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 아래 한옥의 기와지붕이 빛을 발하고, 방 안에서 문 열고 내다보면 지붕 위에 걸린 하얀 구름이 둥실 떠간다. 밤이면 별빛이 마당에 가득 쏟아지는 곳, 양사재에서 경험하는 독특한 매력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여행지다. 낮게 이어진 기와지붕의 선이나 좁은 골목 풍경이 딱딱하고 네모반듯한 도시의 빌딩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날렵하게 하늘로 치켜 올라간 처마의 선도 시선을 잡아당긴다. 한옥마을에서도 양사재의 꽃담은 나그네의 발길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담쟁이 넝쿨을 풍성하게 이고 있는 꽃담이 예뻐서다. 그리고 담장 너머로 시골집처럼 정겹게 보이는 양사재가 고졸한 멋을 풍겨서다. 세월의 때가 잔뜩 묻어 있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이 반긴다. 넓지 않아도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어 툇마루와 한지를 바른 방문이 기다린다. 비가 내리는 날 기와를 타고 내리는 낙수 소리와 빗방울이 떨어져 흙 튀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내다보는 운치가 그만이다. 마치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 세상으로 순간이동한 느낌이다. ‘양사(養士)’, ‘선비를 기른다’는 뜻이다. 이름에서 집에 담긴 내력이 만만치 않음을 유추할 수 있다. 본래 양사재는 전주향교의 부속건물이었다. 서당 공부를 마친 재능 있는 청소년이 모여 생원, 진사시 공부를 하던 장소다. 진사시험에 합격하면 양사재에서 부표(附表)를 해야만 합격 사실이 인정될 정도로 선비들에게 매우 영향력 있는 교육공간이었다. 1951년부터 5년간 가람 이병기 선생이 기거하면서 후학을 기른 장소이기도 하다. 가람은 조선어학회를 조직해 우리말 연구와 어문 운동에 앞장선 국문학자이자 시조시인이다. 그가 양사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당시 양사재가 전북대학교 문리과대학의 전신인 명륜대학의 사택지였고, 가람은 문리대학장이었기 때문이다. 가람은 양사재에 기거하면서 시 짓고 난초를 쳤다. 그러면서 자신을 찾아 방문하는 문사들과 담론을 나눴다. ‘가람다실(嘉藍茶室)’이라는 현판이 걸린 방이 가람이 서재로 사용하며 집필을 하던 곳이다. 그의 집필 모습이 담긴 사진도 걸려 있다. 이후 양사재는 방치되다 1980년대 초 집터를 돋우고 옛 모습을 살려 민가로 활용되었다. 2002년 전주 한옥마을이 관광지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개인이 전주향교로부터 임차해 현재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사재에도 변화는 생겼다.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욕실을 마련했다. 도시의 아파트에, 여행지의 호텔에 익숙해진 게스트들이 공동욕실과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불편했던 모양이다. 이 외에도 집안 구석구석에는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혼란함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양사재는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세월의 무게를 이고 있는 기와지붕에서부터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는 초췌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한옥인 양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정체불명의 건물보다는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고 사람 냄새가 짙게 밴 모습이 좋다고 말한다. 2020년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세상 속에서도 양사재는 한옥 특유의 정취를 풍기며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정교하지 않은 목재건축 특유의 거침과 투박함이 온갖 기교를 뛰어넘어 도달한 자연스러움의 경지다. ※ Accommodation - 별채 : 가족형 객실이다. 4인 가족이 나란히 누울 수 있는 넓은 방이다. 양사재에서 가장 넓은 방이면서도 가장 구석에 자리한다. 방 안에 에어컨, 화장실과 욕실이 마련되어 있다. - 큰방 : 한옥의 전형적인 방이다. 1~2인이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방에는 별도의 가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게스트의 편의를 위해 에어컨과 욕실을 마련했다. 툇마루에 앉아 정원과 정원의 꽃들을 바라보는 운치가 뛰어나다. - 작은방 : 방의 형태는 큰방과 같다. 1~2인이 사용할 수 있으며, 방 안에 에어컨과 욕실을 마련했다. 방이 넓지는 않지만 가구를 두지 않아 방문을 열고 앉아 있으면 답답하지 않다. ※ Activities / Program - 한지엽서 쓰기 현재 양사재에서 진행하는 유일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주인이 만든 한지엽서에 가족, 친구 등에게 엽서를 보낼 수 있다. 한지엽서 쓰기는 무료로 진행되며, 엽서를 작성한 후 집 안에 마련된 우체통에 넣으면 주인이 발송해준다. ※ Travel information - 위치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오목대길 40 - 가격 : 5만5000~8만5000원(2인 1실 기준) - 문의 : 063-282-4959 - 전주 양사재 홈페이지 ※ 찾아가기 호남고속도로 전주 IC에서 나와 좌회전한다. 남원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다가 전주역을 지나 전주한옥레일바이크 앞아중역광장 삼거리에서 우회전 한다. 아중로 따라 직진해 가다 진안사거리에서 좌회전 해 전주한옥마을 방향으로 간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오목대 입구를 지나 오목대슈퍼를 끼고 우회전해 들어가면 오목대길 길가에 양사재가 위치한다. ※ 인근 여행지 - 경기전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임금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개성, 영흥, 전주, 경주, 평양 등 다섯 곳에 태조의 영정을 모셨다. 임진왜란 때 경기전을 제외한 네 곳은 모두 불타고 말았다. 현재 경기전의 어진은 고종 9년(1872)에 다시 그린 것이다. 전주한옥마을에 있지만 조경이 잘 꾸며져 있고 경관이 수려해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사극의 촬영지로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 자만벽화마을 자만마을은 6·25전쟁 때 피란민이 하나둘 모여들어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달동네였던 마을은 좁고 오래된 골목과 담장에 꽃, 동화, 풍경 등을 주제로 한 그림이 그려지면서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골목골목 벽화를 찾아다니며 마을의 정취를 느끼다가도 멀리 한옥마을의 기와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글 : 오주환(여행작가) 사진 : 권대홍(사진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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