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음식점, 향토음식점, 추천음식점, 대물림음식점, 음식명가, 으뜸맛집, TV 방영 음식점 등 좋은 음식점을 표현하는 용어들은 각 지방별로 다양하다. 얼마 전 충주호를 일주하다가 충주 시내에서 우연히 만난 표현은 ‘밥맛 좋은 집’이었다. 충청북도가 2013년부터 시행한 사업으로 충주시에서는 영화식당, 천년향, 만나밥집, 사또본가 등이 선정됐다. 우리나라에 마이카 붐이 일기 전부터 이 식당은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지금도 명성을 이어가며 충청북도가 선정한 ‘밥맛 좋은 집’ 리스트에도 당당히 올랐다. 1980년에 개업한 영화식당을 찾아가서 밥 짓는 과정이 궁금하다고 하자 흔쾌히 승낙을 한다. 3인 가족이 산채정식을 주문하자마자 가스불 위에 돌솥을 올리고 불린 멥쌀을 넣는다. 거기에 물을 붓고 3가지 콩을 더 올린다. 여기까지는 흔히 보는 광경이다. 밥물이 끓기 시작하자 밥 짓기 담당 아주머니가 나무주걱으로 밥물을 조금씩 덜어내며 양을 조절한다. 영화식당만의 방법이라고 한다. 쌀은 수안보농협에서 사온다. 콩은 여름철이면 울타리콩, 서리태, 유월양대, 완두콩 중에서 3가지 정도를 섞어 사용한다. 맛있는 밥이 완성되기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밥을 짓기 시작한 직후 다른 가스불에는 된장찌개 뚝배기가 올라간다. 그것이 바글바글 끓을 때 밥도 완성된다. 이런 과정으로 밥이 지어지는 동안 반찬 담당 아주머니는 30가지 나물을 작은 접시에 한 가지씩 담는다. 접시마다 나물 이름이 씌어 있다. 영화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나물의 이름을 한번 열거해보자. 쐬똥(왕씀바귀), 씀바귀, 머위나물, 아주까리, 고들빼기, 박고지, 다래순, 어느리, 취나물, 산뽕잎, 홑잎, 미역취, 싸리순, 엄나무순, 잡나물, 검은오리, 참나물, 고사리, 무나물, 표고버섯, 도시락취(서덜취) 등등이다. 손님상에 오르는 나물은 계절에 따라, 나물 채집량에 따라 달라진다. 식당 주인장은 “월악산이나 소백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사용하는데,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는 나물 확보에 무지 애를 쓴다”고 말하며 “콩나물, 숙주, 시금치 등 시장에서 사다가 만드는 나물은 한 번도 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덧붙인다. 단골손님들은 산채정식(1만 6,000원) 주문 후 큰 그릇에 밥과 여러 가지 나물을 담아 비벼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짜로 맛있게 먹는 방법은 비비지 말고 나물 하나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고유의 맛과 향을 느껴보는 것이다. 정 비벼 먹고 싶다면 밥과 나물, 참기름만 조금 넣어서 먹으라고 한다. 고추장도 넣지 말고, 된장찌개 국물도 넣지 말고.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9시. 설·추석 당일 휴무. ‘식약동원(食藥同原)’. 밥과 약은 뿌리가 같으니 여행길에서 좋은 음식을 만나면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충주 시내 ‘밥맛 좋은 집’ 가운데 하나인 천년향에 들어서면 한약재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이 식당은 약초사상체질밥으로 이름난 곳이다. 보건식품처방사 자격증 소지자 박동수 씨가 운영한다. 무엇보다도 손님이 체질에 따라 밥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체질감별기 앞에 앉아 열 손가락 지문을 인식시키면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중 한 가지 체질의 소유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제 손님은 자신의 체질에 따라 음식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식당 주방에서는 그에 맞는 잡곡과 씨앗 종류를 선택에서 돌솥밥을 짓는다. 밥물도 체질에 맞는 약초 달인 물을 사용한다. 음식이 나올 동안 체질감별기 뒤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 태양인에게 좋은 음식 : 쌀, 밀가루, 보리, 검은깨, 포도당, 배추, 케일, 오이, 김, 새우, 조개, 게, 쑥, 감, 살구, 녹차, 오가피, 소주 - 태음인에게 좋은 음식 : 쌀, 현미, 통밀가루, 찹쌀, 차조, 수수, 팥, 땅콩, 율무, 감자, 도라지, 더덕, 연근, 우엉, 가지, 호박, 김, 쇠고기, 수박, 밤, 호두, 잣, 은행, 갈근 - 소양인에게 좋은 음식 : 쌀, 녹두, 보리, 검은깨, 땅콩, 배추, 시금치, 열무, 미나리, 무, 연근, 우엉, 돼지고기, 쇠고기, 계란, 어패류, 배, 곶감, 포도, 딸기, 구기자, 맥주 - 소음인에게 좋은 음식 : 쌀, 현미, 찹쌀, 고구마, 배추, 시금치, 양파, 생강, 마늘, 고추, 취나물, 미역, 김, 닭고기, 사과, 귤, 오렌지, 복숭아, 대추, 인삼, 녹용 천년미반 정식을 주문하면 약초사상체질밥을 기본으로 이 식당에서는 약초사상체질밥을 ‘천년미반’이라고 부른다. 운암정식(1만 5,000원)에는 약선죽, 전채요리 3가지, 17찬이 곁들여진 사상체질밥, 해물순두부찌개, 체질에 맞는 한방차가 나오고, 청운정식(2만 원)에는 해물순두부찌개 대신 약선귀비대보탕이 올라온다. 