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설게'라고 들어는 봤는가. 그냥 '설게'도 아니고 '뻥설게'다. 앞에 붙은 '뻥'이라는 글자에 발랄함이 기대되는 건 왜일까. 봄철 별미를 찾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검색창에 ‘태안 뻥설게’라고 치니 적지 않은 기사와 블로그가 검색된다. 놀랍다. 30년 동안 살아온 내땅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먹을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알고 보니 그는 이미 공중파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전국구 스타. 별미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나름 유명인사란다. 자, 그럼 태안 뻥설게에 대해 알아보자. 태안반도 앞바다 갯벌에서 주로 잡히는 그는 생김새만 따지자면 가재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10cm 정도로 크기가 작다는 것. 덕분에 찌거나 튀기거나 탕을 해서 껍질째 먹는다. 이곳 사람들은 '설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른단다. 실제로 모항항의 한 식당에서 그렇게 찾던 뻥설게를 반찬으로 만났을 때 주인장은 이건 설기라며 난 또 큰 가재를 찾는 줄 알았다고 했다.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어찌 되었거나 태안에서는 흔하고 친숙한 먹을거리임에 틀림없다는 뜻일게다. 이렇듯 엄연히 설기라는 이름이 있는데도 ‘뻥설게’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이유는 바로 그를 잡을 때 나는 소리 때문이다. 긴 나무막대로 갯벌 구멍을 ‘푹’하고 찌르면 반대 구멍으로 물이 쏙 나온다. 나무막대를 뺄 때 순간 압력을 받아 튀어나오는 뻥설게를 구멍속에서 꼬챙이로 끄집어 내는데 '뻥'하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뻥설게'가 되었다. 갯벌에서 나는 작은 가재로 생각하면 될 듯 싶다. 한번이라도 뻥설게를 검색해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뻥설게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태안 뻘에 가기만 하면 실컷 잡고(초보자도 50마리에서 많게는 200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잡아서 바로 요리도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슴에 손을 얹고 기자 역시 그랬음을 고백한다. 잡는다는 건 사실로 정해두고 잡은 뻥설게를 어디서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태안에 도착한 하루 내내 뻥설게는 커녕 잡는 이들도 만나지 못했다. 뻥설게. 그를 어디서 잡고, 어디서 먹을 것인가. 태안군청에 문의하니 “바닷가에서는 먹을 수 없을 것”이라며 “태안읍에 횟집들이 모여 있는 조석시장에 가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뻥설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없으나 이맘때면 조석시장에 자리한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뻥설게 잡이. 알려진 대로라면 이원면이나 원북면 그리고 소원면에 접한 갯벌에서 잡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째 현지인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이원면사무소의 김찬호 주사는 예전에는 당산리에서 제법 많이 잡혔는데 요즘은 이쪽에서 뻥설게 잡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며 2007년 기름유출 사고로 생태계가 변한 것도 있고 날이 덜 풀려서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원북면도 사정은 비슷했다. 다행히 소원면 송현리에서는 뻥설게 잡이를 한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으나 저녁 저조(해수면이 가장 낮은)때라 사람이 없다. 끝도 없이 펼쳐진 갯벌이 광합성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마을 주민이 일러준다. 내일 아침에 와. 근데 물때가 일러서 잡으러 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 4월1일,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시간은 오전 9시1분과 오후 9시23분. 저조시간 전후로 2시간 정도 갯벌이 드러나니 내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가 뻥설게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일게다. 100마리쯤 잡아서 찜쪄먹고 튀겨먹고 끓여먹을 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부디 이 갯벌에서 그의 존재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다행히 날이 맑다. 아직 찬바람이 돌지만 소원면 송현리로 향한다. 어제와 꼭 같은 넓디 넓은 갯벌이 반긴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다시 찬찬히 고개를 돌리며 갯벌을 둘러보니 저 멀리 움직임이 보인다. 얼마나 넓은지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갯벌을 달려간다. 서산에서 뻥설게를 잡으러 왔다는 할아버지는 오늘 날이 추워서 아직 얼마 못잡았다며 저쪽에 선수 있으니 가 봐라고 일러준다.
