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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순간부터 감흥을 느끼고, 그것이 곧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설렘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출근길에 지나는 용산 인쇄공단이 그렇고, 퇴근길에 들르는 국시방이 그렇다. 너무 평범해서 그냥 지나친 것들, 그 안에 숨겨진 특별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어쩌면 이곳이 올 겨울 찬바람도 잊게 하는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남영역 1번 출구로 나와 사거리에서 용산더프라임 방향으로 길을 한번 건너 쭉 들어가면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사이에 버려지듯 남겨진 낡은 골목과 마주치게 된다. 이곳의 옛 이름은 남영동 인쇄공단. 한때는 인쇄물을 실어 나르는 삼륜 오토바이 소리로 시끌벅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인쇄소가 파주 출판단지로 자리를 옮겨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물론 이곳도 한 차례 변화의 기회가 있었다. 용산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주변에 하나둘씩 고층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인쇄공단만은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방치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곳에 뜬금없이 먹자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치킨, 함박스테이크, 백반, 삼겹살, 호프 등 파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골목 초입에 세워진 입간판이 이곳의 정체성을 일깨워준다. '열정도로 오세요. 열정도 드립니다.' 을씨년스러운 인쇄공단이 이처럼 활기를 되찾은 건 2014년 겨울, 당시 20대 중반의 구성원들로 이뤄진 청년장사꾼이 이곳에 터를 잡고 난 이후부터다. 장사 밑천이 부족했던 창업자들이 임차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근처 고급 아파트 거주자들을 등에 업고 새로운 상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이곳을 개척지로 점찍은 것이다. 그들은 이곳을 '청년장사꾼 거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품고 먹거리 종류와 인테리어를 달리한 식당 여러 곳을 동시에 오픈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청년몰은 '열정도 고깃집', '열정도 쭈꾸미', '철인28호', '치킨혁명', '감자집'으로 총 다섯 곳. 낡은 골목에 청년들의 패기가 채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다른 식당까지 합치면 그 수가 십여 개로 늘어난다. 평일에는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기대하던 복권이 제대로 터진 셈이다. 2015년 봄부터는 야시장도 열리고 있다. 해가 지면 각종 푸드트럭과 액세서리, 빈티지의류 등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들어서고 한편에선 디제잉 파티가 열린다. 젊은이들 취향저격 야시장으로 입소문이 난 덕분에 최근에는 외국인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명심할 것은 야시장이 겨울인 11월부터 2월까지 휴지기를 갖는다는 점이다. 야시장이 열리지 않더라도 열정도 청년몰은 휴무인 매주 일요일만 제외하고 정상 운영되니 참고하도록 하자. 번화가와 다소 동떨어진 지역에 덩그러니 형성된 먹자골목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보이는 열정도. 하지만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은 열정도 한가운데를 거닐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가게마다 '이게 진짜 쭈꾸싶어?', '쭈꾸미 맛이 거기서 거기죠', '쭈꾸미 팔아 장가가자', '저기압일땐 고기 앞으로', '나랑 살래 감자 살래' 등 재치 넘치는 문구를 달고 손님을 유혹한다. '열정도 쭈꾸미'와 '열정도 고깃집'은 야외에서 초벌구이를 하기 때문에 발 묶일 확률이 두 배로 높다. 특히 가게 앞을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아는 체를 하며 웃어주는 직원들의 친절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심지어 사진을 찍으면 알아서 포즈까지 취해준다. 잘 생기게 나오게 해 달라는 당부도 함께다. 직원들의 적극적인 태도는 청년장사꾼이 가장 큰 덕목으로 서비스를 강조하는 점과 맞닿아 있다. 이들 모두가 어느 한 가게에 국한된 것이 아닌 청년장사꾼에 속해 있다 보니 공통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한 곳에 일손이 모자라 다른 점포 직원이 도와주는 일이 생겨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직원들도 이런 상냥한 태도와 서비스 정신이 열정도의 가장 큰 무기라고 여기는 듯하다. 초벌구이를 하던 한 직원이 우스갯소리로 우리들이 열정도의 전부라고 말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말이 전혀 과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열정도 골목에 수많은 맛집이 있지만 특이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건 '다방구'다. 60년대 소품이 가득해 시골 외할머니댁에 방문한 듯 안락한 느낌을 갖게 한다. 청년장사꾼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아니라도 한번쯤 와볼 만한 이유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것은 바로 화장실 출입구다. 직원이 알려주는 방향대로 가다 보면 웬 자개농이 보이는데, 초행자는 그것이 화장실 입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농문을 열면 거짓말처럼 화장실이 나타난다. '다방구'는 포차 안주와 함께 가볍게 술 한 잔씩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열정도 안에서도 한 번 더 방향을 틀어 들어가야 하는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어 조용하고 아늑하다. 보글보글 끓여 먹을 만한 안주를 시켜 막역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면 세상의 근심이 잠시나마 잊혀진다. 한 잔의 여운이 밤늦도록 이어져 속풀이가 필요할 땐 역촌역 '다시마 국시방'에서 따끈한 국수 한 그릇 맛보길 추천한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기에 외관은 다소 허름하지만 손님을 생각하는 주인할머니의 마음과 맛의 깊이는 결코 허름하지 않다. 처음 방문하면 다짜고짜 경상도 말씨로 반말을 던지는 주인할머니의 무뚝뚝함이 불친절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모든 타박이 손님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임을 알 수 있다. 혹여 국수가 불었다 싶으면 손님 타박과 동시에 재빨리 육수 한 사발 퍼다 부어주는 것이 시크한 주인할머니만의 애정 표현이다. 친화력이 대단하신지 식사를 하는 짧은 시간에도 주인할머니를 만나러 찾아오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일부러 와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주인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야식을 먹기도 한다. 메뉴는 단출하다. 멸치국수, 비빔국수, 김밥, 물만두가 전부인데 가격도 가장 비싼 것이 5천 원을 넘기지 않을 만큼 저렴하다. 보통 여자들은 주문하면서 양을 적게 달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주인할머니의 인심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영업시간이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이다 보니 출출한 택시 기사들이 많이 찾아왔고, 안쓰러운 마음에 더 많이 챙겨주려다 보니 지금처럼 양이 불어났다는 게 주인할머니의 설명. 국수만큼이나 인기가 좋은 김밥도 한 입에 먹기 힘들 만큼 거대하니 남김없이 다 먹을 자신이 있는 사람들만 시키는 것이 좋다. 용산 열정도 -주소 : 서울 용산구 백범로87길 일대 -영업시간 : 영업장마다 상이 (청년장사꾼이 운영하는 청년몰은 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 02-704-0818 다시마국시방 -주소 : 서울 은평구 진흥로 119 -영업시간 : 매일 19:00~04:00 (주인할머니가 아프면 문을 닫으므로 사전 전화확인 필수) -대표메뉴 : 비빔국수, 잔치국수 -문의 : 02-388-5918 제공 : 한국관광공사 ※ 위 정보는 2017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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