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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스락바스락’ 마른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 더욱 지그시 발자국을 새기게 된다. 마치 다리미로 정성 들여 다려놓은 듯 잔잔한 호수에 길게 누워있는 절벽이 울긋불긋 곱디고운 옷을 입었다. 소문난 가을 맛집은 인파에 휩쓸려 다니다 스트레스 지수만 높아질 뿐. 올가을엔 청도군 운문면에 숨은 가을 속을 걸어보자. 운문호는 영남의 젖줄과도 같다. 청도를 비롯하여 대구, 영천, 경산 지역의 상수도 취수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홍수를 대비한 수위 조절 기능, 전력을 이끌어내는 수력 발전 기능을 해내며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운문호반에코트레일은 청도의 숨은 명소로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걷는 내내 청도 8경 중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공암풍벽(孔岩楓壁)이 시야에 잡히니 눈마저 즐거운 길이다. 공암(孔岩)이라는 글자를 그대로 풀이해보면 구멍 난 바위라는 뜻이다. 그렇다. 공암리는 구멍바위가 있는 마을이다. 구룡산에서부터 흘러온 능선이 공암에서 끝을 맺고, 경주에서 흘러온 동창천이 공암에서 휘감아 흐르니 선인들은 이곳을 용암이라고도 했다. 구룡산에서 흘러온 산자락 끝에 큰 구멍이 난 바위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공암이다. 풍벽(楓壁) 또한 한자 그대로 풀이된다. ‘단풍 풍’ 자에 ‘벽 벽’ 자를 써서 단풍이 든 벽이라는 의미다. 즉 공암풍벽은 구멍 난 바위가 있는 단풍 든 절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가을 절경이 매혹적인 절벽이다. 운문호반에코트레일은 공암리 복지 회관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에서부터 반환점인 공암풍벽 휴게 덱까지 약 1.6Km(왕복 3.2Km) 구간으로, 구간 대부분에 나무 덱이 깔려 있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먼저 공암리 마을을 지난다. 공암리 마을에는 30여 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하나 더러 빈 집도 보일 정도로 적막감마저 감돈다. 마을 주변에는 검은 천을 뒤집어쓴 버섯농장이 유독 많이 보인다. 마을 어귀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을 보니 표고버섯이 이 마을의 특산물이란다. 실개천이 흐르는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자그마한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거연정(居然亭)이다. 거연정은 20세기 초반 백운거사(白雲居士) 윤현기 씨의 거처로 알려져 있다. 운문댐을 축조할 당시 거연정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되었으나, 시기를 놓쳐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의 거연정은 복원된 건물이다. 본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내지는 못한 것이 아쉽지만, 오래전부터 정자 앞을 지키고 있는 두 그루의 전나무가 아쉬움을 달랜다. 정자 뒤편 바위벽에는 산고수장(山高水長), 운심부지처(雲深不知處)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산은 높고 물길은 길며, 구름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거연정을 지나 쭉 앞길로 간다. 저 멀리 슬며시 보이는 운문호를 바라보며 바삐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이내 야자수 매트가 깔린 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부터 진짜 에코 트레일이 시작한다. 이내 푸르름 짙은 호수 위로 공암풍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곳에 볼 게 뭐가 있어?’라는 의구심을 갖고 걸어왔다면 그 의구심이 곧장 탄성으로 바뀔 순간이다. 옛 선인들이 이곳을 용암이라고 했다더니 과연 용의 기운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신비로움마저 감돈다. 구룡산에서부터 흘러왔다는 산자락은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엎드려 있는 것 같다.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금방이라도 몸을 일으킬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공암풍벽이라 부르는 절벽은 계절에 따라 다른 옷을 갖춰 입는다. 특히 여름의 푸르름과 가을의 오색 창연을 입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길은 평지이다가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기도 하고, 바로 옆이 절벽인 아찔한 길에 서기도 한다. 걷다 보면 간간이 전망을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작은 쉼터가 있어 한 번씩 숨을 돌릴 수 있다. 풍호대 전망 덱으로 가는 길은 다소 험난하다. 한편은 높다란 바위를 두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찔한 낭떠러지를 사이에 둔 좁은 비탈길이 계속 이어진다. 풍호대 전망 덱은 공암풍벽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다. 전망대 뒤편 바위에는 풍호대(風乎臺)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백운거사 윤현기 씨의 각자라고 한다. 각자 좌측 아래에 시문도 새겨져 있지만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졌다.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가면 직벽 전망대다. 직벽 덱 위에 서니 마치 허공에 서 있는 것 같다. 밑을 내려다보자니 다리가 후들거려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만 시선을 두려 애쓴다. 멀리 발백산이 시야에 잡히고, 상류 쪽으로는 장육산이 눈에 들어온다. 촤르르 펼쳐진 산자락을 사이에 두고 하늘과 호수가 대칭을 이룬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공암풍벽의 능선이 길게 이어진 모습이 장관이다. 운문호반에코트레일의 반환점은 공암풍벽 휴게 덱이다. 휴게 덱 위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실제로 공암을 볼 수 있다. 어린아이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인데, 이 구멍이 호수까지 통해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기록에 의하면 옛날 어떤 선비가 은 술잔을 이곳에 떨어뜨렸는데 아래에 있는 소(沼)에서 술잔을 찾았다고 한다. 이제 다시 공암리 마을로 돌아간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도 자꾸만 시선을 이리저리 두게 된다. 같은 풍경을 보아도 위치에 따라 방향에 따라 다른 탓이다. 청도 오지 작은 마을에 이토록 수려한 풍경을 뽐내는 트레일이 있었다니 말 그대로 비경이다. 걷는 내내 온통 새소리,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나뭇잎이 바람에 서걱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의 공기와 소리, 나의 호흡에 집중해 걷고 있노라면 시끌시끌한 세상에서 떠나와 고요한 나만의 숲에 숨어든 기분이다. 그야말로 에코 트레일! 1 여행 팁 운문호반에코트레일 시작점인 공암리 복지 회관에 차량 5~6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으니 이곳에 주차를 한 후 가볍게 출발한다. 코스는 공암리 복지 회관~거연정~탐방로 전망데크~탐방로~풍호대 전망 덱~직벽전망대~공암풍벽 휴게 덱 1.6㎞ 코스로 왕복 시 3.2㎞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여행 적기로는 봄과 가을을 추천한다. 봄에는 진달래가 곱고, 가을에는 오색 창연한 단풍을 만날 수 있다. 글 : 여행작가 최지혜 사진 : 청도군청 제공 ※ 위 정보는 2021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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