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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년의 이야기를 품은 방을 데우기 위해 아궁이에 장작을 때면 , 나무 타는 향이 그윽하다 . 보드랍게 퍼지는 뿌연 연기의 고소한 내음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린 여행자의 불안을 , 복닥복닥한 심정을 , 그런 마음을 품고 사느라 굳은 뼈 마디마디 사이의 근육을 녹이고 달래고 보듬는다 . 달과 별이 춤추는 밤 ,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나는 아름다운 청송 덕천마을의 방에 누웠다 . 벅차게 포근해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른다 . ① 고향집이 생긴 듯, 송정고택 덕천마을에는 삽살개 복돌이가 마실 다닌다 . ‘ 오늘은 마을에 별일이 없나 .’ 순찰을 마친 후 느릿하지만 활기찬 걸음으로 돌아가는 곳은 송정고택이다 . 마을에서 가장 큰 고택인 송소고택과 담 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이 집은 송소 심호택의 둘째 아들인 송정 심상광이 분가하면서 1914 년 지은 집이다 .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 631 호로 올해 104 년이 된 송정고택은 2011 년부터 한옥 스테이로 운영해왔다 . 도산서원 , 병산서원 , 고산서원의 원장을 두루 지낸 송정 심상광의 손녀 심증옥 여사가 남편과 함께 집을 지킨다 . 방은 총 여섯 개지만 주로는 명품 방 4 개 위주로 운영한다 . 객이 한옥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랑 격인 작은방은 단체가 묵지 않는 한 쉬이 내어주지 않는다 . 바깥채는 역사적으로도 의미 깊다 . 송정이 공부했던 책방과 독립운동가이자 광복 이후 초대 총리를 지낸 철기 이범석 장군이 즐겨 찾았던 사랑방 (‘ 장군방 ’ 이라고 불린다 ) 은 부러 찾는 이들이 많다 . 책방과 사랑방이 나란한 바깥채에는 이곳을 즐겨 찾던 의친왕의 편액이 걸려있다 . 삼 천여 평 규모의 집은 내외가 안과 밖을 나누어 관리한다 . 온기 가득한 집안 곳곳에는 부부의 정성이 깃들었다 . 나무와 목단 , 작약 , 구절초 , 백일홍 , 봉선화 , 국화가 계절 따라 피는 안마당과 바깥마당 , 우물가 , 덕천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산은 바깥사장님의 몫이다 . 집안은 심증옥 여사가 가꾼다 . 정갈한 살림 중 가장 눈에 드는 건 이불이다 . 보드라운 양단 , 장인이 만든 천연염색 이불 , 고슬고슬 포근한 무명 이불을 갖춰 손님의 취향에 맞게 낸다 . 훈기 가득한 방에서 무명 이불 덮고 누우면 꿈도 꾸지 않고 죽은 듯이 자다 깨어난다 . 아침 새소리에 잠이 깬 이후에도 방의 온기와 이불의 촉감이 좋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 누워있고 싶어진다 . 이 강렬한 유혹을 뿌리치게 만드는 것은 복돌이와 복실이가 낳은 아기 삽살개들이 마당에서 뛰노는 소리다 . 어찌나 매혹적인지 , 몸을 일으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송정고택에서는 철 따라 , 상황 따라 다양한 체험이 무료로 가능하다 . 떡메치기 , 제기 만들기 외에도 여름이면 반딧불을 보 고 , 잘 가꾼 텃밭에서 제철 식재료를 고르고 , 가을에는 밤을 줍는다 . 너른 마당에서 아기 삽살개와 뛰노는 체험은 운이 좋아야 가능한 것 . 나는 참 복이 많다 . 집을 나설 때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 소중한 것 두고 오는 떠나오는 마음이 들어서다 . 주인장의 푸진 인심 , 정갈한 방 , 따뜻한 온기 , 복돌이 복실이와의 우정이 그리워 언젠가 꼭 다시 찾게 될 게다 . ✔ 귓속말 Tip 명당 터란 이런 곳을 일컫는가 싶을 만큼 잠이 잘 온다. ② 차향 그윽한, 청원당 차인 ( 茶人 ) 인 최영희 원장이 터를 잡은 청원당은 찻집과 다도 체험 공간을 겸하는 한옥스테이다 . 최영희 원장의 기거 공간까지 세 채의 건물이 아름다운 정원에 어우러져 있다 . 숙박이 가능한 방이 하나라 이 집에 머물면 한옥이 온전히 내 공간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 다육식물과 키 작은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심어 아기자기하게 가꾼 마당이 아름답다 . 정갈한 뒷마당의 텃밭 , 발효액과 장이 숨 쉬는 수 십여 개의 장독 , 찻잔 가득한 차실까지 모든 공간은 집 주인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닿아 반짝반짝 빛난다 . 솜씨 좋은 주인 장이 직접 수놓은 침구는 정갈하고 깨끗하다 . 주인은 조식을 직접 차려낸다 . 텃밭에서 수확한 제철 식재료와 직접 담근 효소로 맛을 낸 반찬을 예쁘게 담아 올린다 . “ 야채 잘 안 먹는 아이들도 예쁘게 담아 내면 호기심에 입에 넣어요 . 입에 들어가는 것 보면 또 그렇게 기쁘고요 . ” 라도 말하는 주인장은 마치 엄마 같다 . 