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나 가을로 향하고 있는 계절. 극심한 무더위는 사라졌지만 아직은 무거운
공기가 느껴지는 순간에 생각나는 곳이 있다.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잔잔한 강이 뻗어 나가며,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하는 평야와 청량감을 가득 머금고 있는 천혜의 숲까지 모두 갖춘 곳, 지리산이다.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지리산
기슭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해보자. 비로소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솟아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지리산, 그 주변으로는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 주봉 천왕봉과 주변에 솟아난 수많은 봉우리가 이어진 능선의
자태가 마치 역사에 남을 한국화 작품 같다. 깊고 길게 펼쳐진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를 감상하고 있자면, 경쾌한 청량감이 복잡한 마음마저 시원하게 뚫는다. 이토록 경이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지리산 자락에서 하룻밤 묵는 것은 어떨까. 지리산 피아골의 계곡이 섬진강을 만나는 골짜기에 ‘지리산쉬리펜션’이 있다. 알프스의 산간 지방에서나 볼 법한 외관과 포근하면서도 친숙한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내부 구조가 조화를 이루는 숙소다. 지리산쉬리펜션은 6개 객실을 운영한다. 2개 객실(푸르지오, 해비치)은 한 팀이 모든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독채다. 나머지 4개 객실(꽃보라, 미리별, 나르샤, 수피아)은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곳이다. 원목 가구를 배치하고, 복층으로 만드는 등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으면서도 인테리어에 조금씩 차별을 뒀다. 객실 내에서 간단한 조리가 가능하다(고기, 생선구이 등 심한 냄새와 연기가 발생하는
요리는 제외). 가스레인지와 전기밥솥, 전기포트,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이 준비되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식기는 물론이고, 낭만적인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와인잔
세트도 갖췄다. 외부 공용 공간에 마련된 제빙기와 커피, 티백 등은 투숙객을 위한
주인장의 배려다. 지리산쉬리펜션에서의 바비큐는 조금 특별하다. 객실마다 독립적인 분위기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도록 야외 테라스 공간을 구성했다. 꽃보라, 미리별, 나르샤, 수피아
객실은 캠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텐트 또는 타프,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등을 갖추기까지 했다. 펜션의 편안함과 캠핑의 낭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텐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기를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장식은 덤이고, 눈앞으로 탁 트인 지리산 풍경은 특권이다. 입실 전에 요청하면 텐트 앞에 숯불을 넣은 화로대를 설치해준다. 마치 지리산에서 캠핑하는 기분으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독채로 운영하는 객실은 다른 객실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다. 가족 단위로 이용하기에 적합한 규모다. 해비치 객실에는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노천탕이 설치되어 있다. 취향에 맞는 숙소를 선택해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함께 하룻밤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지리산의 두 번째 봉우리, 반야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구례 방향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연곡천이라는 이름의 계곡이다. 20km 길이를 달려 섬진강에 닿는 이 물줄기는 피아골이라는 이름의 계곡을 만들기도 했다. 풍부한 유랑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깎여 나간 바위들의 기묘한 자태, 그리고 지리산의 울창한 삼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한다. 지리산쉬리펜션이 있는 피아골 하류는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상류에 비해 물줄기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아 물놀이하기에 적합하다. 바위에 앉아 발만 담그고 있어도
상쾌해진다. 산책이나 트레킹을 원한다면 상류 쪽으로 거닐어 보자. 계곡 옆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안쪽으로는 지리산 등산로와도 이어진다. 하동군 화개면은 쌍계사와 야생차, 십리벚꽃길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무엇보다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곁에 자리한 화개 장터의 명성이 대단하다.
화개 장터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올 수 있는 최상류 지점에 형성되어 남도 곳곳에서 상인이 드나들었을 정도다. 여기에 지리산을 대표하는 천년고찰 쌍계사까지 가까이에 있으니, 어찌 보면 남도를 대표할 만한 규모의 시장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전에는 전형적인 오일장의 풍경이었다지만, 이제는 아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설을 현대화했고, 주변을 정돈했다. 시장 한가운데에는 ‘화개 장터’를 부른 가수 조영남의 조각상이 있어 방문객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넓은 주차장이 섬진강변에 조성됐으며, 주변에 쉴 만한 카페들도 많아졌다. 과거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화개 장터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만큼은 여전하다. 하동과 광양, 구례, 멀게는 산청과 거창, 여수 지역의 특산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래된 시장답게 각종 한약재를 판매하기도 한다. 섬진강변에서 잡아 올린 식재료로 정갈한 한상 차림을 내어주는 식당들도 성업 중이다. 주말이나 공휴일 등 방문객이 모여드는 날에는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각설이의 입담은 그냥 지나칠 수 없을만큼 정겹다. 지리산쉬리펜션이 있는 피아골에서 조금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하동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따라 섬진강이 흐르고, 지리산의 절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악양 평야가 드넓게 펼쳐진다. 지리산이 만들어낸 풍경의 진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모든 풍경을 한눈에 조망하는 방법이 생겼다. 고소성군립공원 옆 언덕에 설치된
스카이워크 전망대 ‘스타웨이하동’을 이용하면 된다. 스타웨이하동은 컨벤션센터와 숙박시설, 카페 등을 운영하는 곳이지만, 전망이 더 유명하다. 외곽을 따라 삼각형 모양의 스카이워크 구조물을 설치했는데 여기를 따라 걷기만 해도 인근 풍경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다. 꼭짓점마다 감상 포인트가 다르다. 입구를 지나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전망 포인트에서는 악양 평야와 지리산의 능선을, 두 번째 전망 포인트에서는 남북을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유려한 자태가 펼쳐진다. 두 포인트 사이를 잇는 통로에서는 이 모든 절경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전망대의 꼭짓점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 기념사진을
남겨보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포토존이다. 1 글, 사진 : 김정흠(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3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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