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안녕을 말하며 떠나는 계절이다. 휴가 시즌을 놓치지 않고 한꺼번에 몰려간 피서객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그들이 떠나온 여행지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 뒤로 고요함만이 남겨졌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기대하며 동해로 떠났다. 강릉의 정동심곡바다부채길로 말이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과 심곡항 사이를 잇는 약 2.86㎞의 탐방로다.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친 모양과 닮아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바다를 두고 산책길 전체를 걷는 데 70여 분이면 충분하다. 트레킹이라기보다는 여유로운 바닷길 산책에 가깝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선 동해는 어떤 모습일까. 철 지난 바다 산책길을 걷는다면 그곳을 잠깐이라도 혼자 소유할 수 있지 않을까. 여름휴가를 놓쳤거나 인파에 떠밀리듯 여행하고 싶지 않은 이에게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을 추천하는 이유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출발점을 선택할 수 있다.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심곡항으로 향하거나, 반대로 심곡항에서 출발한다. 양쪽 입구 중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가 숲길로 마무리하는 심곡항 출발 코스를 추천한다. 바다에서 시작한 산책이 숲으로 끝나는 독특한 경험 때문이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에도 정동진 쪽이 편하다. 다만 산책길 마지막에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니 참고하자. 느긋하게 걷는 산책길이지만 출발하기 전 체크할 것들이 있다. 바닷길 중간에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해결(?)을 하고 길에 들어서야 한다. 매점도 없다.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생수 한 병은 필수다. 심곡항에 도착하면 바다로 뻗은 방파제 끝에 서 있는 빨간색 등대가 눈에 띈다. 입구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곧 심곡바다전망대다. 활짝 열린 파란 하늘이 반갑다. 여기저기서 동해의 비경에 놀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바다와 등대를 배경으로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는 모녀도 보였다. 전망대 아래로 파도가 들이치는 아찔한 모습이 신기한지 연신 깔깔거리는 중년의 여행객들도 눈에 띄었다. 바다는 모두를 소년소녀로 만들었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해안 경비를 위해 민간인 출입을 통제했다가 최근 개방했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보존된 이 바닷길은 산책로나 탐방로라고만 부르기에는 아쉽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2300만 년 전 지각변동을 일으킨 해안단구의 비경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길이다. 해안단구란 해수면에 맞닿아 평탄하게 형성된 지형이 세월이 흘러 계단처럼 분포된 것을 말한다. 정동진 일대 해안단구는 연구 가치와 보호할 필요성을 인정받아 천연기념물(제437호)로 지정받았다. 다음엔 어떤 경치가 기다릴까. 궁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무 데크와 철골 구조물로 만들어진 길이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따라 이어졌다. 자칫 카메라나 휴대전화라도 떨어뜨리면 큰일이다. 길 중간에는 얼마나 걸어왔는지 알려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에서는 앞을 보며 걷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모르고 떠나면 후회했을 경치가 언제 쳐다볼지 기다리며 등 뒤로 내내 따라오기 때문이다. 바다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푸른 빛깔의 제 속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풍경은 바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육지 쪽으로도 시선을 돌려보자. 기묘한 암석과 그 사이 위태롭게 뿌리박고 서 있는 나무도 산책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길을 걷기 시작한 지 30여 분쯤 지나면 부채바위에 닿는다. 바다를 향해 부채 모양으로 펼쳐진 바위다. 동해에 떠내려오는 여자 서낭신 그림을 건져 마을에 서낭당을 짓고 모셨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부채바위에서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앞으로 돌아나가 전망대에 꼭 가보자. 벤치에 앉아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풍경을 구경하기에 좋은 장소다. 듬직한 바위를 뒤에 두고 마음속에 바다 풍광과 파도 소리를 간직할 수 있다. 이곳에서만큼은 카메라도 휴대전화도 잠시 내려놓고 생각을 멈춘 채 시간을 보내자. 부채바위를 비롯해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코스 전체가 포토 존으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덕분에 인생 샷을 건지려는 여행객들이 여기저기에서 카메라를 향해 예쁜 표정을 짓고 있다. 다시 20여 분 걸으면 투구바위다. 고려시대 강릉에 부임한 강감찬 장군이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를 물리쳤다는 전설이 서린 바위다. 멀리서 보면 장군이 쓰는 투구가 바다를 향해 놓여 있는 모습이다. 산책길이 끝날 때쯤 몽돌해변이 보인다. 파도가 칠 때마다 자갈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장소다. 소원을 빌며 쌓은 다양한 돌들이 쓰러지지 않고 잘도 서 있다. 몽돌해변을 지나면 길은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걸으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신비롭게 다가온다. 숲길에 놓인 계단을 오르느라 숨이 차오를 때쯤 시선을 돌리면 바다가 멀리 물러나 앉았다. 이쯤에 도착했다면 벤치에 앉아 잠시 호흡을 골라본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광활한 바다와 거대한 바위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다. 눈앞에 성큼 다가온 바다는 어느새 저만치 도망가 있다. 바닷길뿐 아니라 숲길도 함께 걸을 수 있어 특히 매력적이다. 바다의 비릿함과 숲속 풀 냄새를 함께 맡을 수 있는 길이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심곡리 114-3(심곡매표소),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50-39(정동매표소) -문의 : 033-641-9445(심곡매표소), 033-641-9444(정동매표소) http://searoad.gtdc.or.kr/ 주변 음식점 -서지초가뜰 : 강원나물밥 / 난곡길76번길 43-9 / 033-646-4430 -솔담 : 강원나물밥, 연잎밥 정식 / 저동골길10 / 033-648-3338 http://www.soldam.kr/ -봉봉방앗간 : 핸드드립 커피 / 경강로2024번길 17-1 / 070-8237-1155 숙소 -라카이 샌드파인리조트 : 해안로536 / 1644-3001 http://www.lakaisandpine.co.kr/ -주문진호텔 : 주문진읍 불당골길5 / 033-661-0123 http://www.jmjhotel.co.kr/ -메이플비치호텔 : 강동면 하시동리 산101 / 033-823-2000 http://www.maplebeach.co.kr/ 글, 사진 : 이시우(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