군불 때는 한옥이지만 개조해 화장실과 샤워실을 안쪽에 마련했다 . 화장실 변기 옆에는 코스모스를 꽂아 두었다 . 화장실과 방에는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항상 생화를 꽂아 둔다 . 방은 작은 기쁨 하나하나 살뜰하게 누리며 바르게 살려는 주인장을 고스란히 닮았다 . ✔ 귓속말 Tip 마당의 장독대를 찻상 삼아 마시는 차 한잔이 더없이 좋다. ③ 따뜻하고 아늑한, 찰방공종택 덕천마을에서 가장 큰 집인 송소고택을 종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짜 종택은 송소고택 옆에 자리한 찰방공종택이다 . 청송 심씨 악은공의 9 세손인 찰방공심당 (1606 ~1674 ) 의 고택으로 청송에서 유일하게 사당이 있는 집이다 . 본래 고택은 지금 집터 뒤편에 있었는데 화재로 소실됐고 지금의 집은 1933 년에 후손이 지은 집이다 . 지금은 덕천마을의 이장이자 종부인 김순한 여사가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집을 반짝반짝 유리알처럼 빛나게 돌본다 . 종택이지만 아담하다 . 아담한 공간은 옛 물건들로 가득하다 . 툇마루 시렁 위에는 김순한여사의 시어머니가 받은 함이 창연히 빛나고 , 마루 한편에는 시아버지가 직접 만든 소반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 닦고 또 닦아 아껴 쓴 오래된 물건은 편안하고 맑은 기운을 발산한다 . 사랑방 , 안방 , 작은방 , 상방 , 별채방까지 다섯 개의 방이 있다 . 작은방이 특히 포근하다 . 이 댁 며느리들이 아기 낳으면 쓰던 방이라 그런지 엄마 자궁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다 . 신기하게도 방마다 기운이 다르다 . 현명하고 어진 시어머니가 쓰시던 안방은 덕 ( 德 ) 의 기운이 충만하고 , 전국에서 글을 받으러 이 댁을 찾을 정도로 소문난 문장가였던 시 할아버지가 쓰던 사랑방은 지 ( 智 ) 의 기운이 그득하다 . 예약하면 삼일 전부터 군불을 뗀다 . 훈훈하고 뭉근하게 방을 데우기 위해서다 . 종택 입구에 마련한 별채는 최근 지은 건물 밖은 한옥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이다 . 한옥체험은 하고 싶은데 한옥 생활에 다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된다 . ✔ 귓속말 Tip 종부인 김순한 여사와 두런두런 나누는 정겨운 대화는 어찌나 좋은지. 집의 이야기, 어르신들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게 많다. ④ 예술의 향기 피어나는, 창실고택 송소고택에서 심호택이 분가할 때 지은 27 칸 집으로 , 당시 며느리의 고향 지명을 따라 창실고택이라고 불린다 . 지금의 집은 민화 화가인 최점순씨가 지킨다 . 방치된 고택을 임대해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아내고 야생화를 심었다 . 텃밭을 살뜰히 가꿨고 , 조산으로 이어지는 무더기에는 온실도 세웠다 . 뒷마당에는 너른 잔디밭을 가꿔 손님이 원하는 때면 바비큐는 물론 , 떡 메치기 , 송편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는 야외 체험공간이 된다 . 10 년 전부터 숙박을 시작했다 . 방은 총 일곱 개 . 그 중 하나는 집주인이 살고 다른 하나는 차실과 숙박 손님에 한해 민화 그리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활용한다 . 초당 ( 행랑 ), 안사랑 , 책방 , 황토방 , 사랑방 다섯 개의 방이 제각각 다르게 매력적인데 , 가장 아늑하고 멋진 공간은 안사랑이다 . 작은 쪽문을 열면 마당의 흰 꽃 소담하게 핀 취나물 밭이 창을 가득 메우는데 , 그림을 걸어 놓은 듯 아름답다 . 뒷마당 쪽 툇마루에 핸드폰 함이 있다 . 창실고택을 즐겨 찾는 여행객 중 일부는 도착하자마자 이 함에 핸드폰을 숨겨두고 머무는 내내 꺼내지 않는다고 . 뒤편 조산에서 철 따라 산나물 캐고 , 민화작가인 주인장의 가르침을 따라 부채나 손수건 위에 민화를 그리고 ( 제대로 하려면 3 시간가량 소요된다 ), 툇마루에 앉아 잠시 멍하게 지내다가 동네 마실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쉬이 간다 . 바쁜 삶 오롯이 내려놓고 쉬기에 이만한 곳이 없겠다 . ✔ 귓속말 Tip 주인장이 그러모은 골동품을 보는 낙이 있다. 장독대, 집안 곳곳의 물건들이 모두 귀하다. 주변 관광지 덕천마을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다 청송 인터체인지로 나오면 채 삼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덕천마을이 있다. 큰길과 마을을 잇는 다리를 건너 경의재 옆 벚나무 터널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날랜 것들은 모두 제 속도를 잃는다. 청송이 슬로시티로 지정되는 데 큰 몫을 한 덕천마을은 청송심씨의 본향이다. 