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 하면 으레 남쪽 먼 바다를 떠올리게 된다. 목포나 여수, 가까운 곳을 떠올려도 태안 정도. 한데 서울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도 얼마든지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인천이다. 인천에서 선상낚시가 가능한 곳은 인천항 서남쪽에 위치한 남항유어선부두다. 유어선부두는 이름처럼 유람선과 어선을 위한 전용 부두다. 선상낚시를 진행하는 업체들도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다. 인천 남항유어선부두에서 출발하는 선상낚시는 시간배낚시(어른 4만원, 청소년 3만원)와 종일배낚시(어른 7만원, 청소년 5만원)로 구분해 운영된다. 시간배낚시는 오전 7시 30분과 오후 1시, 두 차례 출항하며 시간은 5시간 남짓. 종일배낚시는 오전 4시에서 5시 사이에 출발해 오후 4시에서 5시에 부두로 돌아오니, 11시간 이상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시간배낚시와 종일배낚시 모두 인천대교와 팔미도 인근을 오가며 포인트를 잡는다. 선상낚시 승선료에는 '자세'라 부르는 줄낚시와 300g 무게의 추 그리고 낚싯대에 연결하는 채비(바늘과 추를 거는 고리로 구성된 장비)가 포함돼 미끼만 구입하면 빈손으로 가도 누구나 선상낚시를 즐길 수 있다. 유실 위험이 많은 추와 채비는 각각 3개씩 제공된다. 바다낚시용 릴낚싯대는 1만 원을 주고 추가로 대여할 수 있다. 승선료는 남항유어선부두에 있는 모든 업체가 동일하다. 아직은 수온이 조금 낮아 조황이 그리 좋지 않네요. 게다가 오늘은 사리라. 인천 남항유어선부두에서 국제유선바다낚시를 운영하는 이중현 대표의 말이다. 바다낚시, 특히 배 위에서 진행되는 선상낚시는 수온과 물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선상낚시에 적당한 수온은 대략 8℃ 내외, 물때는 사리보다 물살이 느린 조금이 낫다. 물론 이건 최적의 상황에 대한 얘기. 봄여름가을겨울, 바닷물 온도는 다를 수밖에 없고, 조금과 사리가 뒤바뀌는 건 우주의 섭리 아니던가. 그러니 진정한 낚시꾼이라면 상황을 탓하지 않는 법, 이라고 멋있게 말하고 싶지만, 화천 산천어 축제에서 산천어 몇 마리 잡아본 게 내 미천한 낚시 경험의 전부이다 보니 걱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어쨌든 오늘의 목표는, 어종과 크기를 불문하고 딱 한 마리다. 오후 1시 정각에 부두를 떠난 배는 30분 만에 인천대교 아래에 도착했다. 거대한 교각이 기둥처럼 솟은 이곳이 오늘의 첫 번째 포인트다. 선실에 비치된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갑판으로 나와 본격적으로 낚시 준비를 했다. 일단 낚싯대에 채비를 연결하는 게 순서. 채비에 있는 두 개의 고리 중 큰 고리를 낚싯대 끝에 걸고, 작은 고리에 추를 달면 준비 완료다. 미끼는 바다낚시의 명불허전인 갯지렁이. 우리가 흔히 우럭이라 부르는 조피볼락이 오늘의 타깃인 만큼 갯지렁이와 오징어를 함께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채비에 달린 두 개의 바늘에 갯지렁이와 오징어를 각각 꿰면 된다. 뚜~. 마침내 낚시 시작을 알리는 기적이 길게 울렸다. 갑판 위에서 이제나 저제나 선장의 신호만 기다리던 강태공들이 일제히 낚싯줄을 드리운다. 추에 이끌린 낚싯줄은 봄볕에 반짝이는 물비늘을 뚫고 거침없이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뒤, '쿵' 하는 둔탁한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승선 전, 이중현 대표가 귀띔해준 대로 릴의 레버를 두어 바퀴 돌려 고정시킨다. 선상낚시는 바닥까지 늘어뜨린 추를 30cm 정도 끌어올려 낚시를 한다고 해서 바닥낚시라고도 부르는데, 아마도 우럭과 노래미 같은, 이즈음에 잡을 수 있는 물고기들이 그 정도 수심에서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이지 싶다. 추도 적당한 높이에 고정시켰으니 지금부터는 지루한 기다림과의 싸움이다. 아니 솔직히 지루할 새가 없다. 찌를 사용하지 않는 선상낚시에선 미세하게 움직이는 낚싯대에서 잠시도 눈을 떼어선 안 된다. 7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은 수시로 자리를 옮기며 포인트를 찾는다. 그때마다 기적이 한 번 혹은 두 번씩, '뚜' '뚜뚜' 하며 울어댄다. 한 번은 낚시 시작을, 두 번은 이동할 테니 낚싯대를 거두라는 의미다. 그렇게 몇 번 포인트를 옮기는 사이,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탄식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슬슬 입질이 오고 있다는 좋은 징조다. 선상낚시는 이때부터가 중요하다. 입질이 왔다고 절대 서두르면 안 된다. 가벼운 입질에 성급하게 낚싯줄을 감아올리면 백이면 백 미끼만 떼이고 만다. 