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순창에 가면 먼저 산과 강을 찾는다. 강천산을 걷고 채계산 출렁다리를 건넌다. 용궐산 하늘길까지 오르면 하루가 빠듯하다. 이름난 산과 강 옆마다 순창이 꼭꼭 감춰둔 미술관이 하나씩 있다. 모르고 지나치기에는 아깝다. 순창에서 예술을 한 자락 얹어 여유를 부려 보자. ★ 순창 예술 여행 추천 코스 ★ - 섬진강미술관: 박남재 화백의 작업 공간이었던 구남마을에 자리한 미술관 - 옥천골미술관: 양곡창고를 고쳐 지은 읍내 한복판의 공립미술관 - 강천예술원: 박덕은미술관과 조각공원이 품은 강천산 자락의 예술정원 - 순창발효테마파크: 발효와 음식을 체험으로 풀어낸 복합문화공간 순창 여행은 섬진강과 오수천이 만나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적성면 평남리 구남마을이다. 섬진강을 건너 논 사이로 난 길을 한참 따라 들어가야 나온다. 마을 어귀 풍경부터 여느 시골과 다르다. 돌담마다 벽화를 그렸고 길모퉁이마다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마을회관 앞에 놓인 긴 의자는 조근호 작가의 '달빛 꿈 의자'다. 회관 지붕 아래에는 마을 이름을 상징하는 거북 조형물이 달려 있다. 두 물길이 만나는 마을로 거북이 들어가는 모습이다. 순창군은 이 마을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조형물 아홉 점을 세우고 벽화 여섯 점을 그렸다. 마을 전체가 야외 미술관이다. 마을이 끝나는 산자락에 섬진강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은 2016년 4월 문을 열었고, 그해 12월 화가 박남재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순창읍에서 태어나 열여섯에 고향을 떠났다가, 오랜 타향살이 끝에 돌아와 여기서 말년을 보내며 작업했다. 박남재는 평생 자연을 그렸고, 자신만의 빨강과 파랑을 찾아낸 대표 작가로 손꼽힌다. 이 미술관의 명예관장을 맡고 구순을 넘겨서도 날마다 붓을 들었다. 별관 앞에 그림 그리는 노화가의 조형물이 선 이유다. 별관은 석재 벽에 낮은 지붕을 인 단정한 모습이고 현재는 정비로 임시 휴관 중이다. 섬진강미술관은 이 별관과 함께 섬진강 갤러리라 부르는 신관까지 두 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관은 곡면 지붕에 통창을 둘러 섬진강과 적성 들녘을 마주 본다. 평생 자연을 그린 화가에게 어울리는 자리다. 전시실은 아담하고 깔끔하다. 흰 벽에 작품을 넉넉히 띄워 걸었고, 윤이 나는 바닥에 그림이 한 번 더 비친다. 한자리에서 둘러봐도 걸린 작품이 두루 눈에 들어온다. 주로 순창이 고향이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건다. 섬진강미술관과 옥천골미술관은 순창공립미술관에 속하며 미술관을 작품으로 채울 작가는 해마다 공모로 선발해 두 곳에 작품을 나눠 건다. 회화와 조각, 공예, 판화, 사진, 서예를 두루 받아 전시 공간을 내준다. 전시는 대개 한 달 넘게 이어진다. 옥상 전망대 난간 앞에 서면 섬진강이 흐르고 적성 들녘이 펼쳐진다. 멀리 채계산 능선에 걸린 출렁다리도 망원경으로 당겨 본다. 마당에는 기울어진 액자 모양 조형물과 그네가 있다. 액자 안에 박남재 화백이 그렸을 법한 순창의 강과 들이 담긴다. 여행TIP 조형물과 벽화가 구남마을에 있으니 한 바퀴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채계산 출렁다리와 용궐산 하늘길도 가까우니 코스로 함께 묶어도 된다. 2026년 11월 10일부터는 바다와 섬을 주제로 한 《이율배 작가 초대전》이 열린다. 박남재 화백의 상설전시관이 있는 별관은 정비로 임시 휴관 중이다. 섬진강미술관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적성면 평남길 122 - 운영 시간: 10:00~18:00 (17:00 입장 마감) ※ 매주 월요일 휴관 - 문의: 063-653-2296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뒤로하고 읍내로 들어선다. 