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낮은 대문으로 들어가려면 겸손히 고개를 숙여야 하는 집, 마당 가운데 우물과 화단의 야생화가 눈길을 끄는 집, 대청에 올라 걸음 옮길 때마다 마룻바닥에서 삐걱삐걱 시간의 소리가 들리는 집. 충주 야생화와 고택 나들이에는 고택의 매력이 가득하다. 충주 수안보온천과 충주호반 사이 살미면에 옛집 한 채가 있다. 차가 속도를 내며 달리는 도로 가라 쓱 지나칠 수 있지만 나무 사이로 슬쩍 보이는 처마 끝만 봐도 범상치 않다. 고택의 이름은 야생화와 고택 나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한옥이 아니다. 무려 350년이란 세월을 견뎌온 고택이다. 낡았다는 말로 담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런 연유로 가던 길을 멈추고 야생화와 고택 나들이로 들어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야생화와 고택 나들이의 본래 이름은 ‘최응성 고가’다. 조선 후기의 대유학자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가 한수재 권상하인데, 그의 수제자가 함월 최응성이다. 조선 숙종 때 문장가였던 최응성의 집은 개인 정자를 세울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만석꾼이어서 기근이 들 때마다 곡간을 열어 빈민을 구제했던 집안이기도 하다. 본래 살미면 무릉리에 있었는데 충주댐이 들어서며 1983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오게 됐다. 옮기는 과정에서 부지가 좁아진 탓에 마당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줄어든 점이 아쉽다. 다시 생각해보면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정겨운 시골집 분위기는 한층 더해졌다. 세월이 켜켜이 스민 고택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이 나온다. 마당 가운데 우물이 있고, 빙 둘러 고택이 자리한다. 대문과 이어진 행랑채, 왼편에 사랑채, 가장 안쪽의 ㄱ자형 안채가 있다. 뒤로 돌아가면 옛 곡간을 개조한 별채가 있다. 집을 둘러친 기와 담장은 옛 방식 그대로 흙으로 쌓았다. 담장 밑으로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봄이면 영춘화, 분꽃, 산수유꽃이 핀다. 여름엔 대문가를 뒤덮은 능소화부터 백합, 원추리, 수련이 지천이다. 가을에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국화향이 그윽하다. 눈 내리는 겨울엔 석부작이 꽃들을 대신한다. 대문 밖에는 연못을 파고 정자 함월정을 세웠다. 그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무릉리에 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복원했는데 연못의 연꽃마저 그대로다. 함월정의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필체라 전한다. 안채 동편으로는 고종 11년에 세운 사당, 무릉사가 있다. 권상하와 최응성의 위패가 있었으나 지금은 위패를 다른 곳으로 모셔가 건물만 남았다. 전국의 유명한 고택은 대부분 후손들이 지키고 있지만 최응성 고택은 예외다. 후손이 사정상 내놓은 집을 지금의 주인인 유후근씨가 사들였다. 고택에 아름다움에 반해 전국 각지의 고택을 돌아다녔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때마침 고향 땅에 이런 고택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월악산과 수안보온천 근방이라 별장 겸 사용할 요량이었다. 그게 2007년이다. 비록 고택을 지키진 못했지만 집에 얽힌, 집안에 얽힌 이야기가 끊어지는 걸 바라지 않는 후손들은 찾아왔다. 고택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집의 역사를 유후근씨에게 전했다. 유 씨도 그 마음을 알기에, 고택을 찾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최응성 고가가 고택 체험으로 문을 연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오며 가며 고택을 찾는 사람에게 문을 열었던 것을, 충주시에서 고택 체험으로 개방하는 게 어떠한지 제안을 해온 것. 본인도 고택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경험이 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외부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따로 짓고, 소방시설까지 설치한 뒤 고택 체험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불편함을 개선한 현대식 한옥과 야생화 찻집을 지을 계획이다. 야생화와 고택 나들이는 방이 여럿이다. 방이 두 개씩 있는 사랑채와 안채는 독채로 대여한다. 행랑채와 별채는 큰방과 작은 방이 있는데, 따로 예약을 받는다. 칠순 잔치 등 행사로 집 전체를 대여하기도 한다. 고택이라 방은 다소 좁지만 창호지를 바르고, 문갑 위에 민화가 걸린 분위기만은 독보적이다. 방 안에 주방 시설은 없다. 하지만 딸린 식당에서 조식과 점심, 바비큐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손맛 좋은 지인이 요리하는 14가지 반찬이 곁들여 나오는 한식 조식은 벌써 소문났다. 정자는 숙박객이면 누구나 앉아서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사방의 문을 다 열면 탁 트인 개방감이 일품이다. 고즈넉한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난다. 이 집의 또 다른 자랑은 야생화 체험. 집주인이 야생화에 조예가 깊어 집 안팎으로 야생화와 석부작 등 조경을 손수 가꾸었는데 솜씨가 남다르다. 