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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매표소 → 승선교 → 일주문 → 대웅전 → 무우전·각황전 → 원통전 → 와송 → 해우소 (1시간 30분) 일년만 지나도 세상이 휙휙 바뀌는데, 천년 동안 제 자리에서 제 모습을 지킨 고찰이 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이 절을 두고 “내 마음속의 문화유산, 남도 답사의 필수처”라 말했다. 절의 이름은 선암사다. 깊은 산 속 천년고찰은 한없이 포근하다.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없지만 기웃거릴수록 정답다.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을 빌리자면 “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다. 소박하고 편안한 절이지만 품은 보물이 많고 아름다움이 특별하여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때 더욱 진가가 드러난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면 이런 점이 좋아요! 1. 선암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를 알 수 있다. 2. 진입로의 나무 종류, 계곡물의 종착지 등 책에 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3. 다른 절과 선암사의 가람배치를 비교해볼 수 있다. 4. 선암사에 여러 번 와도 지나치기 쉽다는 원통전의 꽃 문살을 볼 수 있다. 5. 스쳐 지나치면 안 되는 문화유산을 깊이 보고 선암사를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굽이진 숲길을 겸허히 걷는다. 때 묻은 마음을 계곡물에 헹군다. 부처님 세계로 가는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그래야 절 입구에 닿는다. 자연과 사람이 오래 공들인 절에는 따스함이 감돈다. 김미경 해설사 : 선암사 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 일곱 곳 중 하나예요. 전 국가유산청장을 지낸 유홍준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 한 군데를 꼽으라면 선암사를 꼽겠다 하셨어요. 천년고찰 선암사는 승선교, 대웅전, 해우소, 600년 수령의 토종 매화인 선암매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둘러보면 사찰보다 한옥마을이나 잘 꾸민 수목원 같다는 느낌이 드는 편안한 절이에요. 선암사에는 태고종 사찰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불자가 아닌 이상 태고종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천 년 넘게 건재한 절이니 역사가 깊은 것도 당연할 터. 해설사에게 절의 창건과 태고종에 대해 물었다. 김미경 해설사 : 선암사 창건에 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어요. 백제 성왕 7년(529)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설과 통일신라 헌강왕 1년(875) 선각국사 도선이 창건했다는 설이 전해져요. 아도화상의 경우에는 남아 있는 유물이 없고요, 도선은 창건설을 뒷받침하는 유물이 있어요. 도선이 세웠다는 ‘1철불 2보탑 3부도’가 선암사에 남아 있거든요. 1철불은 각황전에 있고, 2보탑은 대웅전 앞 두 개의 석탑을 말하고, 3부도 역시 부도밭에 남아 있어요. 학계에서 아도화상 창건설보다 도선 창건설을 유력하게 보는 이유입니다. 누가 창건했든지 간에 선암사는 지어진 지 천 년이 넘는 고찰임은 틀림없지요. 선암사는 태고종 사찰이에요. 태고종은 스님의 결혼을 허용하고 사찰의 개인 소유를 인정하는 종단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데, 태고종 스님이 다 대처승*인 것은 아니에요. 스님의 결혼을 자율에 맡기고 결혼해도 승적이 박탈되지 않는 것뿐이에요. 선암사를 태고종의 본산, 태고총림이라고도 해요. ‘태고종의 본산’은 태고종의 뿌리가 되는 절이라는 의미예요. ‘총림’은 스님을 양성하는 종합대학이라고 보면 됩니다. 태고종 총림은 선암사가 유일해요. 예비 스님들은 선암사에서 공부하고 인정을 받아야 태고종 스님이 될 수 있는 거죠. *대처승 : 아내와 가족이 있는 승려 선암사 진입로는 특별하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우리나라 산사 건축은 진입로로부터 시작된다. 