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내다보며 혹은 소나무로 둘러싸인 한옥에서 커피나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힐링이 뭐 꼭 거창한 건가? 바다와 커피, 한옥과 소나무가 조화를 이룬 도시 강릉에서는 소소한 힐링의 순간이 일상이 된다.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 가기 좋은 고즈넉한 한옥 휴식처가 강릉 곳곳에 숨어 있다. 도무지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위치에 멋스러운 한옥 카페가 자리한다. 강릉 남대천이 졸졸 흘러가는 다리(여전교) 옆 소나무 숲속에 숨은 한옥이 운치 있다. 한적한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면 단아한 자태의 한옥이 모습을 드러낸다. 커피 볶는 집 ‘카페 나인’이다. 솔숲이 폭 보듬고 있어 우연히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아는 사람들만 찾아가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외진 곳이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한옥 카페의 고즈넉한 매력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모양이다. 이곳은 카페 나인 2호점이다. 1호점은 강릉이 아닌 인천에 있다. 주인이 귀촌을 위해 수년 전 강릉 구정면에 장만해뒀던 한옥에 ‘카페 나인 2호점’이라는 간판을 단 게 2013년이다. 가족이 함께 운영해 더욱 따뜻한 분위기다. 젊은 딸이 직화 방식으로 생두를 소량씩 로스팅하고 와플을 굽고, 멋쟁이 어머니가 손님을 응대한다. 한옥에 어울리는 가족적인 분위기다. 한옥의 기본 틀을 그대로 살린 채 내부를 모두 터서 실내가 탁 트였다. 게다가 사방이 통유리로 돼 있어 소나무의 싱그러움이 카페 안까지 스며든다. 한옥 문살로 된 탁자 등 군데군데 전통적인 요소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모던한 분위기다. 고풍스러움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룬다. 카페 뒤쪽으로는 연못을 갖춘 정원과 테라스가 있다. 큰 도로에서 살짝 들어왔을 뿐인데 깊은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피톤치드와 커피 향에 심신이 녹아든다. 철길이 지나는 소박한 동네를 걷다가 주택가 사이에 다소곳이 자리한 갤러리 카페 '교동899'를 마주하게 된다. 활짝 열어놓은 대문 사이로 푸르른 마당과 ‘ㄱ’자 한옥이 어우러진 정겨운 풍경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나 발길을 멈추고 쳐다보게 된다. 사뿐사뿐 마당을 걸어 한옥으로 들어가 본다. 2012년 문을 연 이 한옥 카페는 주소를 그대로 살려 ‘교동899’라는 이름을 달았다. 새 도로명과 함께 사라져가는 옛 주소를 간직하듯 잊혀가는 옛 정취를 소중하게 담아내고 있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갤러리 카페에는 구경거리가 널려 있다. 미술을 전공한 부부가 주인장이라더니 카페를 꾸며놓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40년 넘은 한옥을 구입해 기존 틀을 최대한 유지하며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기둥과 서까래만 남겨두고 모두 터냈고, 미닫이문과 지붕은 그대로 살렸다. 툇마루에서 뜯어낸 목재는 카페의 탁자로, 구들장에서 뜯어낸 돌은 마당의 디딤돌로 변신했다. 뒷마당이 내다보이는 너른 탁자부터 아늑한 좌식 자리까지, 어느 한 자리 똑같은 모습이 없으며, 똑같은 풍경이 없다. 한지로 소박하게 멋을 낸 미닫이문, 바람 따라 하늘거리는 부채, 손때 묻은 재봉틀 등 한옥에 어울리는 요소가 가득하다. 갤러리 카페라서 그때그때 달라지는 전시품 또한 볼거리를 더한다. 그동안 주인 부부의 기획전을 비롯해 퀼트전, 부채전, 자수전, 한국화전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회가 진행됐다. 교동899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시 공간이기도 하다. 핸드드립 커피와 각종 차를 맛볼 수 있으며, 흑임자빙수, 인절미빙수 등 빙수 종류도 다양하다. 아메리카노에 인절미를 곁들이는 세트 메뉴는 한옥 카페의 특징을 잘 담아낸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따사로운 풍경과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향긋한 커피 한 잔이 어우러진 한옥 카페에서의 휴식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강릉시립미술관과 인접해 함께 둘러보아도 좋다. 강릉은 커피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차 문화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다. 강릉시 강동면 소재 한송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 유적지 중 하나다. 강릉에서 전통차의 정취를 음미하고 싶다면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으로 가보자. 소나무로 둘러싸인 기념공원 안에 허균·허난설헌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생가와 기념관만 둘러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으나 이 안에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공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강릉시가 전통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12년에 건립한 전통차 체험관이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바로 맞은편 한옥에 전통차 체험관이 마련되어 있다. 사방으로 열어놓은 문을 통해 바람이 넘나들고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다도회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한 차와 강릉 한과를 내온다. 고요한 한옥 온돌방에 앉아 맑은 차 한 모금에 바삭한 한과를 한입 베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한옥을 에워싼 문으로 바람이라도 솔솔 불어오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진다. 차는 원하는 만큼 계속 채워준다. 이런 신선놀음을 즐기는 비용이 단돈 1,000원이다. 돈 내는 사람이 미안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다. 전통차 체험관 앞에 다기 전시관도 있다. 사실 강릉에는 전통차의 매력을 느끼기 좋은 멋진 공간이 또 하나 있었다. 강릉의 유명한 한옥인 선교장의 활래정이었다. 선교장 정원의 인공 연못에 자리한 활래정은 연꽃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선교장의 백미로 손꼽히는 곳이다. 전통차를 체험하는 다실로 운영되며 일반인들에게 선교장의 운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이제 더는 다실로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아쉽지만 활래정을 밖에서 바라보며 연못 풍광을 배경으로 차 한 잔을 음미하는 상상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카페 나인 주소 : 강원 강릉시 구정면 남밭길 9 문의 : 070-4233-6796 교동899 주소 : 강원 강릉시 임영로 223 문의 : 033-641-3185 전통차 체험관 주소 : 강원 강릉시 난설헌로193번길 1-29 문의 : 033-640-4466 1.주변 관광지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 강릉시 난설헌로193번길 1-29 / 033-640-4798 강릉선교장 : 강릉시 운정길 63 / 033-648-5303 http://www.knsgj.net/ 강릉시립미술관 : 강릉시 임영로 219-7 / 033-640-4271 2.숙소 강릉게스트하우스(커피거리점) : 강릉시 경강로 2670 / 010-2987-6248 강릉선교장 : 강릉시 운정길 63 / 033-646-3270, 033-646-4270 http://www.knsgj.net/ 브이브이호텔 : 강릉시 하슬라로192번길 22-1 / 033-647-2222 http://www.vvhotel.co.kr/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