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가을이 시작된 9월, 광역단위의 DMZ 접경지역을 최초로 아우르는 웰니스 축제가 열렸다. 자연, 삶, 성찰을 주제로 한 이번 ‘2026 DMZ PEACE FESTA’는 접경지역에 흩어진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여행으로 연결하는 축제다. 9월 12일 인천 강화 교동도에서 첫 막을 올린 페스타는 2주 뒤 강원 철원으로 무대를 옮겼고, 11월 9일에는 서울 청계천에서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서로 다른 풍경을 품은 두 지역에서 자연을 만나고,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고, 음악과 예술을 즐기며 DMZ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보냈다. 첫 여정은 강화 교동도에서 시작했다. 화개산전망대에서 서해를 바라보고, 대룡시장의 골목을 걷고, 철책을 따라 난 길에서 바람과 새소리에 귀 기울였다. 하루 동안 자연과 역사,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교동도의 풍경을 만났다. 첫 목적지는 화개정원에 있는 화개산전망대다. 화개산 중턱에 자리한 화개정원은 산과 바다, 섬의 풍경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공간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화개정원을 지나 전망대로 오르자 시야가 시원하게 열린다. 바닥이 투명한 스카이워크 아래로 서해가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교동도 너머 북녘의 연백평야까지 바라볼 수 있다. 이날 아침에는 ‘평화염원 요가·명상’이 열렸다. 스카이워크의 탁 트인 풍경을 앞에 두고 매트에 앉으니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먼저 몸을 깨운다. 따뜻한 햇살과 잔잔한 싱잉볼 소리가 어우러지고, 잠시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에는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까지 눈에 들어온다. 발아래로는 넓은 바다가, 머리 위로는 드높은 하늘이 펼쳐진 자리. 풍경과 요가가 어우러진 특별한 아침이었다. 요가가 끝나자 버스킹 공연이 이어졌다. 강화에서 활동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전망대 주변으로 번진다. 일반 공연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요가 매트에 편안하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듣는 노래가 오래 귀에 남았다. 페스타를 계기로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상설 운영도 계획하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전망대에서의 여운을 뒤로하고 화개정원을 내려오니 축제 분위기가 한층 활기를 띤다. 주차장 옆에 마련된 홍보부스에서는 강화의 특산물을 활용한 논알코올 칵테일인 ‘목테일’을 만났다. 이 목테일이 흥미로운 것은 한 잔의 음료에도 교동도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이다. 실향민의 삶과 기억을 지역의 맛으로 다시 풀어냈다. 어렵게 설명하기보다 한 잔의 음료와 지역의 재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음료를 맛보는 사이 바텐더의 칵테일 쇼도 펼쳐졌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화려한 셰이커 공중회전과 술병 저글링이 이어지고, 성공할 때마다 환호가 터져 나오며 축제 분위기가 한층 살아났다. 재료를 고르고 셰이커에 차례로 담은 뒤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인기가 많았다. 화개정원 매표소 주변에는 미니정원 만들기와 나만의 아로마 향수 만들기 같은 체험 부스도 마련됐다. 작은 정원을 손으로 꾸미고,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르는 동안 여행의 속도도 잠시 느려진다. 점심시간에는 화개정원 가까이에 자리한 대룡시장으로 향했다. 대룡시장은 교동도의 대표적인 여행 명소로, 한국전쟁 이후 교동도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고향의 연백시장을 기억하며 만든 시장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낡은 간판과 오래된 상점이 눈에 들어온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예전 이발소와 다방을 떠올리게 하는 가게들이 이어진다. 옛 모습을 간직한 식당과 점포가 여행객을 맞는다. 새로 단장한 관광지와는 다른, 생활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골목이다. 대룡시장의 또 다른 즐거움은 골목 곳곳의 먹거리다. 국수와 국밥을 파는 소박한 식당부터 옛날 과자를 파는 점방,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먹는 가게, 교동도 쌀로 만드는 떡집까지 발길을 붙잡는 곳이 줄을 잇는다. 따뜻한 쌍화차 한 잔을 마시거나 오래된 물건을 구경하다 보면 시장을 걷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 된다. 점심을 마치고 대룡시장 제비집에 다시 모였다. 오후 일정은 ‘DMZ 사운드 힐링’이다. 무학리 774지점에서 출발해 DMZ 철책길을 따라 난정리 해바라기공원까지 걷는 길이다. 특히 이날 걸은 철책 옆길은 페스타를 위해 한시적으로 개방한 구간이라 한 걸음 한 걸음이 특별했다. 철책 너머로 북녘땅이 가까이 보인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지만 갈 수 없는 곳. 안보상 촬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카메라 대신 눈으로 풍경을 담았다. 철책은 땅을 가르고 있었지만 바람은 막지 못했다. 새소리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에서 날아왔는지 모를 새의 울음이 철책을 넘어 들려온다. 사람이 만든 선은 분명한데 자연에는 선이 없다. 그 길을 걸으며 ‘평화’라는 말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눈앞의 풍경처럼 조금 가까워졌다. 