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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는 서울과 영남을 잇는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며 숱한 이야기를 남겼다. 선비와 보부상 등이 주로 넘나들던 곳이지만, 문경새재 험준한 산세에 의지해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어려운 시절 그들은 쌀 대신 조와 녹두 등 밭작물과 도토리로 끼니를 때웠는데 그 옛 맛이 바로 새재묵조밥이다. 지금은 별미로 자리 잡은 문경새재의 특별한 맛을 즐겨보자.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문경새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금은 문경새재 안쪽으로 사람이 살지 않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문경새재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산지에 살던 그들은 대부분 조, 녹두, 팥 등 밭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쌀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밭작물을 장에 내다 팔아 쌀을 샀고, 기나긴 겨울을 버티기 위해서 나물을 말리고 도토리를 주워 저장했다. 형편이 그러했으니 쌀밥 대신 입이 깔깔해지는 조밥으로 한 끼를 때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배불리 한 끼를 먹는 것이 연중행사보다도 힘든 일이었다. 그들에겐 조, 녹두, 도토리가 생명의 양식이었다. 예부터 도토리는 묵을 쑨 뒤 조밥과 함께 비벼 먹었다. 조밥의 깔깔함을 덜어주며 양식을 아끼는 데도 한몫했다. 반면에 녹두는 빈곤한 가운데서도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던 고급 식재료 중 하나였다. 녹두는 귀한 데다 수확이 번거로워 값이 비쌌다. 녹두로 만든 청포묵은 혼인할 때 신랑 집에서 내던 음식 중 하나였다고 한다. 딸을 시집보내게 되면 부모가 딸을 사위에게 데려다준 뒤 하루를 묵고 갔다. 이때 신랑 집에서 매 끼니는 물론 간식과 밤참을 준비했는데, 이때 동동주나 청주와 함께 청포묵을 야참으로 들였다. 수십 년간 키워온 딸을 남의 집에 주는 데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새재묵조밥은 문경새재 사람들의 힘겨웠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이다. 문경새재 입구에 자리 잡은 ‘소문난식당’(054-572-2255)은 일흔을 훌쩍 넘긴 노부부가 새재묵조밥을 내고 있다. 이야기는 노부부가 문경새재 주흘관 안쪽 상초리에 살던 시절인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이 문경새재에서 나와 살면서 식당을 연 것은 불과 15년 전이다. 하지만 손님에게 묵조밥을 내기 시작한 지는 40년이 훌쩍 넘었다. 새재묵조밥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문경새재가 한몫을 했다. 1970년대 들어 문경새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는데 한 끼 식사를 해결할 만한 곳이 없었다. 노부부는 늘 먹던 방식으로 도토리묵과 청포묵에 백미를 섞은 조밥을 얹어 손님들에게 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소문난식당의 시작이었다. 변변한 이름도 없던 식당에 상호를 지어준 것도 새재를 찾아온 손님이었다. 1980년대 중반, 주말만 되면 문경새재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서울에서 큰 사업을 하다 회사가 어려워지고 건강도 나빠지자 문경새재를 다니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그는 새재를 찾을 때마다 제3관문 아래 산신각에 소주와 포를 올려놓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하며 절을 했다. 문경새재를 내려와서는 늘 노부부의 집에 들러 밥을 먹었는데, 음식 맛이 좋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식당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며 식당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것이 바로 소문난식당이다. 새재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난 식당이니 그것을 그대로 상호로 사용한 셈이다. 소문난식당의 노부부는 자연에 기대어 사는 자연인이다. 문경새재 안에서 살 때 귀한 손님 대접했듯이 지금도 변함없이 도토리묵과 청포묵을 직접 만든다. 도토리는 문경새재 주변에서 채취한 것을 쓰고, 녹두는 계약 재배를 통해 가은 지역에서 공급받는다. 도토리와 녹두의 껍질을 벗기고, 물에 불리고, 맷돌에 갈고, 물을 넣어 치댄 뒤 끓여서 묵을 만드는 과정이 노부부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하는 작업치고는 꽤나 고돼 보인다. 젊었을 적에는 도토리 껍질도 직접 비벼서 깠고, 불린 도토리와 녹두를 맷돌에 직접 갈아낸 것은 물론, 녹두를 비벼 치댄 뒤 고운 자루에 담아 열두 번이나 걸러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도토리와 녹두의 껍질을 벗기고 갈아내는 작업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갈아낸 도토리와 녹두를 자루에 담아 비벼 치대고, 커다란 솥단지에 넣어 주걱으로 연신 저으며 끓이고 뜸을 들이는 일은 여전히 노부부의 몫이다. 