순창읍 남계리, 낮은 지붕들 사이에 흰 건물 한 채가 서 있다. 정면은 벽 위쪽에만 창을 냈는데, 액자처럼 벽 밖으로 내밀었다. 모서리를 돌면 같은 모양의 창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며 건물이 길게 이어진다. 옥천골미술관은 본래 쌀을 쌓아두던 양곡창고였다. 순창군은 2015년 7월 창고를 고치는 공사를 시작해 그해 12월 마쳐 이듬해 4월 문을 열었다. 지상 2층에 전시장과 수장고, 창작활동실을 두었다. 양곡창고의 생김새가 대개 그렇듯, 곡식 포대를 높이 쌓으려 천장을 올리고 볕과 더위를 막으려 벽에는 창을 적게 낸다. 미술관은 그 틀을 그대로 두고 창을 새로 냈다. 이 건물은 2016년 전라북도 건축문화상에서 아름다운건축물 대상을 받았다. 안으로 들어서면 눈길은 천장으로 먼저 향한다. 굵은 목재를 삼각으로 엮은 지붕틀이 드러났다. 벽은 희게 칠하고 바닥은 매끈하게 다듬었지만 목재로 짠 천장 골격은 손대지 않았다. 섬진강미술관과 옥천골미술관은 개관 10년 만인 2026년 4월, 100점 이상의 소장품과 전문 학예사, 수장고 등 엄격한 기준을 갖춰 전북특별자치도에 1종 미술관으로 함께 등록되었다. 관람료를 받지 않아 누구나 편히 들렀다 가는 열린 공간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은 해마다 도내 시·군 공립미술관을 돌며 협력전시를 연다. 올해는 각 미술관이 소장한 대표 작품을 모아 도내를 돌았고, 순창이 마지막이었다. 조선 후기 화가 최북의 〈모란〉과 김병종의 〈바보예수〉 등 지역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의 작품이 옥천골미술관에 걸렸다. 공모로 뽑은 작가 초대전 사이사이에는 기획전이 들어선다. 올해만 해도 민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시와 칠성신앙을 불화로 옮긴 현대 불교미술전이 이곳을 거쳤다. 작은 미술관이지만 걸리는 작품의 폭이 넓고 다채롭다. 전시실을 나오는 길에 엽서가 놓여 있다. '작가와 소통하는 엽서 이야기'다. 작품을 보고 느낀 마음을 적어 통에 넣으면 미술관이 전시 작가에게 전한다. 엽서를 그냥 가져가도 된다. 여행TIP 2026년 9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박경식 작가 초대전》이 열린다. 옥천골미술관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순창읍 남계로 81 - 운영 시간: 10:00~18:00 (17:00 입장 마감) ※ 매주 월요일 휴관 - 문의: 063-650-1638 가을 단풍으로 이름난 강천산 자락, 계곡을 낀 자리에 강천예술원이 있다. 너른 대지에 김지우 원장이 30년에 걸쳐 모은 조각 500여 점과 석부작, 항아리를 놓았다. 석부작은 돌에 이끼나 풀을 붙여 기른 작품이다. 마당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석조각이 먼저 눈에 든다. 책가방을 멘 남매가 걸어가고, 두 아이가 피리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세 아이가 나란히 통나무에 앉아 있다. 어른들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만한 모습이다. 조각공원 안쪽에는 연못이 있다. 다리를 건너 통나무 기둥에 기와를 인 팔각정 마루에 오르면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앉아 쉬기 좋다. 본관 뒤편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구간도 있다. 강천예술원의 중심은 박덕은미술관이다. 박덕은은 시와 소설, 평론, 희곡을 두루 쓴 문인이자 화가다. 글과 그림을 함께 해온 예술가답게 앞마당에도 시를 새긴 돌이 늘어선다. 