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아빠! 어디가?> 팀이 제주에 떴다! 방송인 김성주 씨와 그의 금쪽같은 아들 민국이 함께 등반했던 지미봉으로 떠나보자. 제주 구좌읍 하도리 마을 해안에 우뚝 솟은 지미봉. 일명 제주도 땅끝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지미봉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더불어 우도, 성산일출봉, 철새도래지, 멀리 한라산까지 내다보이는 빼어난 경치가 일품이다. 제주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오름 중 하나다. 그동안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아왔던 제주의 숨은 비경 중 하나였지만, 지난해 개장한 올레 21코스에 포함되면서 많은 이들이 올레길을 따라 지미봉을 오르고 있다. 특히 올 초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 팀이 지미봉을 방문하면서 단지 지미봉을 목적으로 한 여행자들도 늘고 있다. <아빠! 어디가?> 팀 중 아들 민국이와 함께 지미봉을 찾아간 아빠 김성주 씨.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란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주위를 둘러보지만 왠지 석연치 않은 표정이다. 분명 지미봉이 가까이 보이기는 하는데 웬 공동묘지길? 결국 ‘이 길이 아닌가봐’라는 결론을 내리고 왔던 길을 도로 내려간다. 재미있는 방송을 위한 설정일까? 그렇지 않다. 지미봉은 민국이와 아빠처럼 입구를 쉽게 찾지 못해 애먹는 여행자들이 꽤 많은 편이다. <아빠! 어디가?>를 보고 제주 여행 중 지미봉을 필수 코스에 넣은 두 대학생도 지미봉이 보이는 종달리 우도선착장 부근을 헤매다 결국 첫날은 입구 찾기에 실패하고 말았단다.
“지미봉이 가까이 있기는 한데 입구가 바로 보이지 않더라구요.” 민국이네나 두 대학생들처럼 지미봉을 찾아온 많은 이들이 입구를 곁에 두고도 잘 못 찾거나 지나쳐가기 일쑤다. 그렇다면 입구를 꽁꽁 숨겨둔 것이냐. 그건 절대 아니다. 막상 입구를 찾게 되면 대부분 ‘아하~!’ 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두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올레길 표식을 따라 찾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지미봉 둘레를 찬찬히 훑다 보면 의외로 입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둘째 날, 이번엔 여행 중 만난 언니들과 뭉쳐 다시 한 번 지미봉 입구 찾기 도전에 나섰다. 어제 걸었던 길을 찬찬히 되짚어가니 역시나 ‘설마 저 길은 아니겠지’ 했던 곳에 입구가 삐죽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하! 어제는 그리 찾아도 안 보이더니…!”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일행과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두 친구가 먼저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민국이네처럼 지미봉을 오르기 시작한 초반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오름 초입, 나무들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이룬 숲길을 조금 걸었나 싶더니 이내 가파른 계단이 나타난다. 한 발 한 발 내딛어 오르는 길이 녹록지 않다. 지미봉은 표고 165m, 비고가 150m쯤 되는 그리 높은 오름은 아니다. 하지만 경사가 급해서 정상까지 어느 정도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가벼웠던 발걸음들이 조금씩 무겁게 느껴질 무렵, 마치 환청처럼 어디선가 김성주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힘들면… 포기해도 돼…”
다소 힘겨워하던 민국이에게 안쓰럽다는 듯 다정하게 이야기하던 아빠 김성주 씨. 그 말에 오히려 힘을 얻어서인지 그후 민국이는 아빠보다 먼저 정상을 밟았지만, 현실을 직시하니 정상은 아직까지 까마득히 멀기만 하다. 아, 생각보다 힘든데 돌아설까, 말까. 조금 더 가볼까, 내려갈까, 다음에 다시 올까… 온갖 유혹과 번민이 마음을 어지럽히며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든다. 잠시 쉬어나 가자는 마음에 지금껏 올라온 길을 뒤돌아본 순간,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모두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다. 오르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게 빛나는 바다와 하늘,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만들어내는 멋진 풍경이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모조리 보상한다. 모두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본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새 소진되었던 에너지가 충분히 보충되었다. 자, 다시 정상을 향해! 민국이가 헉헉대며 올랐던 길을 다들 똑같이 헉헉대며 오르기를 몇 차례.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지미봉은 분화구 한쪽이 무너져 내린 말굽 형태라 여느 오름들처럼 분화구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탐방로를 갖추고 있지 않다. 대신 정상에 서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치가 엄지손가락을 절로 치켜들게 만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누구나 반할 만큼 고운 물빛을 지닌 제주 바다. 그리고 그 위에 살포시 올려놓은 듯한 우도와 성산일출봉 전경이다. 중간 지점에서 봤던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름은 역시 정상까지 올라야 제맛! 조금씩 방향을 달리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도 달라진다. 옹기종기 농가 주택들이 모여 있는 마을 풍경도 정겹고,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올록볼록 솟아오른 오름들 너머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한라산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바다인 듯 아닌 듯 궁금증을 자아내는 하도 철새도래지와 함께 어제 친구와 열심히 헤매고 다녔던 종달리 우도선착장도 한눈에 잡힌다. 도대체 얼마나 있었던 걸까. 미인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제주의 숨은 비경을 앞에 두고 어느 여행자가 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 있을까. 눈 돌리는 곳마다 감탄사에 쉴 새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드는 지미봉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랑스러운 오름이다. 지미봉 정상에서 민국이 아빠에게 “사랑해!”라고 외쳐댔던 것처럼 저마다 떠오르는 누군가를 향해 ‘사랑해!’를 힘껏 외쳐보자. 다만 가만히 읊조리는 기분으로, 혹은 마음속으로만 크게 외쳐대도록. 오름에서 큰 소리로 ‘야호!’를 외치거나 함성을 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임을 잊지 말자. 아쉽지만 이젠 지미봉을 내려가야 할 시간.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아래로 향한다. 오를 때보다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조금 아쉽다면 오름에서 보았던 풍경들을 차례로 찾아가 보는 것도 재미난 여행 코스가 된다. 가장 가까운 하도 철새도래지를 방문해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즐기거나 종달리 우도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가도 좋다. 성산일출봉이나 또 다른 오름에 올라 지미봉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된다. 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 → 용문로 → 월성사거리에서 시청 방면 우회전 → 오라오거리에서 시청 방면 9시 방향 → 서광로 → 삼양검문소 삼거리에서 좌회전 → 일주동로 → 종달교차로에서 종달, 해안도로 방면 좌회전 → 종달로1길 → 지미봉 * 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회일주 노선을 타고 종달리 하차. 지미봉까지 도보 약 15분 주변 음식점 -성산포뚝배기 : 해물뚝배기 /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236 / 064-784-8940 -백록회관 : 활어회 /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222 / 064-782-8001, 064-782-8002 -삼다정 : 뷔페 / 제주시 노연로 80 / 064-747-4900 http://www.grand.co.kr/contents/?mid=KR101111 숙소 -MK제주호텔 : 제주시 신대로 160 / 064-747-0202 -제주그랜드호텔 : 제주시 노연로 80 / 064-747-4900 http://www.grand.co.kr -호텔하나 :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53 / 064-738-7001, 064-738-7011 http://www.benikea.com/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8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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