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나고 자란 이들은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남다르다. 복잡한 도심 속,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문득 유년의 추억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시에서 아련한 옛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서울 토박이들의 고향이라 부르고 싶은 동네. 부암동은 소박한 감성과 감각적인 트렌드가 공존하는 곳이다. 부암동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호젓한 골목길에서 슬렁슬렁 헤아려봐도 열 손가락으로 부족하다. 부암동 산책은 평일이 좋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7022번 버스를 타고 부암동주민센터에 내리는 일이 주말보다 한갓지다. 부암동에 내려 조금만 걸으면 2001년 문을 연 클럽 에스프레소의 클래식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종류의 드립커피를 맛볼 수 있어 커피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드라마에 나와 부암동을 널리 알렸던 카페 '산모퉁이'로 가는 길에 '라 카페'가 있다. 입구에서부터 샌드위치에 쓸 채소를 직접 기르는 초록색의 작은 화분들이 인상적인 라 카페는 비영리단체인 나눔문화에서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서 직접 담근 상큼한 산딸기 티를 마시고 박노해의 인디아 상설 사진전을 관람하는 즐거움은 보너스다. 부암동은 카페도 좋지만 산책길도 커피만큼 향기롭다. 나지막한 담 너머로 정성 들여 키운 누군가의 꽃밭을 만나고, 담 너머로 뻗어가는 나무를 위해 담벼락을 헐어낸 누군가의 넉넉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읽는 재미가 가파른 언덕길에 만나는 산바람보다 시원하다. 숨차게 올라간 자하미술관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은 어느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보다 넉넉하고 진중하게 다가온다. 환기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소소한 풍경'은 예쁜 정원이 있는 2층 가정집을 개조해 퓨전 한정식을 선보이는 한식 레스토랑이다. 잘 꾸며진 정원이 내다보이는 1층의 편안한 분위기도 좋지만, 방마다 색다른 가구와 소품으로 개성 있게 꾸며놓은 2층은 모임이나 데이트 장소로 인기 있다. 런치와 디너로 준비되는 다양한 가격대의 코스 요리는 가지찜과 훈제한방오리구이 등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식전 호박죽은 계절에 맞춰 시원하게 준비되고, 오렌지 드레싱을 얹은 견과류 두부샐러드와 곤드레 밀전병과 김치 밀전병, 연어 카프레제가 전채 요리로 나온다. 식사 메뉴로는 훈제한방오리구이와 삼겹살구이가 따끈하게 준비되고, 얼큰한 가지찜과 잡곡밥, 기본 찬이 차려진다. 양념한 소고기를 가지 속에 넣고 육수에 매콤하게 끓여내는 가지찜은 말랑하고 폭신한 식감에 담백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영업시간 12:00~22:00. 런치 코스 1만 5,000원~2만 5,000원, 디너 코스 2만 2,000원~4만 2,000원 부암동 산책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치킨 골목에서 동양방앗간을 지나 산모퉁이 카페에서 백사실계곡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깊은 숲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과 작은 계곡을 걷다 보면, 도심 한복판에 이토록 울창한 숲과 계곡이 있다는 사실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백사실계곡을 걷고 부암동으로 돌아오면 가게를 오픈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는 '부암동 빙수집'이 기다리고 있다. 완주에서 계약 재배하는 팥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팥빙수에 들어가는 떡은 물론, 시럽과 연유까지 직접 만든다. 얼음 빼고는 모두 직접 만든다고 하니 신선하고 믿음직하다. 생딸기를 잼처럼 졸여 거칠게 갈아낸 얼음에 얹어내는 강렬한 비주얼의 딸기빙수는 특히 상큼한 맛을 사랑하는 여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한입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다.
영업시간 14:00~23:00, 월요일 휴무. 딸기빙수 8,000원, 팥빙수 7,000원(계절별로 메뉴와 가격 상이) 부암동에서 5분만 걸으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닿는다. 서울에서 붉게 물든 노을을 가장 쉽고 가깝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도심 속으로 해가 지는 풍경은 행성 B612에서 어린 왕자가 보았던 일몰처럼 쓸쓸하고 아름답다. 마침내 부암동의 '치맥'이 위안이 되어줄 타이밍이다. 부암동에서 꽤 유명한 '계열사'와 '몽스키친'은 늘 부암동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치킨 골목으로 들어서는 건널목 앞에 작은 골목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골목 사이에 있는 '사이' 치킨집이다. 독특한 간장소스와 숙주나물이 만나 부암동 치킨 골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부드러운 닭다리 순살 치킨과 아삭한 숙주가 채소 효소액이 들어간 간장소스와 함께 입안에 착착 붙는다. 평범한 프라이드치킨이 요리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영업시간 월~금 01:00~23:00, 토~일,공휴일 12:00~23:00. 사이치킨 2만 2,000원, 프라이드치킨과 숙주 2만 8,000원 라 카페 주소 : 서울 종로구 백석동 1가길 19 문의 : 02-379-1975 http://www.racafe.kr/ 소소한 풍경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0길 75 문의 : 02-395-5035 부빙 주소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6 문의 : 02-394-8288 사이 주소 : 서울 종로구 백석동길 1 문의 : 02-395-4242 1.주변 여행지 백사실계곡 : 종로구 부암동 115 / 02-2148-2835 경복궁 : 종로구 사직로 161 / 02-3700-3900 http://www.royalpalace.go.kr/html/main/main.jsp 북촌한옥마을 : 종로구 계동길 37 / 02-3707-8388 http://bukchon.seoul.go.kr/ 2.숙소 센터마크호텔 : 종로구 인사동5길 38 / 02-731-1000 자세히보기 세림호텔 : 종로구 인사동길 37-11 / 02-739-3377 자세히보기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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