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배우 원빈의 연기 변신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아저씨>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면 당장 부산으로 떠날 일이다. 좁고 허름한 골목골목마다 불행한 과거를 마음에 묻은 채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원빈)과 그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는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의 흔적이 묻어나온다. 영화 <아저씨>의 주인공 태식은 과거 임신한 아내를 눈앞에서 잃고 그 자책감으로 인해 아무런 삶의 희망도 없이 세상 속에 숨어 사는 인물로 나온다. 누구하고도 교류하는 일 없이 어두컴컴한 전당포에서 혼자 말없이 지내는 태식. 그가 사는 동네 주변도 태식의 어둡고 외로운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촬영된 부산 동구 범일5동 일대는 고층 아파트 단지와 대형 물류 센터로 둘러싸여 마치 분주한 도시 속에 홀로 떠 있는 섬 같은 느낌을 준다. 소미를 만나기 전 태식의 마음 상태와 딱 들어맞는, 영화 <아저씨>를 위해 준비된 마을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일명 '매축지마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원래 육지가 아닌 바다였다. 일제강점기부터 3차에 걸쳐 해안을 매립해 조성한 땅으로, '매축지'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당시 일본군은 대륙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시모노세키와 부산항을 직항으로 연결했으며, 이곳 마을 자리에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말들을 모아놓기 위한 막사와 마구간을 지었다. 주변에 철도와 항만시설이 인접해 해방 이후에도 유동인구가 많았는데, 6‧25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현재와 같은 마을이 형성되었다. 일명 '매축지마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원래 육지가 아닌 바다였다. 일제강점기부터 3차에 걸쳐 해안을 매립해 조성한 땅으로, '매축지'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당시 일본군은 대륙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시모노세키와 부산항을 직항으로 연결했으며, 이곳 마을 자리에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말들을 모아놓기 위한 막사와 마구간을 지었다. 주변에 철도와 항만시설이 인접해 해방 이후에도 유동인구가 많았는데, 6.25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현재와 같은 마을이 형성되었다.
매축지마을은 1970~80년대쯤에서 멈춰버린 모습이다. 구닥다리 시계들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널브러져 있는 문 닫은 시계방, 어린 시절에나 봤을 법한 오래된 물건들을 팔고 있는 낡은 상점,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마을 공동 화장실 등 도시 한가운데에 아직까지 이런 마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이리저리 미로처럼 얽혀 있는 비좁은 골목길은 한번 잘못 들어서면 좀처럼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매축지마을은 부산시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벌써 수십 년째 재개발 논의가 있어왔지만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않다. 그동안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마을 분위기는 오히려 이곳을 영화 촬영 명소로 바꿔놓았다. <아저씨> 이전에 이미 영화 <친구>도 주요 장면을 이곳 매축지마을에서 촬영했다. 부산 좌천역에서 철길 위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면 바로 '아저씨'가 살던 마을이 시작된다. 이 육교도 주요한 촬영 장소 중 하나다. 소미가 다른 아이의 물건을 훔치다가 들켜 경찰로부터 곤혹을 치르고 있을 때 태식이 내려오던 곳이 이 육교다. 보호자가 누구냐고 채근하는 경찰에게 태식을 가리키던 소미. 하지만 소미의 애타는 마음을 외면한 채 다른 길로 가버리는 태식. 육교 아래로 태식과 소미의 환영이 겹쳐 보이는 듯하다. 육교 아래로 보이는 철길은 <친구>에서 영화표 내기를 한 주인공 넷이 옆구리에 가방을 낀 채 신나게 달려가던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다. 마을 안쪽에도 '아저씨'의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태식이 일하던 전당포 건물은 마을 한가운데쯤 서 있다. 세트장 같은 느낌을 주는 '스완양분식' 건물이 전당포가 있던 곳이다. 전당포 내부는 세트장에서 촬영되었지만 외관만 봐도 영화 속 느낌이 물씬 전해져온다. 이곳에서 촬영이 있는 날에는 주요 배우들을 비롯해 스태프들이 스완양분식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출출해지면 들러서 식사를 하고 가기 좋다. 스완양분식에서는 돈가스를 비롯해 우동, 라면, 김밥 등 일반적인 분식 메뉴를 판매한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좁다란 골목길들은 소미가 처한 불우한 환경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도둑으로 몰린 자신을 외면했던 태식에게 나쁘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난 아저씨를 미워하지 않아. 내가 아저씨마저 미워하면 난 아무도 없잖아. 아저씨를 미워하면 내가 여기가 너무 아프거든 하며 어두운 골목 속으로 사라지던 소미. 스틸 컷을 아무리 들춰봐도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매축지마을은 골목 마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슷비슷한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래서 어느 골목을 가나 영화 속 분위기에 젖어들기에는 충분하다. 영화 촬영지를 좇아가는 코스의 종착지는 태식과 소민의 모습이 있는 벽화 앞이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며 코 끝 시린 감동이 밀려온다. 조금만 자리를 이동하면 장동건, 유오성 등 <친구>에 나오는 네 명의 배우가 나란히 그려진 벽화도 볼 수 있다. 매축지마을을 둘러보는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이 벽화에 있다. 골목 안 구석구석 벽화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 이를 구경하는 데만도 꽤나 시간이 걸린다. 매축지마을의 벽화는 낙후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부산시와 젊은 활동가들이 합심해 만든 값진 결과물이다. 덕분에 그저 칙칙하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옛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되 더 밝고 화사한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명품 영화 촬영지에 더해 명품 벽화마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영화 촬영 명소답게 영화를 테마로 한 그림부터 예쁜 꽃이 있는 정원, 상상력 넘치는 풍경, 위트 가득한 포토존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매축지마을을 방문한다면 카메라는 필수. 벽화를 한참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마을다방 '정(情)' 앞에 이르게 된다. 이 마을다방은 부산 동구의 마을기업 '인사이트영'에서 운영하는 주민들의 문화 공간 겸 카페이다. 마을의 작고 아담한 사랑방이자 방문객들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는 '정'은 이름 그대로 정이 넘치는 공간이다. 마을 할머니들이 정성껏 준비해주는 마실 거리로 목을 축여가며 잠시 쉬었다 가면 좋다. 열세 살 때부터 쭉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할머니의 옛이야기도 재미나고, 이곳의 마스코트 강아지 '몽키'의 재롱도 귀엽기만 하다. 음료 값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마을 후원 모금함이 있으니 나설 때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센스를 보여주도록. 재개발 지구로 묶여 있어 언제 다른 신시가지들처럼 한순간에 바뀌어버릴지 모르는 운명이지만, 지금 매축지마을이 품고 있는 매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1. 주변 음식점 평산옥 : 동구 초량1동 / 돼지수육, 국수 / 051-468-6255 일품향 : 동구 초량1동 / 만두, 탕수육 / 051-467-1016 동해물회 : 중구 중앙동2가 / 물회 / 051-245-6583 쌍둥이돼지국밥 : 남구 대연1동 / 돼지국밥 / 051-628-7020 개금밀면 : 진구 개금동 / 밀면, 비빔밀면/ 051-892-3466 2. 숙소 베니키아 호텔 프레스 : 수영구 남천1동 / 051-611-0003 www.presshotel.co.kr 코모도호텔 : 중구 영주동 / 051-466-9101 www.commodore.co.kr 대영호텔 : 중구 부평동2가 / 051-241-4661 민트하우스 : 중구 중앙동2가 / 070-4252-2236 www.theminthouse.co.kr 부산비치모텔 : 영도구 동삼2동 / 051-405-3331 글, 사진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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