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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서쪽을 흐르는 임진강은 역사 유적의 보고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무덤을 시작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연천에 남아 있는 고구려 3대성 중 제일로 꼽히는 호로고루성이 있고, 다시 걸음을 옮기면 고려 태조 왕건을 비롯한 4대 임금을 모시는 숭의전을 만난다. 고구려와 신라,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왕조의 역사를 만나는 여정에는 몇 구절 문장으로는 다 담아내지 못할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북한의 함경도와 황해도 땅을 적시고 연천으로 흘러드는 임진강은 예부터 전국의 물자가 모이던 집산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당나라와 연합한 신라군에 대항하기 위해 고구려는 임진강을 철통같이 방어해야만 했다. 그러나 고구려는 결국 나당연합군에 패하고 임진강변은 신라의 차지가 되었다. 신라의 수도 경주가 아닌 바로 이 강변 가까이에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무덤이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경순왕은 신라의 제56대 마지막 왕이다. 8년이라는 짧은 재위 기간 동안 새롭게 일어난 국가인 고려 쪽으로 민심이 기우는 가운데 후백제의 잦은 침입에 시달려야 했다. 무고한 백성들이 전쟁으로 고초를 겪는 것을 막고자 경순왕은 신라를 고려에 넘겨주고 왕위에서 물러났다. 경순왕의 아들은 비분강개하며 금강산으로 떠났는데, 그가 바로 유명한 마의태자다. 고려 태조 왕건은 경순왕을 태자보다 높은 직급에 봉하고 경주를 다스리는 사심관에 임명했다. 경순왕은 태조 왕건의 딸과 결혼한 후에는 경주를 떠나 개경으로 거처를 옮겼다. 978년에 그가 세상을 떠나자 신라 유민들이 경주에서 장례를 치르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고려 조정이 왕의 관은 도성 백리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고향의 흙에 묻히지 못했다.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왕릉이 자리 잡게 된 사연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짧은 오르막길을 지나면 외롭게 자리한 경순왕릉을 만난다. 왕릉이라 하기에는 규모가 작은데 거기에도 사연이 있다. 현재의 왕릉은 1747년에 경순왕의 후손들이 왕릉 주변에서 묘지석을 발견하면서 새로 정비한 것이다. 재정비 당시 왕에 대한 예우를 갖추어 조성한 것이 아니라 사대부 묘의 격식을 따라 꾸몄다. 능 주위를 두른 호석과 곡장은 일제강점기에 설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왕릉의 위엄 대신 곡절 많은 생을 살아야 했던 마지막 왕의 숨은 비애가 느껴진다. 수백 년 침묵을 홀로 견뎠을 왕의 무덤이 더욱 쓸쓸해 보여 쉽게 발길을 돌리기 힘들다. 문화해설사에게 경순왕릉에 깃든 자세한 이야기를 청해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경순왕릉을 나와 숭의전으로 향하기 전, 임진강변 여울목에 세워진 호로고루성도 꼭 들러보자. 숭의전은 태조 왕건을 비롯해 현종, 문종, 원종 등 고려시대 네 왕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려를 무너뜨린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지어졌다. 태조 왕건의 원찰인 앙암사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것으로 한국전쟁 당시 전소되었다가 1971년 재건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위패를 모신 정전을 비롯해 이안청과 전사청, 앙암재 등 부속 건물들이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나란히 자리 잡았다. 오른편으로는 고려 16공신의 위패를 모신 배신청이 있다. 숭의전 제일 왼편에 자리한 앙암재에서는 북한에서 가져와 전시되었던 태조 왕건 조각상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불상을 닮은 듯한 그윽한 미소에 전라의 모습인 것이 특이하다. 왕(王) 씨의 나라 고려를 무너뜨리고 이(李) 씨의 나라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왕 씨를 멸족하고 자신을 따르지 않는 고려의 충신들을 참했는데, 훗날 이 일을 두고 심하게 괴로워했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가 앙암사에 고려 태조 왕건의 위패를 모신 이후 문종은 전대 왕조를 예우하는 의미로 앙암사에 숭의전이라는 이름을 내리고 고려 충신 16명의 위패도 함께 모셔 배향하도록 했다. 또 멸족을 피해 전국으로 흩어져 숨어 살았던 왕 씨의 후손을 찾아내 토지와 노비를 하사하고 숭의전을 지키게 했다. 숭의전 인근 도로변에는 순례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숭의전을 지켰던 왕순례의 무덤이 있다. 먼 옛날 왕순례가 있었다면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솔부엉이 한 마리가 숭의전을 지키고 있다. 숭의전 외신문 앞 느티나무에 둥지를 튼 솔부엉이는 숭의전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경순왕릉 주소 :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 산18-2 문의 : 031-839-2143(연천군 문화관광과) 숭의전 주소 :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아미리 산10 문의 : 031-839-2143(연천군 문화관광과) 1.찾아가는길 경순왕릉 * 자가운전 37번 국도 문산IC로 나와 장남교에서 장남면 방면으로 가다 보면 경순왕릉에 닿는다. * 대중교통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편이 없다. 숭의전 * 자가운전 경순왕릉에서 나와 좌회전 후 372번 지방도를 따라 이동. 백학면 사거리에서 면사무소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숭의전이 나온다. * 대중교통 전곡터미널에서 58-5번 버스를 타고 숭의전 정류장에서 하차 2.주변 음식점 대교여울목 : 참게탕·참게장백반 /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청정로46번길 25 / 031-835-2527 백학가든 : 황태구이 /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찬우물길 8 / 031-835-5954 3.숙소 임진강유스호스텔 :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로87번길 34 / 031-835-0057 새둥지마을 :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노아로491번길 86 / 031-835-7342 4.기타 여행정보 연천군 홈페이지 www.iyc21.net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3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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