산사의 진입로는 그 자체가 건축적, 조경적 의미를 지닌 산사의 얼굴이다”라고 했다. 선암사 진입로를 걸으면 이 문장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매끈한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걷는 맛 좋은 흙길이요, 쭉 뻗은 길이 아니라 모퉁이에서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굽이진 길이다. 내내 계곡을 끼고 걸어 물소리가 흥을 북돋는다. 김미경 해설사 :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1.5km 길은 천천히 걸으면 30분 정도가 걸려요. 걷고 나면 언제 1.5km를 다 걸었나 아쉬울 만큼 아름답지요. 요즘은 편리함만 추구해서 도로를 포장하지만 여기는 아직 비포장 흙길이에요. 선암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도 우리나라 전통 사찰의 모습, 그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예요. 세월이 지나면 사찰들이 증축을 하고 요만했던 절이 이만하게 커지잖아요. 그런데 선암사는 진입로 흙길, 대웅전 단청에서 알 수 있듯 옛날 절의 모습을 지키고 있어요.걷다 보면 길가 언덕에서 두 개의 승탑 밭을 볼 수 있어요. 승탑은 스님의 사리를 모신 탑을 말해요. 첫 번째 승탑 밭은 최근 큰 스님들의 것이고, 두 번째 승탑 밭에는 선암사에 주석했던 고승들의 승탑이 모여 있어요. 남부 지방인지라 진입로에는 활엽수, 특히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뭇과 나무가 많다. 진입로의 장승을 지나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모양 돌다리가 나타난다. 큰 다리와 작은 다리 두 개가 나란한데, 큰 다리가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다. 김미경 해설사 : 승선교는 선암사 제일의 포토 존이에요. 승선교 너머에 2층 정자인 강선루가 있는데, 다리의 반원에 강선루가 들어앉은 모습이 유명해요. 다리가 물에 반사되면 둥근 원이 되는데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승선교는 잘 만든 다리이기도 해요. 기단부는 계곡의 자연 암반을 이용해 홍수에 휩쓸리지 않게 했고요. 큼지막한 돌을 이어 무지개 모양으로 돌리고 그 위에 잡석을 쌓은 다음 흙으로 덮었어요. 홍예 한가운데 용 머리 보이세요? 다리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서 저걸 뽑으면 다리가 무너진대요. 용은 부처님 세계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널 때 물에서 나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수호하는 역할도 한다고 해요. 승선교와 강선루에는 신선 ‘선(仙)’ 자가 들어간다. 신선이 내려온 누각과 신선이 다시 하늘로 올라간 다리다. 순천, 하늘의 뜻을 따르는 땅에 온 신선이 몸을 씻고 노닐었을 만큼 계곡물이 맑다. 물은 흐르고 흘러 순천만까지 간다. 타원형 못인 삼인당을 지나 일주문 앞에 선다. 김미경 해설사 : 일주문 앞에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것이 있어요. 하마비예요. 절에 왜 하마비가 있을까요? 경내에 왕실의 기도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조선의 정조 임금이 대를 이을 아들이 없자 선암사 스님에게 청해 백일기도를 올린 후 순조 임금이 태어났다고 해요.하마비 맞은편과 무우전 뒤편에는 66,000㎡(2만 평) 가량의 야생차밭이 있어요. 선암사 차는 차나무 뿌리가 땅속 2~4m까지 깊숙이 내리는 야생차예요. 시중 차는 대부분 기계로 덖는데, 여기 차는 스님들이 직접 찻잎을 따고 손으로 덖어 맛이 더욱 특별해요. 도시에서 빨리 걷는 데 익숙한 사람도 이 길에서만큼은 걸음이 느려진다. 느릿느릿 걷는 동안 번다한 마음도 고요해진다. 드디어 선암사 경내다. 김미경 해설사 : 선암사는 가람배치가 독특한 절이에요. 대개 사찰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전각을 배치하는데, 선암사는 소박한 건물 20여 채가 권역별로 나뉘어 있어요. 산의 경사진 지형을 활용해 계단식으로 건물을 배치하다 보니 영역이 분리된 거죠. 전각과 전각 사이의 꽃나무가 있는 화단은 각 영역을 자연스레 연결해주고요.