미술관은 그의 작품 50여 점을 걸고, 3층 수장고에 600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 강천예술원은 미술관이라기보다 산자락에 앉은 정원에 가깝다. 시비와 조각을 번갈아 만나는 산책로가 나 있다. 정원이 넓어 걸으며 작품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산책을 마치면 지우갤러리로 들어간다. 이곳은 쉼터이자 카페로 층고가 높고 넓은 공간에 벽마다 작품을 건다. 통창 너머로 정원이 내다보인다. 관람료에 음료 한 잔이 포함되니 앉아 마시며 쉬어간다. 강천예술원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구림면 강천로 801-20 - 운영 시간: 10:00~18:00 - 이용 요금: 8,000원 (음료 1잔 포함) - 문의: 0507-1338-2974 마지막으로 순창발효테마파크를 찾는다. 장류의 고장답게 발효를 주제로 꾸민 복합문화공간이다. 천년광장을 가운데 두고 그 둘레로 전시관과 쉼터가 늘어선다. 홍메관은 음식을 과학으로 풀어낸 푸드사이언스관이다. 직접 만지고 겪는 체험형 전시가 많다. 홍메관의 전시는 세계 음식 문화에서 출발한다. '걸리버 음식 세계'는 음식을 사람 키만 하게 키운 포토존이다. 아이 눈높이에서 음식의 속을 들여다본다. '컬러풀 푸드'는 식품의 색이 어떤 성분에서 나오고 어떤 효능이 있는지 보여준다. '요리의 과학'은 저장과 포장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짚는다. 실내 놀이터와 게임으로 푼 체험도 있어 아이들이 오래 머문다. 효모관은 효모사피엔스관으로도 불리는데, 발효에 꼭 필요한 미생물 효모를 다룬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영상과 게임으로 풀어낸다. 곰팡이, 유산균, 초산균이 무슨 일을 해서 음식이 되는지 차례로 따라간다. 된장, 김치, 식초를 만드는 균이 저마다 다르다. 순창 고추장이 맛있게 익어가는 데 어떤 미생물이 활동하는지 짚어 준다. 야외로 나가면 유리온실이 두 곳 있다. 다년생식물원에는 아치형 지붕틀 아래 야자와 선인장 같은 아열대식물 50여 종이 자란다. 쉬어 가려면 햇살라운지가 좋다. 볕이 잘 드는 온실을 야영장 분위기로 꾸민 쉼터다. 천년광장에는 순창군 캐릭터 조형물이 줄지어 섰고 그 뒤로 산자락이 둘러선다. 가을이면 이곳은 축제의 무대가 된다. 제21회 순창장류축제가 2026년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전통고추장민속마을과 이곳 일원에서 열린다. 장인과 함께 고추장을 담그고, 콩을 삶아 메주를 빚는 체험이 나흘 내내 이어진다. 고추장을 임금에게 올리던 진상 행렬도 재현한다. 11월 21일과 22일에는 같은 자리에서 순창 코리아 떡볶이 페스타가 이어진다. 순창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갖가지 떡볶이를 한자리에서 맛본다. 순창발효테마파크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순창읍 장류로 55 - 운영 시간 [하절기(3월~10월)] 10:00~18:00 [동절기(11월~2월)] 10:00~17: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전일 및 당일,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다음 날 휴무 - 이용 요금 [홍메관] 성인 3,000원, 어린이·청소년 2,500원, 유아 2,000원 [효모관, 다년생식물원] 무료 ※ 청소년·어린이(만 6세 이상~만 18세 이하), 유아(1세 이상~5세 이하) ※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 문의: 063-652-6511 | 글, 사진: 김덕식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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