다고 한다. 병암고택은 대문이 따로 없다. 고택을 둘러싸고 있던 흙담 한쪽을 툭 터놨기 때문이다. 사실 대문은 고택이 지어질 당시에도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집안에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나무에 가려 언덕 아래로 흐르는 화매천과 병암산의 산세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ㅁ’ 자형으로 된 병암고택의 문을 열고 안채로 들어서면 제법 넓은 마당과 대청마루가 눈에 들어온다. 병암고택은 두들마을에서도 대청이 가장 높다. 고택도 제법 큰 편이라 ‘ㅁ’ 자형 지붕 사이로 탁 트인 하늘이 선명하다. 대청 좌우로 안방과 뒷방이, 안방 아래로 부엌과 작은 사랑방이 이어진다. 뒷방 아래로 다락이 딸린 고방, 중방, 사랑채가 있다. 병암고택에서는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등에서 고택체험을 할 수 있다. 병암고택 외에도 재령 이씨 종택인 석계고택, 백천한옥, 영감댁, 이원박 고택 등에서도 고택체험이 가능하다. 성천댁 : 경북 청송군 청송읍 서당길 12, 010-5607-7272 지례예술촌 : 경북 안동시 임동면 지례예술촌길 427, 054-822-2590 http://www.jirye.com/ 병암고택 :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길 100, 011-527-8168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성천댁 :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 → 안동 방면 34번 국도 → 송현오거리에서 우회전 → 어가골교차로에서 영덕·안동댐 방면 → 정상교차로에서 영천 방면 35번 국도 → 길안면 소재지 → 914번 지방도 → 청송 읍내 → 대구·포항 방면 31번 국도 → 청운삼거리 → 성천댁 지례예술촌 :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 → 안동·영덕 방면 34번 국도 → 안동독립운동기념관에서 약 6km 진행 → 수곡교 → 지례예술촌 병암고택 :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 → 안동·영덕 방면 34번 국도 → 청송군 진보면 소재지 → 월전삼거리에서 31번 국도 → 석보교 → 석보면 소재지 → 두들마을 병암고택 2.주변 음식점 옥동손국수 : 국수 / 안동시 복주1길 51 / 054-855-2308 소슬밥상 : 한식 / 청송군 파천면 덕천길 39 / 054-873-6300 달기약수닭백숙 : 삼계탕 / 청송군 청송읍 약수길 42 / 054-873-2351 맘포식당 : 숯불갈비 / 영양군 영양읍 시장3길 15 / 054-683-2339 3.숙소 주왕산온천관광호텔 : 청송군 청송읍 중앙로 315 / 054-874-7000 검마산자연휴양림 : 영양군 수비면 검마산길 191 / 054-682-9009 치암고택 : 안동시 퇴계로 297-10 / 054-858-4411 http://www.chiamgotaek.com/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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