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와인터널이 있는 송금마을에 도착하자 온통 주황빛이다. 집집마다 주렁주렁 달린 감이 마치 알전구를 켜놓은 것 같다. 가을빛 충만한 마을 끝에 와인터널이 보인다. 기찻길이 터널을 향해 뻗어 있다. 아치형 터널 입구 위에 커다란 감이 매달려 있고, 그 뒤로 ‘代天成功 明治 三十七年’이라 새긴 판석이 눈에 띈다. 대천성공 명치 37년, 메이지 일왕 재위 시기인 1904년에 터널이 완공되었음을 의미한다. 대한제국 시기에 경부선 철도 부설권을 따낸 일제가 만든 것이다. 그로부터 어느덧 118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곳은 1905년에 개통된 경부선의 터널 중 하나다. 1937년에 선로가 이설되기까지 증기기관차가 무수히 지나다녔다. 터널 길이는 1015m, 높이는 5.3m다. 이 터널이 눈에 띄게 아름다운 건 아치형 천장 덕분이다. 3겹으로 정교하게 쌓은 붉은 벽돌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후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이라 한다. 벽돌 표면에 간혹 보이는 검은색은 당시 증기기관차가 다닌 흔적들이다. 오랫동안 기차가 달리지 않은 터널을 정비하여 감와인을 숙성하는 와인터널로 개장한 것이 2006년이다. 터널 안은 사계절 내내 15~16℃의 온도와 60~70%의 습도가 유지된다. 와인이 가장 맛있게 익어간다는 온도와 습도다. 이곳의 와인 ‘감그린’은 세계 최초 감와인이다. 씨가 없기로 유명한 청도 반시로 만든다. 감에 맞는 특수효모를 찾기 위해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탄생되었다. 감은 포도보다 10배나 많은 타닌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술의 맛이 깊고 풍부하다. 깔끔하고 부드러우며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만찬주로 등장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8년과 2013년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로 사용되며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터널에서 숙성한 감식초와 감와인 마스크도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둑한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음악 소리에 따라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와인판매장이 보인다. 벽과 천장까지 와인병으로 채워놓은 이색 공간이다. 레귤러, 스페셜, 아트, 아이스 네 종류의 감그린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판매장 옆으로 바가 이어진다. 거꾸로 진열된 수많은 와인 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익숙한 솜씨로 와인을 따르는 직원들과 와인을 고르기 위해 행복한 고민 중인 여행객 사이에 향긋한 와인 향이 퍼진다. 와인 바 옆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늘어서 있고, 그 위로 골드 빛깔의 조명이 로맨틱하게 빛난다. 잔을 부딪치며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얼굴에도 향긋한 미소가 번진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청도와인터널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난다. 커다란 잔과 와인을 따르듯 기울어진 병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리고 거대한 오크통 행렬이 이어진다. 와인 종류와 용량이 적힌 이름표를 단 오크통에는 술이 익어가고 있다. 수백 개의 와인병이 쌓여 있는 케이지가 길게 이어지는 곳도 있다. 세월만큼 묵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고요히 익어가는 와인병들을 배경으로 SBS 드라마 <떼루아>의 두 주인공이 포옹한 로맨틱한 장소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포토존과 형광으로 빛나는 그림들을 감상하다 보면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가 기다린다. 소원지 거리다. 수천수백만 장의 종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대학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등 저마다의 소원들이 적혀 있다. ‘폰 사게 해주세요’라는 귀여운 글씨도 보인다. 천장에는 거대한 황금박쥐 조형물이 매달려 있다. 터널 개발 당시 수많은 박쥐가 살던 이곳이 이제는 박쥐 모양의 소원지들로 빼곡하다. 사람들의 무수한 소원과 꿈이 와인처럼 익어간다. - 터널 내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예쁜 조명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와인은 물론 와인에 어울리는 치즈, 케이크 등도 판매한다. 여러 명이 동행할 때는 잔보다 병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하우스 와인 : 레귤러 와인 1잔 4000원, 모둠치즈 6000원, 조각케이크 6000원, 와인 : 레귤러 1만 8000원, 스페셜 2만 5000원, 아트 3만 5000원, 아이스 8만 9000원 ※ 청도와인터널 - 주소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송금길 100 - 문의 : 054-371-1904 - 이용시간 : 월~금 08:30~17:30, 주말 09:00~18:00 / 연중무휴 - 입장료 : 무료(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무료 운영 중) - 홈페이지 : www.gamwine.com 청도읍성 경상도에 남은 성 중에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고려 때부터 있던 성으로 조선 14대 왕 선조가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길목의 성을 정비하라는 어명을 내려 다시 쌓았다. 일제강점기 읍성철거정책으로 헐려 일부만 남은 것을 복원 사업으로 공북루와 성벽, 고마청, 연못 등을 되살렸다. 청도읍성 바로 앞에는 보물로 지정된 청도 석빙고가 있다. - 주소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동천리 250(동문 주차장) - 문의 : 054-370-6062 - 홈페이지 : cheongdo.go.kr/open.content/tour 군파크 루지 테마파크 대구경북 최초로 조성된 루지 테마파크다. 해발 600m 용각산 정상에서 타고 내려오는 루지는 길이 1880m의 트랙을 자랑하며 상쾌함과 스릴이 최고다. 정상에서 감상하는 청도의 풍광과 해 질 무렵의 노을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 주소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로 350-30 - 문의 : 054-516-8888 - 홈페이지 : http://goonpark.com (글/사진) 유은영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2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