트레킹의 종착점은 난정리 해바라기공원이었다. 때마침 해바라기가 한창 피어 있었다. 이 곳은 해바라기가 오후에 북쪽을 바라보는 데서 착안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마음을 상징하도록 조성된 공원이다. 길고 곧게 뻗은 줄기 끝마다 노란 꽃이 얼굴을 내밀고, 트레킹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번졌다. 이어진 버스킹 공연은 하루의 마지막 풍경에 음악을 더했다. 철책길에서 들었던 바람과 새소리 위로 이번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포개졌다. 마지막 일정은 소창체험관에서 이어졌다. 모니터링단의 평가 시간을 앞두고 강화의 특산물인 순무차를 맛보며 잠시 숨을 골랐다. 소창체험관은 강화의 대표적인 직물인 소창을 주제로 그 역사와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교동도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온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기에도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2026 DMZ PEACE FESTA’는 강화의 명소를 단순히 돌아보는 축제와는 결이 달랐다. 화개산에서는 자연을 느끼고, 대룡시장에서는 실향민의 삶과 지역의 시간을 만났으며, 철책 옆길에서는 이 땅에 남겨진 시간을 생각했다. 그날 교동도에서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거창한 문구가 아니었다. 얼굴을 스치던 서해의 바람, 천천히 흘러가던 구름, 철책 너머에서 들려오던 새소리, 해바라기 사이로 울려 퍼지던 노래. 어쩌면 평화는 멀리 있는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의 풍경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2주 뒤, 또 다른 DMZ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 철원으로 향했다. 강화에서 서해의 바람을 맞았다면 철원에서는 너른 평야와 산, 그리고 전쟁의 흔적을 마주했다. 같은 DMZ 접경지역이지만 풍경은 사뭇 달랐다. 이번에는 민간인통제선 안쪽으로 들어가 닫혀 있던 길을 달리고, 북녘땅을 바라보고, 역사문화공원에서 음악과 빛으로 채워진 축제를 만났다. DMZ 피스 웨이 라이드는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평소 모터바이크로는 갈 수 없는 지역을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9월 18일부터 10월 24일까지 전국에서 신청한 라이더들이 BMW 바이크로 민통선 지역을 달리며 자율 투어를 즐긴다. 이 행사로 가볼 수 있는 철원의 관광 명소는 50곳에 이른다. 이날은 모터바이크 대신 버스를 타고 코스의 일부 구간을 미리 달려 보았다. 버스가 민통선 안으로 들어서자 창밖으로 추수를 마친 너른 철원평야가 보인다. 평야를 감싸듯 둘러선 남과 북의 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먼저 들른 곳은 샘통 고추냉이 농장이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일정한 온도의 맑은 물이 솟아나는 곳이다. 철원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추운 지역임에도 한겨울에도 샘물이 얼지 않는다. 이 시원한 지하수가 고추냉이 재배의 비결이다. 고추냉이는 맑은 물과 서늘한 기온을 좋아해 재배 환경이 까다로운 작물이다. 철원의 용암대지가 품은 물은 이 조건을 갖췄다. 그 천혜의 환경 속에서 초록빛 잎이 가지런히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칠게만 생각했던 접경지역의 땅이 이토록 청량한 식물을 길러낸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이어서 월정리역에 들렀다. 1914년에 개통한, 서울과 원산을 잇던 철길에 있었던 중간 정차역이다. 처음 철도가 건설될 때는 현재 월정리역보다 1km쯤 북쪽인 지금의 비무장지대에 있던 작은 간이역이었다. 개통 이후 승객과 화물이 늘어나며 현재의 자리로 옮겨 지어진 것이다. 이제는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에 근접한 최북단 지점에 있는 역으로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역에는 전쟁 당시 폭격으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녹슨 열차의 잔해가 놓여 있다. 그 옆에 세워진 커다란 ‘철마는 달리고 싶다’ 표지판이 분단의 안타까움을 전한다. 철원 오대미마을의 너른 들판을 품고 솟은 소이산 정상에는 몇 해 전 전망대가 만들어졌다. 소이산은 한국전쟁 때 철원평야를 내려다보는 전략적 요충지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 중 하나다. 전쟁 이후에는 미군 레이더 기지와 지하 벙커가 들어섰다. 관광객은 모노레일을 타고 편하게 전망대 입구까지 오를 수 있지만, 이날은 철원의 숲과 바람을 느끼며 온전히 두 발로 올랐다. 잘 다듬어진 임도를 따라 걸으면 편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어느새 들판이 조금씩 낮아진다. 전망대 입구에는 미군 막사가 남아 있다. 이곳이 오래도록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올해는 수십 년간 군사시설이라 공개되지 않았던 지하 벙커도 관광지로 개방되었다. 미군 막사 앞에서 전망대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 소이산 방공호 전시관을 지나게 된다. 이곳에는 전쟁의 긴박했던 순간과 이곳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설명해 놓았다. 해발 362m의 정상 전망대에 서면 철원평야가 한눈에 펼쳐진다. 오대쌀로 유명한 철원평야와 멀리 북한 땅인 고암산 김일성 고지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들판 너머로 백마고지도 보인다. 한국전쟁 때 열흘 동안 고지의 주인이 스물네 번이나 바뀌었을 만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제는 고요한 능선으로 남아 철원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전망대에 오른 뒤 싱잉볼과 함께 잠시 명상을 했다. 