태안 토박이라는 또 다른 뻥설게 잡이 할아버지는 구정 지나고부터 5월까지도 잡는다며 3~4월에 알이 꽉 차서 제일 맛있다고 했다. 바구니에는 그래도 제법 뻥설게가 차 있다.
올해는 날이 덜 풀려서 별로야. 오늘은 물때도 짧고 아침이라 춥고 해서 안 잡히는 거다. 노란 알이 꽉 찬 암놈을 툭 하고 던져준다. 시커먼 수놈은 주로 젓갈을 담궈먹고 암놈은 튀김이나 찜, 탕으로 해서 먹는단다. 송현리 갯벌에서는 외지인들도 뻥설게를 잡을 수 있지만 내다 파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어떤 마을에서는 외지인들의 갯벌출입을 아예 차단하기도 한다고. 아쉽게도 소원면 송현리나 이원면 당산리에는 뻥설게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없다. 드디어 태안읍 조석시장으로 향한다. 뻥설게 잡이를 봤으니 이제 그 맛을 볼 차례다. 만리포며 신두리 해수욕장이며 모항항이며 바닷가 마을에서는 '뻥설게'를 맛볼 수 없다. 반찬으로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바로 요리를 해서 내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조석시장에 들어서자 가게마다 뻥설게가 반겨준다. 튀겨도 주고 찜도 해주고 탕도 해준단다. 여기까지 왔으니 모두 맛봐야 할터. 바삭하게 튀김가루를 묻혀 튀겨낸 튀김은 고소하고 찜은 담백하다. 시원한 탕은 애주가들의 안주로도 해장용으로도 사랑받을 듯 싶다. 먹는 내내 문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대답은 “예약이 되어 있다”거나 “다음주에 잡숴요”였다. 방송 때문인지 뻥설게를 찾는 외지인들도 점점 늘고 있는데 잡히는 양은 줄어 귀하신 몸이 된 것. 그래도 1kg에 3만원이면 찜이나 튀김으로 맛볼 수 있으니 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생물은 1kg에 1만3000원 선. 잡히는 양에 따라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다. 충남 서북부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황해로 돌출한 태안반도. 육지가 바다에 길게 돌출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역을 ‘반도’라고 한다. 거기에 산이며 들이며 갯벌까지 더해진 태안은 먹을거리도 볼거리도 풍성하다. 다만, 태안 남단에 자리한 안면도는 그 만으로도 소개할 부분이 넘치니 이번에는 안면대교 이전의 태안지역에서 찾아갈만한 곳과 볼거리를 소개한다. 태안에서 가장 유명한 해안가의 하나. 여름이면 밀려드는 인파에 몸살을 앓는다. 백사장 길이 2.5km, 너비 100m의 고운 백사장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덕분에 썰물때 드러나는 넓은 백사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교통이 편리하고 숙박 및 식당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문의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544 태안 앞바다를 끼고 자리한 천리포 수목원에서는 목련 500여종, 호랑가시나무 370여 종, 무궁화 250여 종, 동백나무 380여 종, 단풍나무 200여 종을 볼 수 있다. 특히 봄에는 전세계에서 수집된 약 500여 종류의 목련이 피어나 4계절 중 가장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총 7개 지역으로 구성된 수목원에서 현재 입장할 수 있는 곳은 밀러가든이다. 연중무휴. 4월~9월은 오전9시~오후5시까지, 10월~3월은 오전 9시~오후4시까지 입장 가능. 입장료 성인 9000원, 비수기(11월~3월)는 6000원.
