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삶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여행길도 예외는 아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멜로디는 여행의 설렘과 추억을 더욱 풍성하고 깊게 해준다. 맑고 푸른 초겨울 밤, 제주에서 듣는 멋진 선율은 낯선 길 위의 또 다른 선물이다. 제주 여행길에 찾아가면 좋은 하우스 콘서트 카페 두 곳을 소개한다. 낮은 돌담이 늘어선 한적한 산간 마을 선흘리. 따사로운 햇볕 아래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던 강아지들이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 낯선 이들도 포근하게 안아주는 따스한 마을 분위기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나직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담길을 걷다가 투박해 보이는 돌집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감미로운 재즈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는 집, 문화예술공간 카페 세바다. 외관만 언뜻 봐선 제주에 흔한 돌로 만든 창고처럼 생겼다. 그렇게 느꼈다면 제주의 돌창고가 예뻐서 돌로 집을 지었다는 주인장의 콘셉트를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이런 곳이 무슨 카페일까 생각된다면 안에 한번 들어가 보시라. 무엇이든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하듯, 카페 세바가 바로 그렇다. 꽤 넓은 공간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그랜드 피아노와 벽면 가득히 꽂힌 책과 LP판들, 곳곳에 장식된 빈티지한 소품들이 여느 카페와는 다른 이 집만의 매력을 폴폴 풍긴다. 피아노 옆 커다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스하고 부드럽다.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 소리는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카페 세바는 카페 이상의 공간이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세운 씨가 이곳 주인장으로 한 달에 두세 번 비정기적으로 콘서트가 열린다. 2011년 오픈 공연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연주자들이 카페 세바에서 아름다운 제주의 밤을 수놓았다. 재즈와 클래식이 주를 이루는데 듀어 나탈리 & 마틴, 잉거 마리, 롭 반 바벨 등 해외 연주자를 비롯해 재즈 보컬리스트 박라온, 빅마마의 리더였던 신연아도 카페 세바에서 콘서트를 가졌다. 공연 스케줄은 카페 세바 블로그를 통해 사전 공지된다. 지난달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롭 반 바벨이 카페 세바를 찾았다. 김세운 씨와의 인연 덕분에 벌써 네 번째 카페 세바를 찾은 그다. 공연 소식을 듣고 일부러 일정을 바꿔 찾아온 여행자들도 있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공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카페 안은 오히려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어둑해진 저녁 시간, 수줍은 듯 짧은 인사말과 함께 롭 반 바벨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맑고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카페 안에 울러 펴지고 한 곡씩 끝날 때마다 진심 어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무대과 객석이 가까워 연주자의 손가락 움직임, 표정, 몸짓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이것이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카페 세바의 다음 연주는 11월 15, 16일 조남혁 쿼텟의 재즈 콘서트로 이어졌다. 제주 동쪽 바닷가 마을 하도리 해안도로변에 자리한 벨롱 카페. 직사각형 카페 건물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제주의 감귤 창고에서 모티브를 따 지은 건물은 심플한 느낌이다. 반면 카페 안은 꽤나 다이내믹하다. 카페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 공법과 따뜻한 느낌이 나는 목재를 섞어 마감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늑하면서 세련되고, 정겨우면서 깔끔한 인테리어가 반전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카페 곳곳을 채운 재미난 악기들과 소품들도 구경거리다. 게다가 키친 위쪽을 복층 구조로 만들어 좌식 테이블을 두었다. 덕분에 아이를 동반한 여행자들도 편하게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벨롱 카페의 특석은 뭐니 뭐니 해도 바다가 내다보이는 자리다. 벽면 전체가 폴딩 도어로 문을 모두 열어젖히면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철썩대는 파도 소리까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누구나 탐내는 자리지만 한 달에 몇 번씩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 찾아온다. 제주 여행길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줄 뮤지션들에게 말이다. 올 여름에 문을 연 벨롱 카페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바다가 보이는 쪽을 무대로 꾸미고 여러 악기와 음향 장비를 갖춰 언제든 콘서트홀로 변신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벌써 빅마마 출신의 민혜와 동물원, 월드뮤직그룹 두번째달 등이 이 무대에 섰다. 11월 15일에는 브라질리언 기타리스트 와타나베 미키오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어쿠스틱 기타 듀오 2km가 11월의 첫날을 열정적으로 달궜다. 이날은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친다는 소식에 하도리 주민들도 오랜만에 문화 공연 나들이에 나섰다. 블로그를 통해 미리 예약하고 온 이들과 우연찮게 들른 여행자들까지 모두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때로는 아련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마지막 앙코르 곡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아쉬움에 누구 하나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뮤지션들의 사인을 받느라 갑자기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카페 이름인 벨롱은 주인장이자 현역 기타리스트인 놈삐와 주네가 결성한 브라질리언 어쿠스틱 밴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올 겨울엔 정식 음반도 발매할 계획이다. 앞으로 벨롱 카페에서 여행자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들의 공연 무대도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카페 세바 -주소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선흘동2길 20-7(함덕해변에서 차로 5분 거리) -문의 : 070-4213-1268 http://blog.naver.com/cafeseba 벨롱 카페 -주소 :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652(세화해변에서 차로 2분 거리) -문의 : 070-8242-1899 http://blog.naver.com/cafebellon 주변 음식점 -어진이네횟집 : 물회 / 서귀포시 보목포로 55 / 064-732-7442 -소라횟집 : 물회, 우럭매운탕 /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426 / 064-784-3545 -산지물식당 : 어랭이물회 / 제주시 임항로 26 / 064-752-5599 http://www.sanjimul.com/index2.php 숙소 -대국아일린호텔 : 서귀포시 중정로5번길 15 / 064-763-0002 -비롯하우스 : 제주시 조천읍 신촌5길 52-1 / 010-8931-0020 http://www.beroad.co.kr/ -볕들이펜션 :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284-4 / 010-3408-6767 http://www.villalucis.co.kr/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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