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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의 밤은 고요하다. 등대는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선창을 오가는 많은 배들을 위해 한때 불을 밝혔던 영산포 등대, 불 꺼진 등대 앞으로 숱한 사연을 품은 영산강이 말없이 흐른다. 영산강은 전남 담양에서 발원하여 광주, 나주, 영암을 거쳐 목포까지 122km를 흐른 뒤 바다에 이른다. 영산강이 품은 마을 영산포는 조선시대 전세(田稅)를 보관하던 영산창이 있던 곳이다. 조선 중종 때 영광 법성창이 생기기 전까지 영산창은 남부 지방의 전세를 모았다가 한양으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했다. 뱃길이 시작되는 영산포구는 사람들과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여러 산물이 모이는 곳이었다.일제강점기 뱃길에 철도까지 생기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더 많아졌고, 일본인 주거지와 일본인 거리 등이 생기면서 시가지가 발달했다. 당시 일본인들의 거리를 원정(元町)이라고 부르는데 지금도 그 거리에 옛 분위기가 남아 있다. 영산교를 건너면 전국적으로 알려진 영산포 홍어거리가 시작된다. 영산포 주변 마을에 남아 있는 옛 정취를 돌아보기 전에 영산포 홍어 맛을 본다. 홍어 요리 중 홍어삼합이 가장 유명하지만 한끼 식사로는 보리애국을 따라올 게 없다. 삼합도 먹고 싶고 보리애국도 먹고 싶어서 선택한 것은 홍어정식이다. 홍어는 국내산과 칠레산으로 나뉘는데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이왕 영산포까지 왔는데 국내산을 한번 먹어봐야겠다 싶어 국내산 홍어정식을 시킨다. 홍어튀김, 홍어전, 홍어찜, 홍어삼합, 홍어무침, 보리애국, 홍어애, 홍어코 등 다양한 홍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국내산 홍어 맛에 배부른 줄도 모르고 홍어애국까지 싹 비운 뒤 거리로 나선다. 홍어거리 초입에서 가까운 곳에 걷기 여행의 출발점인 영산포 등대가 있다. 등록문화재 제129호인 영산포 등대는 1915년에 건설됐다. 등대의 기능과 더불어 영산강의 수위를 관측하는 기능을 했다고 한다. 영산포에 뱃길이 끊기면서 영산포 등대는 화려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퇴역했다. 그나마 1989년까지는 수위 관측 기능을 유지하다가 지금은 등록문화재로 남아 영산포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안내자가 되고 있다. 영산포 등대 앞 황포돛배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영산강을 유람할 수 있다. 황포돛배는 황톳물 들인 깃발을 달고 서남해안에서 난 소금과 젓갈 등 해산물을 영산포까지 운반하던 영산강의 주요 운송수단이었다. 영산포 등대를 돌아보고 뚝방길을 따라 서쪽으로 350m쯤 가면 왼쪽에 ‘영산나루’라는 간판을 내건 집이 보인다.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집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250년 된 팽나무다. 커다란 나무가 활짝 펼친 부채 모양으로 잘생겼다. 나무가 있는 정원 한쪽에 붉은색 벽돌집이 보인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로 사용됐던 건물이다.동양척식주식회사는 1908년 일제가 조선의 경제를 독점, 수탈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1909년 일제는 동양척식주식회사 영산포 지점을 설치하고 이후 영산포 배후의 농지를 약탈하기 시작했다. 1910년 7월 궁삼면(영산, 세지, 황곡) 일대 토지 1만 4,552정보(약 144㎢)와 묘지 1,800필지를 8만 엔에 강제 매수하여 수탈했다. 1916년에는 쌀 6만 5,000석, 보리 2,000석, 목화 1만 근(약 6,000㎏)을 관리했다. 커다란 팽나무 아래 앉아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 붉은 벽돌 건물을 바라보며 따듯한 커피를 마신다. 바람은 차가운데 속이 뜨겁다. 일제강점기 물자 수탈의 역사를 영산포 등대와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 건물이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산나루를 나와서 마을 뒷골목으로 접어든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영산포 주변 이창동과 영산동은 낮은 언덕과 구릉에 들어선 마을이다. 이창동 일대 골목길을 돌아서 영산동으로 넘어간다. 영산동주민센터 옆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 낡은 집 그리고 아이들…. 추억으로만 남은 줄 알았던 풍경이 영산포 마을 골목길에 영화처럼 펼쳐진다. 마을 안으로 들어갈수록 골목길은 좁아지고 거미줄처럼 갈라진다. 나무전신주가 확성기를 매달고 힘겹게 서 있다. 창고 건물의 녹슨 대문이 세월을 말해준다.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보는데 넓은 마당이 있는 큰 집이 눈에 들어온다. 일제강점기 구로즈미 이타로라는 사람이 살던 집이란다. 영화 <장군의 아들>을 이곳에서도 촬영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만들었다는 상가 거리(원정)로 접어든다. 낡고 허름한 건물들 가운데 일본풍 건물이 군데군데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 영화 촬영지 같은 이름표보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골목길에 정이 간다. 그 골목길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뛰어다니고 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더 정이 간다. 골목은 그래서 언제나 따듯하다. 끊기고 막힐 것 같은 모퉁이를 돌고 돌면 길은 어느새 다른 골목과 만나고, 그 골목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아이들이 있어 오래된 골목이 빛난다. 황포돛배 이용정보 - 위치 : 나주시 등대길 80(영산동 279-12번지) 영산강선착장 - 문의전화 : 061- 332-1755 - 선박 : 빛가람호, 나주호, 왕건호, 영산강호 (빛가람호는 3명이상 / 나주호는 13명 이상 / 왕건호와 영산강호는 20명 이상 이용시 운항 가능) - 운항구간 : 영산포 선착장 ↔ 한국천연염색 박물관 선착장 (왕복 10km/50분 소요) - 출발시각 : 오전 10시,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2시, 오후 3시, 오후 4시, 오후 5시 (동절기 11월~2월은 16:00까지) - 요금 :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 매주 월요일 휴무(공휴일 제외)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무안광주고속도로 운수IC → 석천교차로 나주시청/금천 방향 → 영산강변로 → 예향로 → 영산대교사거리 → 영산3길 → 영산포 홍어거리 * 대중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영산포까지 하루 4회(07:10, 10:50, 14:50, 18:35) 운행, 4시간 10분 소요. 영산포버스터미널에서 영산포 홍어거리 입구(영산교, 영산포 등대 등)까지 약 900m 도보 이동. 서울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KTX-산천, ITX-새마을호, 무궁화호 하루 26회(05:50-23:10) 운행. 나주역에서 영산포까지 약 3km 거리(지선버스/간선버스 이용가능, 약 20분) 2.주변 음식점 홍어1번지 : 홍어정식, 보리애국 / 나주시 영산3길 2-1 / 061-332-7444 하얀집 : 곰탕, 수육 / 나주시 금성관길 6-1 / 061-333-4292 노안집 : 곰탕 / 나주시 금성관길 1-3 / 061-333-2053 3.숙소 스퀘어모텔 : 나주시 선창길 21 / 061-333-0927 대주모텔 : 나주시 삼영1길 5 / 061-333-1180 나주목사내아 : 나주시 금성관길 13-8 / 061-332-6565 http://moksanaea.naju.go.kr 글, 사진 : 장태동(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6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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