약선귀비대보탕이란 16가지 약초로 육수를 내고 표고, 팽이, 느타리, 부추, 당근, 샐러리, 인삼, 대추, 삼채뿌리, 우엉, 당귀잎, 쇠고기를 신선로처럼 끓인 음식이다. 천년미반 외에 약선음양미반이라는 것도 있다. 음인(여성), 양인(남성) 등 성별에 따라 밥을 지을 때 서로 다른 잡곡과 씨앗, 약초 달인 물을 사용한다. 우슬초정식(1만 5,000원), 용담초정식(2만원), 삼백초정식(2만 5,000원), 천년초정식(3만 5,000원) 등 4종류가 있다. 후식으로 나오는 한방차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만든다. 남자에게는 구기자, 오가피, 하수오 등을 달인 기운생기차, 여자에게는 백출, 황기, 진피, 계피를 달인 온비수차가 제공된다. 단 맛은 감초로 살려낸다. 지금까지 몰랐던 본인의 체질도 알았겠다, 발효효소와 약초가루 등으로 만든 저염식 정식을 골고루 먹고 한방차로 입가심까지 하고 나면 보약을 먹은 듯한 기분이 든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2·4주 일요일 휴무(2015년 9월 1일부터는 설 연휴,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연중무휴 예정). 식당 이름이 ‘만나밥집’인데 ‘맛나밥집’으로 혼동하는 사람이 많단다. 충주 사람들은 전날 과음을 했거나 입맛이 없으면 이 집에서 해장국 한 그릇으로 쓰린 속을 풀고 땀을 낸다고 했다. 식당 주인 김은숙 씨는 충주법원 근처에서 23년 동안 해장국집을 운영하다 5년 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장국집이야 어느 도시건 다 있는데 왜 이 식당이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됐을까? 해장국 재료는 둘째 치고 밥을 어떻게 짓는지 궁금하다. 일단 쌀은 충북 지역에서 재배된 것을 충주 시내 농협에서 공급받는다. 밥맛을 살리기 위해 기장을 조금씩 넣는다. 그리고 12인분 용량의 압력밥솥을 이용한다. 더 큰 밥솥을 사용하면 제대로 된 밥맛을 살리기 어렵단다. 그것이 맛있는 밥맛의 비결이다. 해장국은 황태채를 들기름에 볶은 뒤 20시간 정도 곤 육수로 국물을 낸다. 거기에 삶은 콩나물, 달걀, 황태를 넣고 들깻가루를 추가한다. 국물이 뽀얗고 맛은 고소하다. 강원도 황태해장국, 전주 콩나물해장국과는 또 다른 맛이다. 들기름과 들깻가루가 만나밥집만의 해장국 맛을 탄생시킨 것이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깍두기 반찬에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으니 간밤에 몇 잔 술로 불편했던 속이 편안해진다. 보리밥, 녹두삼계탕(여름철 2시간 전 예약)도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6시 30분∼오후 9시. 매주 일요일과 설·추석 당일 휴무. 산척면사무소에서 중원골프장 방면으로 3km쯤 가면 사또본가라는 식당이 나온다. 2003년에 문을 연 이 식당 대표 박협규 씨는 “밥을 잘 지으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좋은 쌀, 둘째 쌀 불리는 시간, 셋째 뜸들이는 시간. 충북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사용하고 주물솥에 20인분의 밥을 짓는다. 뜸을 들일 때는 밥솥 뚜껑 위에 뚝배기를 올려놓아 압력밥솥 효과를 얻는다. 뜸들이는 시간이 30분 정도다. 계절에 따라 차조, 기장, 흑미를 섞어 밥을 짓는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지은 밥은 냄새도 별로 없는 구수한 청국장을 만나 온전한 한끼 식사가 된다. 청국장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직접 띄우며, 그 양은 한 번에 콩 2말(14kg) 정도다. 콩도 직접 농사지은 것과 지역 주민들이 재배한 것을 사서 사용한다. 수입콩을 쓰지 않아 청국장 한 그릇이 8,000원으로 다른 곳보다 1,000∼2,000원 더 비싸다. 청국장에 두부, 무, 호박, 묵은지, 파, 청양고추, 양파를 넣어 끓인다. 멸치도, 돼지고기도 들어가지 않는다. 청국장 고유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후식으로는 누룽지숭늉이 나온다. 지난 가을에 만들었다는 무짠지를 반찬으로 먹으니 다른 디저트가 필요없다. 생청국장(4팩 1kg 1만 5,000원) 외에 청국장환, 청국장가루도 판매한다. 고기를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해서 안창살 숯불구이, 청국장을 싫어하는 손님들을 위해서 황태구이도 준비했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휴무일 없음(단, 12월 초순부터 설 연휴까지는 장기간 문을 닫음). 영화식당 : 산채정식 /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물탕1길 11 / 043-846-4500 천년향 : 약초사상체질밥 / 충북 충주시 번영대로 260 / 043-844-1009 만나밥집 : 황태콩나물해장국 / 충북 충주시 동수2길 35 / 043-852-9590 사또본가 : 청국장 / 충북 충주시 산척면 인등로 229-8 / 043-854-7744 http://사또본가.kr/ 1.숙소 수안보 로얄호텔 : 충주시 수안보면 장터1길 26 / 043-846-0190 글로리아모텔 : 충주시 수안보면 장터2길 12 / 043-856-7008 필림37.2 : 충주시 연원로 17 / 043-842-0515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