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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밑돈다는 기상청의 날씨 예보보다 더 낮았다. 들이쉬는 숨이 얼어붙는 느낌이다. 눈을 헤치고 길을 내며 올라 정상에 섰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바라본 곳에 강릉시내와 동해가 있었다. 능경봉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속하지만 평창군 횡계에서 접근하기 쉽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까지 버스가 다니고, 횡계에 내려서는 택시를 타는 게 낫다. 약 6km 떨어진 곳에 능경봉으로 올라가는 시작점인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다. 횡계에 내려서 이 지역의 대표 음식인 황태해장국을 먹고 능경봉으로 향한다. 능경봉 초입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앞에서 준비물을 점검하고 장비를 착용한다. 겨울산행의 필수품인 아이젠과 스패츠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간 사람들이 다져놓은 눈길은 영하의 날씨에 얼음이 됐다. 아이젠 덕분에 얼음길, 눈길을 미끄러지지 않고 걷는다. 계단을 올라서면 고속도로준공기념비가 나타난다.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어 능경봉으로 올라가면 된다. 이정표에 ‘능경봉 1.8km’라고 적혔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서 능경봉 쪽으로 가지 않고 길을 건너 양떼목장 방향으로 가면 풍력발전기가 있는 풍경으로 유명한 선자령길이다. 그러니까 선자령길과 능경봉길은 출발지점이 같다. 능경봉길은 선자령길의 유명세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눈 쌓인 산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 오기를 기다렸다가 첫발자국을 찍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능경봉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가파른 오르막길은 아니지만 눈길을 걷는 게 쉽지 않다. 길을 내며 먼저 지나간 사람들 덕분에 눈길을 헤치며 걷는 수고는 덜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누군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 길옆으로 발자국이 남았는데 저만치 가다가 흔적이 없어졌다. 아마도 길을 새로 내며 걷고 싶은 마음에 얼마간 가다가 포기하고 돌아온 모양이다. 눈 쌓인 산길을 걷다 보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을 보고 있으면 그 위에 첫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설탕처럼 반짝이는 하얀 눈밭은 사람을 그렇게 유혹한다. 속살을 다 드러낸 겨울산이 앙상한 가지를 움켜쥐고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눈밭에 쓰러진 나무들의 그림자가 추상화를 그린다. 멀리서 보면 우리가 걷는 곳 또한 겨울이 그린 한 폭의 추상화일 것이다. 그림 속에서 풍경이 되어 걷는다. 이정표가 능경봉까지 1.1km 남았다고 일러준다. 여기서부터 길은 조금씩 기울기를 더한다. 힘들지는 않지만 좀 쉬어 가기로 한다. 눈밭에 앉아 준비해온 보온병과 커피가루, 거름종이, 휴대용 커피 내리는 기구를 꺼내 커피를 내린다. 하얀 눈밭에 앙상한 나무와 바람과 커피만 남았다. 커피향이 눈밭으로 가라앉는다. 뜨거운 커피 한 잔에 마음도 따뜻해진다. 짐을 정리하고 다시 산길을 오른다. 경사가 더 심해진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인지 갑자기 한기가 스친다. 눈이 시리고 코로 들이마시는 숨이 언다. 눈도 바람의 결을 따라 파도처럼 깎이고 또 그대로 얼었다. 눈길에 발자국이 없다. 눈을 헤치고 지나간 길에 또 눈이 내렸는지 발자국은 사라지고 희미한 길의 윤곽만 남았다. 눈을 헤치고 길을 내며 걷는다. 힘이 두 배 세 배로 든다. 길도 가파르다. 헬기장을 지나 마지막 오르막을 올라서니 정상이다.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 눈에 묻혔다. 손으로 눈을 긁어내니 표지석이 빼꼼히 머리를 내민다. 배낭을 내려놓고 옷을 벗어 능경봉 정상을 스쳐가는 바람을 온몸으로 껴안는다. 젖은 등줄기가 바람에 마른다. 이토록 완벽한 상쾌함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멀리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선 선자령 능선이 보인다. 저쪽으로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울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발밑으로는 힘줄 굵은 사내의 팔뚝처럼 힘차게 뻗어 있는 산줄기들이 펼쳐진다. 초록의 산보다 눈 쌓인 산이 더 힘차다. 그런 풍경이 능경봉 정상에 서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능경봉은 해발 1,123m다. 대관령 남쪽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겨울 설경이 아름답지만 봄에는 진달래가 유명하다.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니 일출도 장관이다. 횡계8경 중 하나가 능경봉의 일출이다. 산길은 능경봉에서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눈길 트레킹은 능경봉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택한다. 왔던 길이라도 돌아가는 길의 풍경은 또 다르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바람이 갑자기 매서워진다. 서둘러 내려와 택시를 불러 다시 횡계로 돌아나간다. 횡계공용버스터미널에서 강릉행 버스에 오른다. 겨울이면 놓칠 수 없다는 강릉 중앙시장 삼숙이매운탕으로 산행 뒤풀이를 할 작정이다. 왕복 4.2km 눈 쌓인 겨울산 트레킹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겨울산을 얘기하며 하루를 마친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횡계IC → 경강로 →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앞 주차 * 대중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횡계까지 하루 23회(06:22-20:05) 운행, 2시간 30분 소요. 횡계공용버스터미널에서 산행 시작점인 신재생에너지전시관까지 약 6km 택시 이용 2.주변 음식점 황태회관 : 황태요리 / 평창군 대관령면 눈마을길 19 / 033-335-5795 납작식당 : 오삼불고기 /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로 113 / 033-335-5477 황태덕장 : 오삼불고기, 황태요리 / 평창군 대관령면 눈마을길 21 / 033-335-5942 3.숙소 쌍둥이황토펜션 :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375-51 / 033-335-2236 http://www.twinpension.co.kr/ 대관령품안에펜션 :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양지길 372 / 033-335-0830 http://www.dkrpension830.com/ 대관령산방 :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로 93 / 033-335-5581, 033-335-5582 http://www.dkrsanbang.com/ 글, 사진 : 장태동(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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