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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교과서나 책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지난한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선 건축물 앞에서 우리는 오늘과 연결되는 역사를 만난다.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대전 시내 중심에 자리한 옛 충남도청 건물이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이름을 바꾸어 탐방객을 기다린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에 지어져 한국전쟁 중에는 임시 중앙청과 전방지휘사령부, 그리고 2012년까지 충청남도의 행정 중심이었던 곳이 옛 충남도청 청사다.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한국사를 묵묵히 지켜본 증인인 셈이다. 등록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배경이다. 특히 최근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서 법정 장면을 비롯한 다수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어 조명을 받고 있다. 1904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1914년 호남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두 철로가 만나는 대전은 명실상부한 교통의 심장이 되었다.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대전역에서 직선거리로 1.1km 떨어진 곳에 도청 건물이 지어졌다. 들어오고 나가는 기차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도청의 포치에 서서 뒤돌아보면 빌딩들이 도열한 중앙로와 대전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제의 식민통치가 용이했으리라 짐작하니 씁쓸하지만, 100년 가까운 세월을 거치며 크고 작은 부침을 겪고 번성해온 도시를 바라보는 감회가 특별하다. 한 팔로 다 아우르지 못할 정도로 길게 자리한 도청 건물 중앙의 입구로 들어서면 로비를 중심으로 왼편에 근현대사전시관이, 한 걸음 더 다가서면 양옆으로 길게 뻗은 복도와 대리석 난간으로 이어지는 2층 계단이 자리하고 있다. 전시관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건물 내부의 전경이 발길을 잡는다. 긴 복도를 따라 이어진 높은 창문들이 건물 외부의 풍경을 시원하게 펼쳐 보이며 마치 안내자라도 되는 듯 탐방객을 이끈다. 앞쪽에서 본 모습과는 달리 건물의 전체 구조는 뒤편 공간을 감싸 안듯 ‘요(凹)’자형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일(一)’자형이었다가 차츰 규모가 커져 현재의 형태가 되었는데, 연회실을 만들기 위해 이어붙인 흔적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화려하고 복잡한 장식은 배제하고 절제된 형태미를 추구한 것은 당시 유행했던 모더니즘의 영향이라고 학예사가 설명한다. 마치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건물의 정면이 웅장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라면, 창 너머로 보이는 반대쪽은 붉은 벽돌로 조형미와 입체감을 살렸다. 벽면의 꽃문양 장식과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에도 눈길이 가지만 건축 당시 그대로 남아 있는 벽돌 마감재도 이채롭다. 1930년대 유행했던 ‘스크래치 벽돌’이라고 한다. 옛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2012년까지 도지사실로 쓰였던 2층 공간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전시실로 꾸민 안쪽 방에서 충남 지역의 명문가와 구한말 의병활동, 애국계몽운동에 앞장섰던 대전 지역 인사들에 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시간 여행을 떠난 듯 낯선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고 난 후 본격적으로 전시관을 둘러본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충남도청사 그리고 대전’이라는 주제로 공주에 있었던 충남도청의 모습, 대전으로 이전되는 과정, 도청 건물의 설계도면과 특징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도청이청식 광경을 담은 사진과 인터뷰도 스크린으로 펼쳐진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경부선 철도 개통과 함께 근대 도시로 거듭난 대전의 성장 과정과 한국전쟁 당시의 자료, 196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대전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자료들과 한국전쟁 중 포로가 된 딘 소장 구출 작전에 투입되었던 기관차와 김재현 기관사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도시의 역사를 만난 것이 촉매제가 되어 또다시 여행자의 발길을 재촉한다. 옛 충남도청에서 1km 떨어진, 대전역 동광장 너머 소제동 철도관사촌으로 향한다.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철도관사 40여 채가 남아 있는 마을이다.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규모의 관사촌으로서 역사적·문화적 의의가 커 최근 들어 도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솔랑시울길’을 따라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을 걷는다. 관사뿐 아니라 대전역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들의 보금자리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킨다. 일제강점기와 근대, 현대를 거치며 집을 허물지 않고 공간이 허락하는 대로 조금씩 품을 넓혀 편리하게 고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각보처럼 이어나간 삐뚤빼뚤한 흔적을 보노라니 걸음이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정겨움을 마음으로 상상하는 것은 여행자의 몫이다. 구멍가게를 향해 골목을 뛰어가는 아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담벼락에 기대앉은 할머니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 동네다. 담장마다 오래된 나무들이 가지를 내밀고 있다. 나무전봇대도 옛날 그대로다. 남루한 듯 보이고 조금은 쓸쓸한 풍경이지만 한때 우리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온 모습이다. ‘솔랑시울길’ 이정표를 따라 낯설면서도 정겨운 골목을 걸으며 드문드문 남아 있는 관사를 찾아보는 것이 소제동 관사촌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쌍둥이처럼 똑같은 집을 나란히 붙여놓아 연립주택 같다. 삼각형 지붕에 나무판자를 덧댄 벽체와 작은 마당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지붕 아래 관사 번호판을 그대로 걸고 있는 집도 보인다. 다다미방의 흔적 등 일본식 가옥의 요소들을 간직하고 있다. 주택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담장 위로 솟은 지붕만 봐도 관사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소제동은 중국 쑤저우(蘇州) 지방의 호수에 견줄 만큼 아름답고 크다 하여 이름 붙은 소제호(蘇堤湖)가 있던 곳이다. 호수가 사라진 자리에 낡고 거친 지붕들이 회색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어떤 이들은 개발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들은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작은 열정을 모으고 있다.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곳의 시간은 멈춘 것이 아니라 풍경 속에 더해지고 또 더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압축된 시간 속 이야기들이 닫힌 문을 열고 우리에게 더 가까이 전해질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옛 충남도청사(대전근현대사전시관) 주소 : 대전 중구 중앙로 155 문의 : 042-270-4535, 042-270-4536 대전종합관광안내 042-861-1330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대전IC → 동서대로 → 중촌네거리에서 중아로네거리 방향 좌회전 → 대종로 네거리에서 우회전 → 중구천 네거리에서 우회전 → 옛 충남도청 *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 KTX 하루 67회 운행, 약 1시간 소요 [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0~15분 간격 운행, 약 1시간 45분 소요 2.주변 음식점 태화장 : 짬뽕 / 동구 중앙로203번길 78 / 042-256-2407 진로집 : 두부두루치기, 오징어두루치기 / 중구 중교로 45-5 / 042-226-0914 광천식당 : 두부두루치기, 오징어두루치기 / 중구 대종로505번길 29 / 042-226-4751 3.숙소 이안레지던스호텔 : 서구 둔산로65번길 29 / 042-487-3939 http://www.eanhotel.co.kr/ 레지던스호텔 라미아 : 서구 둔산로51번길 42 / 042-334-0100 http://www.hotellamia.com/ 토요코인호텔 : 서구 둔산중로134번길 13 / 042-545-1045 http://www.toyoko-inn.kr/ 대림관광호텔 : 중구 대종로505번길 50 / 042-251-9500 http://www.daelimhotel.com/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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