▶문의 041-672-9982
http://www.chollipo.org/chollipo/index.php 정식 이름은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이다. 국보 제307호로 백화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중앙에 보살상을 두고 좌우에 불상을 배치해 1구 불상과 2구 보살상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삼존불상과 달리 2구 불입상과 1구 보살입상이 한 조를 이루는 특이한 삼존불상 형식을 보여준다. 불신의 하반부가 노출되어 백제시대의 연화대좌가 확인되어 그 가치가 더욱 높다. 백제시대 최고(最古)불상으로 꼽힌다. 반도와 섬으로 이루어진 태안지역은 바다와 갯벌이 발달해 좋은 천일염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이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소금을 천일염이라 하고 함수(개흙에 바닷물을 계속 부어 소금기를 높인 후 녹인 것)를 만들어 솥에 끓여내는 것을 자염이라 하는데 태안에선 자염과 천일염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소원면 갯다리마을에서는 천일염전을, 산을 하나 넘어가 닿는 낭금마을에서는 자염전을 볼 수 있다. 해류에 의해 사빈(모래해안, 해수욕장을 생각하면 된다)으로 운반된 모래가 파랑에 의해 밀려 올려지고 또 탁월풍(한 지역에서 특히 출현빈도가 높은 일정 풍향의 바람)의 작용을 받은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되는 지형을 해안사구라고 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태안반도 서북부의 바닷가를 따라 형성된 길이 3.4km의 모래언덕으로 내륙과 해안의 완충 공간 역할을 한다. 바람자국, 전사구, 사구습지, 초승달 모양 사구인 바르한 등 다양한 지형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사구의 형성과 고환경을 밝히는 등 학술적 가치가 크다. 천연기념물 제431호. ▶문의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544
신두리 해안사구 통제소 041-672-0499 ▶교통
[자가운전]
* 수도권
서해안고속도로→서산․해미․홍성IC→태안군청 <서울시청 출발 기준 2시간30분 소요>
* 충청권
대전~당진간고속도로→당진분기점→서해안고속도로→서산IC→태안군청 <대전광역시청 출발 기준 2시간10분 소요>
* 영남권
부산~대구간고속도로→동대구분기점→경부고속도로→회덕분기점→호남고속도로→유성분기점→당진~상주간고속도로→서공주분기점→서해안고속도로→서산IC→태안군청 <부산광역시청 출발 기준 5시간 소요>
* 호남권
호남고속도로→장성분기점→고창~담양고속도로→고창분기점→서해안고속도로→해미IC→태안군청 <광주광역시청 출발 기준 3시간 소요>
[대중교통]
* 서울→태안 남서울터미널(02-521-8550)에서 매일 30~40분 간격으로 22회(06:40~20:00) 운행. 2시간20분 소요, 요금 8700원.
* 대전→태안 동부시외버스터미널(042-624-4451)에서 매일 14회(07:40, 08:00, 08:30, 09:20, 10:00, 10:20, 12:20, 12:40, 14:40, 16:10, 17:00, 17:20, 19:20, 19:30) 운행. 2시간 소요, 요금 8800원.
▶숙박
태안반도에서는 백사장을 보며 잠들고 싶은지 갯벌을 보며 잠들고 싶은지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백사장이 좋다며 만리포나 신두리해수욕장에, 뻥설게를 잡으러 왔다면 소원면 송현리의 민박이나 펜션을 이용하면 된다. 태안읍 근처에도 숙박시설이 제법 있다.
▶별미
뻥설게를 맛보려면 횟집들이 몰려있는 태안읍의 조석시장을 찾으면 된다.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은 없으나 철이 되면 조석시장의 횟집에서 뻥설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팔팔회수산(041-673-8866), 명화수산(041-674-4511) 등 횟집이 자리하고 있다.
태안에 왔다면 뻥설게만 먹고 가기 아쉽다. 봄철 별미로 꼽히는 주꾸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는 23일부터 주꾸미 축제가 열리는 몽산포항을 비롯해 태안지역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뻥설게보다 접할 수 있는 식당이 많다. 매일매일 조금씩 가격차이가 있단다. 샤브샤브는 5만원, 주꾸미 볶음은 5만5000원 선. 생물은 1kg에 3만원 선. 1kg에 2만원 선이던 작년과 비교해도 값이 많이 올랐다. 간단하게 한끼 해결할 수 있는 바지락칼국수나 해물칼국수도 괜찮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 이 기사는 2016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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