조선 후기 만석꾼이었던 송소 심호택의 99칸 송소 고택을 중심으로 송정 고택, 찰방공 종택, 창실 고택, 청원당 등 총 6채의 고택이 남아있다. 가을 벼농사가 막바지, 금빛으로 빛나는 마을이 유독 아름다운 이유는 하늘이 온전히 보여서다. 지중화 사업을 마친 덕천마을에는 전봇대가 없다. 자연스레 하늘을 어지럽게 가르는 전선도 모두 땅 아래 있다. 바지런한 이장님과 마을 사람들 덕에 동네 길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마을은 평온하다. 송정 고택 심증옥 여사의 말에 의하면 매일 문을 열어 두고 다녀도 마을에 도둑 한 번 든 일이 없다고. 송정 고택 솟을대문 앞에 마련한 무인 장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이 보이는 자리에 있는데, 나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무인 장터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재배한 수확물과 도라지 청, 생강청 등의 가공식품, 사과 등을 판매한다. 어느 집을 가건 후한 인심에, 살뜰한 보살핌이 가득하다. 때문에 마을 바깥에 볼거리가 많아도 마을에만 머물게 된다. 마을 어귀에 사과농장에서 사과 따기 체험, 마을 내 공방에서 천연염색체험, 청원당의 다도체험을 두루두루 하다 보면 하루가 빠르다. 경의재부터 덕천 2리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둑길이 이어진다. 만석 지기 산책로가 불리는 길 위에는 감나무, 대추나무, 복숭아나무, 자두나무가 많아 길을 걸으며 제철 과실 하나 둘 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 중앙에 1957년 지어진 덕천교회가 아름답다. 송소고택으로 시집온 며느리를 위해 시아버지가 지어준 교회로 옛 정취가 가득해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최근 덕천마을에는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도자기와 그림을 그리는 두 사장님이 의기투합해 '백일홍'이라는 간판을 걸고 운영한다. 인근(차로 5분 거리) 솔기 온천도 놓치지 말 것. 덕천마을로 온 여행객은 요금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물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소문대로다. 헤어 컨디셔너를 챙겨가지 않아 샴푸로만 머리를 감았는데도 손빗질이 부드럽게 될 정도다. 주왕산국립공원 청송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산지를 먼저 둘러보지만 마을 어른들이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한 곳은 주왕산국립공원이다. 단품이 막 들기 시작한 주왕산은 아침 일찍 가야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다.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만큼 '기암절벽의 종합 전시장'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공원 초입에는 대전사가 자리한다. 신라 말에 창건했다는 설과 고려 초에 창건했다는 의견이 팽팽한 천 년 고찰이다. 대전사부터 용추폭포까지 5.8km 구간이 가뿐히 걸을 만하다. 탐방로가 정비되어 있는 데다 주왕암, 주왕굴, 급수대, 학소대, 주상절리, 천둥알 등 지질 탐사도 가능한 구간이다. 주방천 페페라이트 앞 갈림길에서 주왕암과 주왕굴로 향하는 코스를 돌아 생태탐방로를 통해 용추계곡까지 가는 코스가 압권이다. 길 중간에 마련된 급수대 전망대는 반드시 올라가 볼 것. 주왕산, 장군봉, 연화봉, 병풍바위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산신령이 눈앞에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영검하다. 하이라이트는 용추계곡. 거대한 기암괴석이 첩첩이 선 풍경은 탄성이 절로 난다. 주차장에서 용추계곡을 돌아 나오는 코스는 2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송정고택 주소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15-1 문의 : 054-873-6695 청원당 주소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3 문의 : 054-872-6119 찰방공종택 주소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23-8 문의 : 010-9502-7611 창실고택 주소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39 문의 : 010-8509-2436 글,사진 : 문유선(여행작가) 출처 : 청사초롱 2018년 11월호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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