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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무더위를 견뎌낸 한반도의 가을은 풍요롭다. 향긋한 송이로 시작하는 가을 별미열전은 내륙의 풍요로운 황금물결과 산자락 붉은 단풍으로 이어진다. 어디 그뿐이랴. 가을이면 서해안은 각종 먹거리 축제로 흥겹다. 바닷가 마을은 금어기가 끝나는 8월 중순 이후부터 바빠진다. 이 무렵, 여름내 휴가객들로 몸살을 앓은 동해안은 서해안에 자리를 내어준다. 가을이 다가오면 전어를 선두로 꽃게, 대하 등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어 날이 차가워지면 물오른 굴과 새조개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가을이면 서해안 줄기를 따라 맛있는 축제가 펼쳐지는 이유다. 자, 서해안으로 가보자. 서해대교를 지나 당진으로 향하는 길. 양옆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제법 세차다.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태안반도와 서산 그리고 홍성과 보령이 그를 감싸 안고 있다. 보령에서 서천으로 이어진 서해안 줄기는 금강을 경계로 전북 군산으로 뻗어간다. 사계절 어느때고 맛의 고장으로 꼽히는 남도는 잠시 접어두자. 전어 축제로 이름을 날리는 충남 서천 홍원항이 이번 맛기행의 주인공이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고 했던가. 아니,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던가. 대체 어떤 맛이기에 이런 과대 과장 문구가 통용되는 것일까. 게다가 이 전어(錢魚)라는 이름에는 돈도 들어가 있다. 혹자는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는 물고기, 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맛’이 있는 생선이라는 뜻이다. 전어에 대해 알아보자. 산란기를 끝낸 전어는 9~11월까지 몸에 살이 오른다. 사철나는 생선이지만 가을 전어가 유명한 이유다. 대부분은 9월말에서 10월 초와 중순까지 열리는 전어축제가 끝나면 전어철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11월 초와 중순까지는 기름진 전어를 맛볼 수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뼈가 억세진다. 물 오른 전어는 전체적으로 기름지며 비린내가 적어진다. 다른 생선에 비해 기름기가 많은 전어는 회로 맛보아도 고소하지만 구워낼 때 절정에 달한다. 기름기 가득 스민 고소한 냄새가 1km까지 퍼진다고 하니 집을 나가 부지런히 걷던 며느리가 발길을 돌릴 만도 하지 않았을까. 가을이면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했을 서해안 마을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아쉽게도 며느리들이 구박받던 그 시절에는 전어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대하를 잡으려고 그물을 쳐 두면 항상 전어가 껴 있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자연산 대하는 귀한 몸 아니오. 대하보다 더 많이 잡힌 생선(전어)은 골칫거리밖에 더 되었겠소. 빼기도 귀찮아서 그냥 그물째 말렸다 으스러뜨리곤 했어요. 옛날에는 잘 먹지도 않았어요. 하도 많이 나니까 먹게 된 거죠. 남아도는 걸 주민들 몇몇이 홍원항 근처에서 팔았는데, 그게 이렇게 커졌어요. 여기가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된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서천에서 나고 자라 홍원항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상인의 설명이다. 괄시받던 전어, 가을 별미로 승승장구하더니 올해는 어획량까지 줄어 귀하신 몸 되었다. 전어(錢魚)가 아니라 금어(金魚)다. 작년 전어 축제 가격과 동결해서 홍보까지 마쳤는데 무려 2배 이상 가격이 올라 난감했다고. 자, 이제 전어를 맛볼 시간이다. 전어는 흔히 회나 무침, 또는 구이로 맛본다. 탄력있는 식감에 충분히 씹어 삼킬 수 있는 부드러운 뼈까지, 전어를 알알이 맛볼 수 있는 전어회가 ‘꿀꺽’ 넘어간다. 담백하면서도 쫄깃하고 고소하면서도 부드럽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더니 거짓이 아니었다. 봄에 태어나는 전어는 여름을 거치며 살을 찌운다. 월동준비에 들어가는 가을부터 살을 찌우는데,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 살이 오르는 그 ‘시즌’이 바로 요즘이다. 봄보다 무려 2배 가 늘어난 지방 함량 덕분에 뼈까지 부드러워진다. 다 자란 전어는 어른손으로 한 뼘 정도 된다. 중간 크기(20cm)에 불그스름한 색상의 전어를 최고로 친다. 탄력있는 육질도 빼놓을 수 없다. 여름 전어는 기름기가 적고 겨울 것은 뼈가 억세며 가을 전어만 못하다. 가을 전어는 맛도 맛이지만 풍부한 영양도 갖추고 있다. 맛에 비해서는 덜 알려졌지만 미꾸라지 못지않은 보양식인 것.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DHA를 비롯해 사람 몸에서 생성되지 않는 타우린도 풍부하다. 타우린은 필수아미노산과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한다. 취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흔히들 참기름과 된장, 고추, 마늘 등을 넣은 막장에 찍어 맛보는 전어를 최고로 친다. 야채쌈을 더하는 것이 귀찮다면 고춧가루에 각종 야채를 넣고 매콤새콤하게 무쳐낸 전어무침을 맛보면 된다. 양념속에서도 전어의 고소함은 빛을 발한다. 멀리 퍼져나가는 냄새가 어찌나 고소한 지 집나간 며느리 발길을 돌린다는 전어 구이까지 맛보자. 그 냄새가 어느 정도이기에 며느리는 발길을 돌렸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그가 돌린 것이 어디 발걸음 뿐이었을까. 마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게 할 만큼 ‘맛있는’ 생선이라니. 가을 전어, 사람을 구한다. 서천군청 관광축제과 문의 : 041-950-4256 www.seocheon.go.kr 1.숙소 홍원항과 마량포 일대에 숙박을 겸한 식당이 많다. 홍원항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의 춘장대해수욕장엔 펜션 등 숙박시설이 많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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