청량한 가을 햇살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싱잉볼이 내는 맑은 울림도 귓가를 맴돈다. 총성과 포성이 가득했을 이 땅에서 청아한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철원 역사문화공원에는 옛 철원 시가지의 모습을 재현한 건물과 거리가 조성돼 있다. 아날로그와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풍경이다. 마치 몇십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준다. 화창한 하늘이 열린 9월의 가을, 이곳은 한 축제의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공원 내 먹거리 장터촌에는 다양한 음식이 마련되었다. 구수한 음식 냄새가 풍기니 축제 분위기가 더해진다. 철원 노동당사를 배경으로 꾸민 무대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이츠(It’s) 밴드의 버스킹이 진행됐다. 가수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박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반주와 어우러져 파란 하늘로 퍼진다. 어느새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도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뒤이어 철원극장 앞에서는 철원장애인예술단의 난타 공연이 시작됐다. 신명 나는 장구 소리와 절도 있는 군무에 보는 이의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각설이 복장을 한 공연단이 사물놀이 퍼레이드를 할 때는 외국인 소녀도 리듬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많은 방문객이 가장 흥겹게 보낸 시간은 사일런트 디스코였다. 소음을 유발하지 않도록 헤드폰을 쓰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이벤트다. 전문 DJ가 들려주는 흥겨운 음악이 무선 헤드폰으로 참가자의 귓가에 울린다. 헤드폰은 현장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참여자들도 눈에 띈다. 언어도, 국적도 상관없이 참가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음악을 즐겼다. 석양이 하늘을 노랗게 물들이자 역사문화공원은 점차 빛의 정원으로 변한다. 공원 중앙에는 ‘평화의 나무’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서 있다. 오랫동안 쌓여 온 갈등과 경계를 넘어 공존과 화합을 만들어 내는 상징이다. 평화의 나무 옆 철원 공립보통학교에서는 ‘꿈틀꿈틀 칠판’이라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학창 시절 교실 칠판에 남겼던 낙서처럼 작은 칠판에 글씨와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그 그림이 커다란 칠판으로 전송된다.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체험이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역사문화공원에는 텐트와 캠핑카를 이용한 백패킹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캠핑장 곳곳에는 색색의 조명과 빛을 이용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백패킹 전문가에게 장비 사용법과 백패킹의 기본을 배웠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야간 미디어아트가 방문객의 시선을 끌었다. 철원 노동당사 건물 전체가 스크린이 되어 아름다운 영상이 펼쳐졌다. 장엄한 음악과 함께 포탄과 총탄 자국이 선명한 벽 위로 빛이 흐르자 숨죽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모였다. 때마침 동산 너머로 떠오른 보름달이 미디어아트와 어우러져 밤 풍경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DMZ PEACE FESTA는 접경지역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을 보여주었다. 9월의 어느 날 강화에서 시작해 철원으로 이어진 여행. 서로 다른 두 지역에서 만난 풍경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시간이 머무는 섬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평화의 대지까지. 그리고 오는 11월 9일 서울 청계천에서 이어질 마지막 무대까지. DMZ의 오늘을 만나는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개정원 주소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교동동로 471번길 6-58 문의 : 032-930-3153 운영 시간 : 평일 08:00~19:00 (입장 마감 18:00) / 주말 및 공휴일 08:00~20:00(입장 마감 19:00) 휴무일 : 연중무휴 요금 : 어른(19세~64세) 5,000원, 어린이/청소년(7세~18세) 3,000원, 노인(65세 이상) 3,000원, 유아(6세 이하)/ 강화군민 무료, 단체(20명 이상) 4,000원 철원 역사문화공원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철원읍 금강산로 262 문의 : 070-7374-6401(종합안내소), 070-7372-0362(소이산 모노레일 매표소) 운영 시간 : 철원역사문화공원 09:00~18:00(3월~11월), 09:00~17:00(12월~2월) / 소이산 모노레일 09:00~18:00(16:55 탑승마감, 3월~11월), 09:00~17:00(15:55 탑승마감, 12월~2월), 휴무일 : 매주 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요금 : 대인 3,000원(상품권 환급 2,000원), 소인 및 65세 이상 2,000원(상품권 환급 1,000원), 철원 군민 무료 글/사진 유은영, 오원호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 년 10 월에 작성된 정보로 ,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 사진 ,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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