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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바람과 여자와 돌이 많다고 해서 제주에는 삼다도(三多島)란 이름이 붙었다. 그 중에 으뜸은 역시 바람이라, 제주를 가히 바람의 섬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길목 굽이굽이 바람이 타고 넘나들면 제주 곳곳에는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팔랑거리기 시작한다. 섬의 서쪽과 동쪽, 산간 지역에 이르기까지 새하얀 풍차 날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제주만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제주도에 처음 풍력발전연구소가 들어선 곳은 서부 해안 마을인 한림읍 월령리이다. 1981년 제주도가 풍력에너지 개발 시범도로 지정되면서 한국과학기술원이 월령리에서 태양풍력 복합발전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그 시작이다. 제주도 풍력발전 하면 가장 먼저 월령리가 떠오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해안가를 따라 세워진 풍력발전기는 쪽빛 바다와 한데 어우러지며 영화에나 나옴직한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뿜어낸다. 멀리서 보는 풍력발전기는 어릴 적 수수깡에 종이날개를 달아 만든 바람개비처럼 정겹게만 느껴진다. 그 시절 동심으로 돌아간 듯,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뜨고 설렌다. 하지만 풍력발전기가 가까워질수록 이 같은 생각은 멀리 날아가버린다. 높이 10m에 달하는 아찔한 규모에 한 번 놀라고, 순식간에 귀가 멍멍해지는 풍차 날개 회전 소리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제주의 거센 바람을 가르며 돌아가는 거대한 바람개비. 혹시 그 옛날 치맛자락에 흙을 퍼 담아와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 할망이 깜박 잊고 이곳에 꽂아놓고 간 건 아닐까. 그 어떤 상상이든 이곳에서는 모두 통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월령리에는 일명 ‘손바닥 선인장’이라고 부르는 국내 유일의 야생 선인장 군락지가 있다. 해안 절벽을 가득 메운 선인장 군락 너머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풍경이 무척 운치 있다. 노란 꽃과 자색 열매를 매단 선인장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는 기분이 꽤나 독특하다. 인근에 선인장 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있으니 이색 풍경에 별미까지 한걸음에 모두 누릴 수 있다. 월령리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이곳보다 더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우후죽순 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경면 용수리의 한경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대급 발전기가 세워진 곳으로 유명하다. 이국적인 풍차 마을은 동쪽으로 가도 만날 수 있다. 김녕 성세기해변은 동쪽 해안에서 가장 먼저 풍력발전기와 조우하는 곳이다. 밀가루처럼 희고 고운 모래로 유명한 김녕 해변은 함덕과 쌍벽을 이루는 동부 지역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눈부신 백사장에 반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프레임 한 귀퉁이에 풍력발전기 하나가 슬그머니 들어와 있다. 그대로 카메라에 눈을 댄 채 뷰파인더를 조금씩 동쪽으로 돌리면 이내 둘, 셋, 넷… 한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풍차들이 나타난다. 풍차가 보이는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달리기 시작하면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다 위에 우뚝 서 있는 풍력발전기 2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월정해상풍력단지다. 이곳에서부터 월정 앞바다까지 바다 위에 순차적으로 풍력발전기가 세워지게 된다. 새파란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 그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서 있는 풍력발전기가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외로운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풍차 날개 탓에 갈매기 한 마리 쉬어가지 못하는 쓸쓸한 섬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감성적인 시선을 걷어내면 풍력발전기는 오히려 깜깜한 바다 위에 한 줄기 빛이 되는 등대와 같은 듬직한 존재가 된다. 세찬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덕분에 인근 마을은 물론 제주도 전체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풍력발전기를 좇아 해안도로를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새 월정 해변에 다다른다. 행원풍력발전단지가 바로 코앞에 보이는 곳이다. 월정 바다는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동부 지역의 숨은 보석 같은 장소다. 도로변으로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코발트빛을 품은 아름다운 물빛이 지나는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만든다. 요즘 이곳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면서 도로 가에 하나 둘씩 예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들이 생겨나고 있다. 향긋한 커피 한잔 들고 해변에 앉아 바람도 잠시 쉬어가는 따사로운 오후의 한때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력발전기는 여유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시간이 된다면 행원풍력발전단지 안에 있는 신재생에너지 홍보관도 잠깐 들러봄 직하다. 바람과 태양, 물 등 자연을 이용한 친환경 대체 에너지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문의 064-710-4418 바람이 어디 해안에만 불어오겠는가. 동부 중산간 지역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들은 제주도 구석구석 바람길이 숨어 있음을 알려준다. 중산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오름이나 밭 사이로 드문드문 세워진 거대한 풍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에서도 초가지붕 너머로 우뚝 서 있는 풍차 날개가 훤히 건너다보인다. 풍력발전기가 늘어서 있는 도로를 달리는 것도 좋지만 부근 오름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광도 무척 이채롭다. 특히 용눈이오름에 오르면 손지오름 등 인근 오름들 사이에 줄지어 늘어선 풍력발전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용눈이오름은 주변 오름들에 비해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거대한 풍차 날개도 이곳에 서면 장난감처럼 앙증맞고 귀엽게 보인다. 도로에서는 풍력발전기가 오름을 압도하는 풍경이지만, 오름에 서면 광대한 자연 속에 발전기도 그곳의 일부처럼 여겨질 뿐이다. 자연의 품은 그만큼 넉넉하다. 날씨가 좋으면 용눈이오름에서 성산일출봉과 멀리 한라산까지 생생하게 잡힌다. 중산간 지역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기 이전의 풍광이 문득 궁금하다면 삼달리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찾아가보자. 20여 년간 제주의 자연과 오름을 사진으로 남긴 김영갑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기 이전 중산간과 오름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문의 064-784-9907, www.dumoak.co.kr 1. 주변 음식점 하이앤바이 :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 커피, 맥주 / 010-2306-2201 인 :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 커피, 허니브레드 / 064-784-8877 카페오름 :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 흑돼지돈까스 / 064-784-4554 한림바다체험마을식당 :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 / 우럭조림 / 064-796-1817 정의골식당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 양념불고기 / 064-787-2240 2. 숙소 KAL호텔 : 제주시 이도1동 / 064-724-2001 www.kalhotel.co.kr 오션스위츠호텔 : 제주시 삼도2동 / 064-720-6000 www.oceansuites.kr 비치스토리호텔(구 다이아몬드텔) : 제주시 조천읍 / 064-784-7400 유로리조트 : 서귀포시 토평동 / 064-763-1003 www.epclub.co.kr 호텔펠리스텔콘 : 서귀포시 서귀동 / 064-749-2008 www.jejufeliz.com 글, 사진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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