이밖에도 인절미, 연잎밥, 나물, 김치 등 요리체험과 고무신에 그림 그리기, 전통놀이 등을 두루 해볼 수 있다. ※ Accommodation - 사랑채 : ‘ㅡ’ 자형 한옥 건물로 작은 툇마루가 있다. 방은 모두 두 개. 작은 방에는 4명, 큰방은 5명 정도가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온돌방으로 내부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비치돼 있다. - 안채 : ‘ㄱ’자형 한옥 건물이다. 아씨방과 큰방 사이에 넓은 대청마루가 있다. 아씨방에는 2명, 큰방에는 5명(최대 6명)이 머물 수 있는 크기다. 큰방 곁에 4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작은방이 있지만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예약 인원에 따라 주인이 재량껏 개방한다. 온돌방으로 내부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다. 대청마루에는 TV가 별도로 있다. - 행랑채 작은방 : 대문과 이어진 행랑채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방이다. 2인실로 사용한다. 온돌방으로 내부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다. - 행랑채 큰방 : 대문과 이어진 행랑채의 가운데 방이다. 5명까지 머물 수 있다. 온돌방으로 내부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다. - 별채 작은방 : 안채 뒤편으로 돌아가면 나온다. 성인 4명까지 머물 수 있다. 곳간을 개조해 외부는 나무지만, 내부는 깔끔하다. 온돌방으로 내부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다. - 별채 큰방 : 별채 작은방 옆에 있으며 성인 7명까지 머물 수 있는 크기다. 곳간을 개조해 외부는 나무지만, 내부는 깔끔하다. 온돌방으로 내부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다. ※ Activities / Program - 야생화 체험 : 체험객이 먼저 화분을 고른 다음, 화분에 심을 야생화나 다육식물 등을 골라 직접 심어보고 가져간다. 비용은 5000원~1만원 선. - 인절미 만들기 : 전통방식으로 인절미를 만들어본다. 장단을 맞춰 떡매를 치고 먹기 좋은 크기로 떡을 잘라 콩고물을 묻혀 먹는다. 15인이 예약했을 경우 1인당 7000~8000원선의 체험비용이 든다. 사전 예약 필수. - 연잎밥 만들기 : 연잎에 밥과 각종 견과류 등을 올려 찐다. 다 만든 연잎밥은 식사로 먹을 수 있다. 체험비는 1인당 1만5000원. - 반찬 만들기 체험 : 봄에 인근에 나는 봄나물을 뜯어 직접 나물을 무쳐보거나 가을 괴산에서 나는 절임배추를 받아다가 김장을 담그는 체험을 진행한다. 반찬 만들기 체험은 그때그때 재료값에 따라 체험비가 달라진다. - 전 부치기 : 미리 준비된 김치전이나 해물야채전 반죽을 가지고 직접 전을 부쳐본다. 체험비는 전 1장에 5000원. - 전통놀이 체험 : 제기차기, 사방놀이, 구슬치기, 투호놀이, 보물찾기 등을 해볼 수 있는데, 주인장이 직접 놀이법을 알려준다. ※ Travel information - 위치 : 충청북도 충주시 살미면 중원대로 2220 - 가격 : 행랑채 작은방 6만원, 행랑채 큰방과 별채 작은방 10만원씩, 별채 큰방 14만원, 사랑채 17만원, 안채 18만원. 주중과 주말, 성수기, 비수기 모두 동일 가격. 한식 조식 1인당 1만원. 고기와 밥이 포함된 바비큐 세트는 1인당 1만5000원. - 전화번호 : 043-845-4015 ※ 찾아가기 -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괴산 IC로 나온다. 괴산교차로에서 ‘충주, 수안보’ 방면 왼쪽 방향으로 접어든다. 방곡삼거리에서 ‘단양, 충주’ 방향으로 좌회전 후, 방곡교차로가 나오면 우회전한다. 세성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용천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오른편에 있다. 괴산 IC에서 10분 거리다. ※ 인근 여행지 - 수안보온천 관광특구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용출 온천수로 3만 년 전부터 있었다고 전해진다. 예부터 수안보온천에서 질병을 치료하고 휴양할 목적으로 왕들이 찾아 ‘왕의 온천’이라 불린다. 지하 250m에서 53℃의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솟는다.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과 라듐,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등 각종 광물질이 포함돼 있다. 수질이 부드러운 게 특징.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온천수를 충주시에서 관리해 지역 내 호텔과 모텔 등 숙박 시설에 공급한다. 수안보온천의 중심에는 물탕공원이 자리한다. 온천수가 흐르는 물길이 있어 족욕을 즐길 수 있다. - 월악산국립공원 월악산은 소백산을 지나 속리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중간에 위치한다.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고 해 ‘월악산’이라 부른다. 기암절벽이 치솟아 산세가 험하고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봉인 영봉(1097m)과 만수봉, 금수산, 신선봉, 도락산 등 22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산과 봉우리가 산군을 이루고 있다. 충주호와 어우러져 풍경이 수려하다. 글 : 강미숙(여행작가) 사진 : 장명확(사진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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