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배경과 흡사한 목장이 있다. 비스듬한 경사면에 일군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와 양떼. 눈을 들면 멀리 산봉우리가 이어지고, 발아래로 짙푸른 호수가 잔잔하다. 더없이 평화로운 산골 목장의 풍광이 얼핏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풀을 뜯는 소와 양, 귀여운 토끼와 당나귀를 구경하고, 먹이 주고, 만져보고, 타볼 수 있는 춘천의 하이록한우체험농장이다. 아이들은 가축들과 노느라 신나고, 어른들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때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하이록한우체험농장은 20여 년 전 농장주가 귀농하면서 ‘Happy 초원목장’을 일군 데서 시작됐다. 처음부터 초지 방목을 했는데, 소는 당연히 풀어놓고 키워야 되는 건 줄 알았다고. 그때부터 방목을 고집해오던 중 지난 2012년부터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다. 하이록한우는 춘천을 비롯해 인제, 화천, 양구, 철원 등지의 한우 농가들이 뭉친 강원도의 한우 브랜드다. Happy 초원목장도 하이록한우의 회원 농장이었다가 하이록한우를 대표하는 체험농장으로 변신했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함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갖춰 춘천시 지정 농촌교육농장으로 자리 잡았다. 노란 은행잎이 툭툭 떨어지는 가을날 하이록한우체험농장을 찾았다. 초록빛 초지와 노란 은행나무, 그 뒤를 감싸는 솔숲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은행나무 아래쪽 방목장에서는 양들이 한창 아침 식사 중이다. 평평한 초지에 양 방목장과 여러 가축들이 있는 자연학습장을 꾸미고, 쉴 수 있는 공간과 매표소, 카페 등을 만들었다. 방목장 위쪽으로 경사면을 그대로 이용한 양 방목장이 하나 더 나온다. 그 위로 소나무와 활엽수가 고루 섞인 숲이 이어지고, 숲 건너편에 한우 방목장이 있다. 전체 면적은 약 23ha(7만 평). 아이들은 맨 먼저 토끼장으로 달려간다. 20마리 가량이 풀 냄새를 맡았는지 한꺼번에 몰려든다. 그물망 틈새로 풀을 넣어주면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귀엽다고 방심했다가는 토끼 앞니에 물릴 수 있으므로 그물망 안으로 손가락을 넣지 않도록 조심할 것. 토끼를 보고 아기 양들의 우리로 향한다. 올해 태어난 한 살짜리 양들은 우리에서 먼저 적응을 하고 이듬해 방목장으로 나간다. 양 먹이 주기는 토끼와 달리 바구니째 양들의 입 아래 갖다 댄다. 양들이 우걱우걱 먹어치우니 1~2분 만에 바구니가 텅 빈다. 아기 양 옆에 소 한 마리가 먹이를 기다리며 서 있다. 열두 살 먹은 암소로 사람으로 치자면 할머니가 다 됐다고. 이 암소보다 더 늙은 미니피그는 지난해 한 방문객이 데려왔다. 미니피그인 줄 알고 사서 길렀는데 잡종인지 덩치가 계속 커지더라는 것.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어지자 전국을 수소문해 결국 이 농장에 입양시켰다. 지금은 열 살 정도로 호호할머니 격이란다. 서서 졸고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 보이지만 말년을 이 농장에서 느긋하게 보내게 됐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노란 은행나무가 보기 좋아 위쪽 방목장으로 향한다. 양들이 지나간 자리엔 풀이 손톱보다 짧다. 드넓은 방목장임에도 긴 풀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하루 종일 뜯어 먹는다. 풀이 든 바구니를 보면 우르르 몰려들어 아이가 양들에 놀라 넘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양은 기본적으로 온순한 동물이다. 가까이 다가온 양의 머리나 등을 쓰다듬으면 복슬복슬한 양털의 느낌이 좋다. 하지만 생각만큼 털이 새하얗지는 않다. 추운 겨울을 두툼한 털옷으로 나고, 봄이 되면 털을 깎아준다. 요즘은 수컷이 예민한 시기이므로 너무 가까이 가거나 먹이를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게 좋다. 양 방목장에서 위로 더 올라가면 한우 방목장과 포토존 가는 길이 나온다. 포토존 표시가 계속 나오니 과연 어떤 곳인지 궁금해진다. 숲길을 10분쯤 가면 시야가 탁 트인 한우 방목장이 나온다. 멀리 산봉우리가 파도치듯 이어지고, 너른 강물 같은 춘천호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지점이 바로 포토존이다. 포토존 아래 넓은 초지가 한우 방목장이다. 풀이 점차 갈색으로 바뀌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축사에서 나오는 소들이 줄어든다. 풀이 눈에 덮이는 겨울에는 축사 안에서만 생활하고 방목장으로는 나오지 않는다고. 그때가 되면 한우 먹이 주기 체험은 아기 양 옆에 있는 암소로 만족해야 한다. 한우 방목장에서 돌아오며 미니피그, 당나귀, 강아지 등이 있는 축사에서 한참을 놀고 나서 당나귀를 타보기로 했다. 겁내지만 않으면 어린아이도 탈 수 있다고. 고삐를 잡아주는 어른이 동행하고 당나귀도 온순하니 도전해볼 만하다. 방목장 옆 초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옆으로 연못과 디딜방아, 야생화정원, 칠면조 우리, 거위 우리가 있다. 그네 벤치, 평상, 피크닉 테이블, 도시락 먹기 좋은 탁자 등 곳곳에 쉴 자리가 보인다. 근처에 식당이 없어 점심은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농장의 유일한 식사 메뉴인 한우버거를 예약해 먹을 수 있다. 농장 입구에 공사 중인 축산체험관은 11월 말경에 문을 열 예정이다. 하이록한우를 재료로 한 식사가 가능하고, 단체에 한해 한우 요리체험도 할 수 있다고. 눈이 오기 전까지는 방목장에서 한우와 양을 만날 수 있고, 눈이 오면 축사나 우리로 옮겨 먹이 주기 체험을 하게 된다. 대신 넓은 방목장이 눈썰매장으로 변신해 눈싸움과 연날리기를 하고 고구마․밤 구워 먹기 등 겨울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이록한우체험농장 주소 : 강원 춘천시 사북면 춘화로 330-48 문의 : 033-244-2122 www.happyhilok.co.kr 1.주변 음식점 우성닭갈비 : 닭갈비 / 춘천시 후만로 81 / 033-254-0053 명가막국수 : 막국수 / 춘천시 신북읍 상천3길 12 / 033-241-8443 도지골등나무집 : 자연산쏘가리회, 매운탕 / 춘천시 신북읍 상천3길 2 / 033-242-2260 2.숙소 IMT호텔 : 춘천시 중앙로 26 / 033-257-6112 춘천고택 : 춘천시 신동면 솟발1길 44 / 033-263-1182 하이록한우체험농장 황토방 : 춘천시 사북면 춘화로 330-48 / 033-244-2122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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