선암사는 어느 당우 하나에 힘을 주지 않아서인지 위압적이지 않아요. 한옥마을에 온 듯 시골 돌담길을 걷는 듯 편안하지요. 맞은편의 송광사는 웅장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선암사는 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아늑함이 있어요. 대웅전 영역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과 강당인 만세루가 마주하고 설선당, 심검당이 양옆에 있어 ‘ㅁ’자 구조를 이룬다. 세월이 깃든 대웅전은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았음에도 남다른 격조가 느껴진다. 김미경 해설사 : 대웅전(보물 제1311호)은 앞면과 옆면이 각각 3칸이고,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겹처마 팔작지붕 집입니다. 이전에 불탄 것을 순조 24년(1824)에 중창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어요. 사찰에 단청을 새로 하는 걸 많이 보셨을 거예요. 대웅전은 ‘왜 이렇게 관리를 안 하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단청이 벗겨진 모습이에요. 이건 천연염료로 보존 처리만 하고 단청을 새로 칠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대웅전뿐 아니라 다른 전각들도 큰 증축 없이 필요한 곳만 조금씩 손을 봐요. 덕분에 옛 사찰의 고졸한 멋을 느낄 수 있죠. 대웅전 왼쪽 처마 너머에 봉우리 보이세요? 조계산 최고봉, 장군봉(884m)이에요. 장군봉이 절을 수호해서 선암사에는 없는 게 있어요. 바로 일주문 다음에 나오는 사천왕문이에요. 사천왕은 절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데 장군봉이 있으니 사천왕문을 세울 필요가 없었던 거죠. 보물이 하나 더 있어요.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두 개의 탑, 순천 선암사 동·서 삼층석탑(보물 제395호)입니다. 도선국사가 만들었다는 ‘2보탑’이죠. 2단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린 형태로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형식이에요. 탑의 규모나 건축 기법이 같아 동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죠. 발길은 대웅전 오른편의 무우전 영역으로 이어진다. 무우전은 절에서 가장 구석에 있는 만큼 고요가 짙다. 무우전은 원래 태고종의 가장 큰스님, 태고종정이 머무는 공간으로 한때 개방을 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다행히 안을 둘러볼 수 있다. 김미경 해설사 : 무우전은 없을 ‘무(無)’, 근심 ‘우(憂)’,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곳이라는 뜻의 ㄷ자형 승방이에요. 어떤 분들은 무우전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조계산 자락을 선암사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꼽습니다. “여기 앉으면 하산하고 싶지 않다”고들 하세요. 조계산의 느릿한 능선이 펼쳐지는데 모든 근심이 사라질 만큼 평화로워요. 무우전 뒤의 각황전은 도선국사가 만들었다는 ‘1철불’을 모신 곳이에요.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약사여래부처님이 앉아 계시지요. 선암사에서 꽃 이야기를 뺄 수 없죠? 여긴 일 년 내내 꽃 대궐이에요. 매화, 겹벚꽃, 금목서, 은목서, 동백 등 꽃나무가 지천에 있는데 절을 대표하는 꽃은 역시 매화죠. 오죽하면 절 이름을 따 ‘선암매’라고 부르겠어요. 각황전 돌담길의 홍매화, 원통전 담장 뒤편의 백매화는 ‘선암매’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이고 수령은 600년 정도로 추정해요. 봄의 선암매를 보려면 4월 초까지 오세요. 여기가 시내보다 3~4도 낮아 꽃이 3월 말쯤 피거든요. 봄날 선암사에 왔다 집에 가면 옷깃에서 매화 향기가 은은하게 날 거예요. 원통전 뒤편 매화나무는 세월을 몸에 휘감은 듯 굵직한 몸통에서 신령스러운 기운마저 느껴진다. 봄 되면 매화 향 흐드러져 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겠다. 원통전은 사찰의 비밀기지 같다. 