입질은 말 그대로 물고기가 미끼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는 건 아니다. 요령은 인내심. 입질이 오면 서두르지 말고 낚싯줄을 조금씩 감아올리며 약을 올려야 한다.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편하게 먹던 먹이가 슬금슬금 도망을 가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입질과 낚싯줄 감아주기, 그러니까 물고기와 강태공의 밀당은 성질 급한 쪽이 지게 되어 있다. 먹이가 맞는지 슬쩍슬쩍 건드려 보다 덥석 미끼를 물면 강태공의 승, 감질 나는 입질에 성급하게 낚싯줄을 감아올리면 물고기의 승이다. 물론 선상낚시는 강태공의 승리로 끝나는 해피엔딩이 대부분이다. 한 번 입질이 시작된 뒤로는 생각보다 자주 입질이 왔다. '기다려야 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손이 늘 말썽이다. '어, 아닌데' 하면서도 손은 이미 낚싯대를 들어 올리고 있으니, 한숨 섞인 탄식은 여기서 나온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 뒤 찾아온 또 한 번의 기회. 이번에야말로 단단히 마음을 다잡아본다. 꿈틀. '지금인가?' 다시 꿈틀. '아니, 조금만 더' 낚싯대를 쥐었다 놓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마음속에 참을 인 자를 열 번 정도 새겼을 때, 마침내 낚싯대가 활처럼 휘면서 '탱' 소리가 날 만큼 줄이 팽팽해졌다. 끊어질 듯 당겨지는 낚싯줄에서 놀란 물고기의 몸부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리저리, 갈팡질팡. 사납게 움직이는 녀석의 몸놀림에 투명한 낚싯줄도 덩달아 춤을 춘다. 그렇게 낚싯줄과 씨름하기를 몇 분, 아니 몇 초. 수면 위로 두루뭉술한 몸매의 우럭 한 마리가 '쓰윽' 하고 끌려나온다. 제법 묵직했던 손맛만큼 씨알도 꽤 굵다. 신기한 건, 낚시를 시작하고 3시간이나 지나 간신히 한 마리 잡은 것인데, 입질을 느끼고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그 몇 초가 무료하게 흘려보낸 몇 곱절의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밤새 낚시를 하고도 돌아서는 걸음을 아쉬워하는 '꾼'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던 순간이랄까. 손바닥만 한 우럭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낼 때, 실제 크기보다 몇 배는 커 보였던 것도 아마 비슷한 이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인천대교에서 다음 장소인 팔미도까지는 편안한 뱃길을 따라간다. 30분 정도 이어지는 항해는 말 그대로 유람을 즐기는 시간이다. 2층 데크에 올라 서해의 풍경을 감상해도 좋고, 휴게실에 누워 잠시 눈을 붙여도 좋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선사에서 마련한 광어회도 이 시간에 맛볼 수 있다. 주방을 갖춘 낚싯배에서는 라면 같은 간단한 요깃거리와 음료수도 판매한다. 브레이크 타임 동안 배를 채우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부두에서부터 끈질기게 따라붙은 갈매기들도 이때다 싶었는지 낚싯바늘에 꿰어놓은 갯지렁이와 오징어를 떼어먹느라 정신이 없다. 바늘에 걸리면 어쩌나 싶어 보는 사람이 다 조마조마한데, 쏜살같이 날아들어 갯지렁이만 날름 낚아채는 솜씨가 기가 막히다. 갯지렁이 맛을 알아버린 갈매기들은 새우깡에는 관심도 없다. 팔미도 인근에서는 이렇다 할 손맛을 보지 못했다. 이유는, 글쎄. 수온이 조금 더 내려가고 물살이 조금 더 세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있는 팔미도를 구경하느라 낚시에 그만큼 신경을 쓰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쨌든 목표했던 대로, 제대로 된 손맛도 봤고, 또 그 손맛만큼 짜릿한 서해의 봄 풍경도 마음껏 즐겼으니까. '뚜뚜' 낚시 종료를 알리는 기적 소리가 기우는 햇살을 좇아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국제유선바다낚시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축항대로 142 -문의 : 032-888-7977 http://www.kukjaenaksi.co.kr/ 주변 음식점 -예전 : 안심스테이크 / 중구 월미문화로 43-2 / 032-772-2256 http://ye-jeon.co.kr/ -태화원 : 중화요리 / 중구 차이나타운로59번길 10 / 032-766-7688 숙소 -센트로호텔 : 중구 연안부두로43번길 8 / 032-887-0490 http://blog.naver.com/hotelcentro -바이킹호텔 : 중구 연안부두로55번길 7 / 032-887-1539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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