부부의 모습에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노련한 솜씨와 정성이 엿보인다. 청포묵 쑤는 모습을 지켜보니 묵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알겠다. 문득 녹두 한 말이면 몇 인분 정도 나올까 궁금해졌다. “할아버지, 녹두 한 말로 청포묵을 쑤면 몇 명 정도 먹을 수 있나요?” 하고 묻자 곰곰이 생각하더니 “여태껏 묵을 쑤면서 생각해본 적이 없네” 하시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40년 넘게 장사하면서 헤아려본 적이 없다니 사업 수완은 영 꽝이다. 하지만 탱글탱글한 묵을 만들기 위해 하염없이 주걱을 젓고 있는 모습은 진정한 장인의 모습, ‘느림의 미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각종 장류와 장아찌, 나물 등 토속적인 반찬은 할머니가 정성스런 손길로 만들어낸다. 밑반찬 역시 예전에 먹던 반찬 그대로다. 도시 사람들은 새재묵조밥 상차림을 보며 무슨 반찬인지 물어보곤 한다. 산촌의 평범한 삶 속에 숨어 있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모른다면 사람들에게 도토리묵과 청포묵은 그저 의미 없는 별미일 뿐이다. 문경새재 주변으로는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으로 이어지는 문경새재 탐방로뿐 아니라 문경새재 입구의 문경도자기전시관, 유교문화관, 옛길박물관, 문경오미자체험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등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볼거리가 넘친다. 그중 소문난식당과 가장 가까운 문경새재 자연생태관을 둘러보자. 문경새재 자연생태관은 2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문경의 자연을 영상으로 만나보는 영상관, 신재생에너지를 체험해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으로 꾸며졌다. 2층은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문경의 다양한 생물자원을 둘러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은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느끼고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문경새재 자연생태공원 곳곳에서 풍력,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체험관 내에서는 자연채광, 풍력, 태양광자동차와 가로등, 지열체험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체험해볼 수 있다. 전기가 없다는 가정 하에 어둠의 터널을 지나면서 에너지의 소중함을 마지막으로 느껴본다. 자연생태관 주변에는 화계원, 암석원, 망댕이요원, 전통 연못 등이 조성되어 있다. 곳곳에 정자와 벤치, 나무 데크 등이 있어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다. 문경새재 자연생태공원은 문경새재 매표소에서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돼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으로 이어진다. 문경새재 꽃동산, 생태습지와 생태연못, 야생화원 등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데크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문경새재 탐방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주흘관을 나와 오른편 다리를 건너면 문경새재 자연생태공원을 차분히 둘러볼 수 있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 → 문경새재 방면 3번 국도에서 좌회전 → 새재로 → 문경도자기전시관에서 새재교 건너 좌회전 → 소문난식당 * 대중교통 서울→문경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4회(06:30-20:00) 운행, 2시간 소요 2.주변 음식점 소문난식당 : 도토리묵조밥, 청포묵조밥 /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876 / 054-572-2255 문경산채비빔밥 : 산채비빔밥 /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13-14 / 054-571-3736 문경새재오는길 : 한정식 / 문경시 문경읍 각서윗길 7 / 054-572-3392 청운주막 : 소고기국밥 / 문경시 문경읍 청운로 40 / 054-571-0771 문경약돌한우타운 : 한우숯불구이 / 문경시 문경읍 문경대로 2426 / 054-572-2655 / www.문경약돌한우타운.kr 3.숙소 문경관광호텔 : 문경시 문경읍 새재2길 32-11 / 054-571-8001 / http://www.mghotel.com/sub6/index.htm STX리조트 : 문경시 농암면 청화로 509 / 054-460-5000 / http://www.stxresort.com/ 국민여가캠핑장(스머프마을) : 문경시 문경읍 새재1길 47 / 054-572-3762 / www.mgcamp.or.kr -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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