두 개의 전각이 앞을 가로막아 은밀한 느낌이다. 김미경 해설사 : 선암사 경내에서 가장 개성적인 건물이 원통전일 거예요.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고 순조 임금을 있게 한 기도처이기도 하죠. 원통전 안의 대복전(大福田)이라는 현판은 자신이 태어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순조가 쓴 어필이에요. 절이 ‘큰 복을 받은 터전’이라는 의미지요. 원통전은 구조가 독특해요. 우선 사찰 건축에서 보기 드물게 건물 평면이 T자형이에요. 앞에는 팔상전과 불조전, 두 개의 전각이 가로막아 원통전을 엄폐해요. 기둥 아래를 보면 같은 위치에 홈이 있어요. 이건 홈에 마루를 걸었다는 얘기거든요? 전각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번 더 차단을 했다는 뜻이죠. 불단이 있는 내부도 세 면에 벽을 둘러 집 안에 또 하나의 집이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종합하면 원통전은 단순한 전각이 아니라 왕실의 기도처가 있는 은밀한 공간이었다는 의미가 돼요. 원통전은 문살이 아름답기로 유명해요. 문살 조각을 각기 끼워 맞춘 게 아니라 하나의 원목에 조각을 해서 공력이 들어간 작품이지요. 문살의 꽃은 모란, 부귀영화를 나타내요. 문살 아래에는 방아 찧는 달나라 토끼와 새를 장식했어요. 원통전에서 해우소로 향하는 길, 커다란 와송이 있다. 한 뿌리에서 줄기가 갈라져 하나는 누워서, 하나는 서서 자란다. 누워 있는 소나무는 선종(마음 수양으로 깨우치는 것), 서 있는 소나무는 교종(경전을 읽고 깨우치는 것)을 상징한다. 와송은 선종과 교종의 근본 뿌리는 하나라는 선교양종대본산 선암사의 성격을 보여준다. 배움은 높이 쌓되 자신을 낮출 것, 이건 맞고 저건 틀렸다 분별하지 말 것. 600년 수령의 소나무가 가르침을 준다. 김미경 해설사 : 우리나라 사찰 해우소 중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두 군데인데, 선암사 화장실과 강원도 영월 보덕사 화장실이에요. 순천선암사측간(전남문화재자료 214호)은 1920년대 이전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정(丁)자형 재래식 화장실이에요.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이다 보니 처음 보고 화장실인 줄 모르는 분들도 있어요. 입구에는 한글 고어로 ‘깐뒤’라고 쓰인 현판이 있는데(첫 번째 글자는 ‘간’의 기역 앞에 시옷이 붙은 고어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해요. 지붕에 잇댄 풍판*이 버선코 곡선처럼 살짝 들려 아름답죠? 화장실 앞에 있는데도 냄새가 안 나는 건 배설물 위에 낙엽이나 짚을 덮어두고, 안에 환기구 역할을 하는 살창을 두었기 때문이에요. *풍판 : 바람과 비를 막으려고 길이로 잇대는 널빤지 선암사는 자연이 만들고 세월이 시공한 절이에요. 문화재도 많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절 그 자체가 보물이지요. 저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믿어요. 눈으로 흘깃 보고 말면 나중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그렇지만 해설을 들으면 세월이 흘러도 ‘나 여기 갔다 왔어’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유난히 기억에 남는 내용도 있을 거예요. 문화관광해설사 제도로 모두 풍요로운 여행을 하셨으면 해요. -이용시간 : 09:00~18:00 (연중무휴) -이용료 : 성인 2000원, 학생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전화 : 061-754-5247 -홈페이지 : 선암사 1. 전화 예약 -순천시 관광과(061-749-5810) 전화 예약 -단체 또는 외국어 해설은 전화 예약 필수 2. 현장 예약 -선암사 매표소 옆 관광안내소에서 현장 예약 가능 -전화 예약자에게 우선권 있으므로 가급적 전화 예약 권장 ※ 최소 인원 제한 없음 ※ 위 정보는 2020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text_strong{font-family: sans-serif; color: #607D8B; padding: 1%; font-weight: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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