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언제나 즐길 수 있지만, 국밥에 들어가는 부추의 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은 봄이다. 부산은 ‘돼지국밥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많은 돼지국밥 식당이 성업 중이다. 서면역 인근에는 ‘서면향토음식특화거리(서면시장 옆 골목,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로68번길 일대)’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도 돼지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요리이자 요리의 장르가 되는 국밥은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음식이다. 예부터 한국인들은 식사를 빠르게 해결해야 할 때 국밥을 찾았다. 조리가 간편하면서도 포만감을 준다는 점이 국밥의 인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한국식 패스트푸드인 셈이다. 국밥은 여행자의 음식이기도 하다. 과거 전국을 누볐던 보부상이나 고향과 수도를 오갔던 선비들은 주막에 들러 으레 국밥 한 그릇을 먹곤 했다. 갈 길이 멀었기에 잘 차려진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기보다 빠르고 쉽게 허기를 해결해야 했던 이들에게 국밥은 최고의 대안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국밥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찾는 사람이 많고, 조리법이 어렵지 않으며, 어디서든 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은 오랫동안 국밥이 대중적인 음식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밥의 ‘국물’은 주로 소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삶은 육수에 여러 재료를 더해 한 번 더 끓여서 완성한다. 큰 냄비 또는 솥에 많은 양을 한꺼번에 끓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더 많은 재료를 사용해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한 것이다. 식당에서는 영업하기 전이나 영업이 끝나고 난 뒤 국물을 미리 끓여둔다. 주문받는 즉시 한 번 더 빠르게 끓여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밥의 재료로 쓰였던 고기는 소고기였다. 집마다 소를 한두 마리쯤은 키우고 있기도 했거니와, 닭고기 외에는 대안이랄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재료로 한 국밥 요리로는 즐겨 찾지 않는 부위나 뼈로 국물을 낸 소머리국밥, 꼬리곰탕, 설렁탕 등을 비롯해 살이 붙은 갈빗대를 넣고 끓인 갈비탕도 있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산업화 과정을 거쳐 전국 각지에 대형 시설을 갖춘 돼지 농장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의 생산량은 급격하게 늘어났고 소고기보다 가격이 저렴해졌다. 수출량도 점점 증가했는데, 이를 위해 부산과 주변 도시에는 육가공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육가공시설이 들어서면서 부산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가공하고 난 부산물로 고깃국물을 낸 국밥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돼지국밥이 부산 사람들에게 ‘한국식 패스트푸드’이자 ‘소울푸드’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현재 부산에는 중화요리 식당보다 두 배나 많은 돼지국밥 식당이 있다. 2019년 부산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 지역 내 돼지국밥 전문점은 700여 개에 달한다. 돼지국밥은 조리 방식에 따라 맑은 국물의 국밥과 진한 국물의 국밥으로 나뉜다. 물에 돼지고기만 넣고 끓이면 맑은 국물이, 뼈를 함께 넣고 끓이면 진한 국물이 된다. 돼지고기만 넣고 끓인 국물은 깔끔한 맛이 특징이며, 뼈로 우려낸 국물은 진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부위는 주로 앞다릿살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돼지국밥에 비해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돼지국밥을 선보이는 일부 식당에서는 지방이 풍부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항정살(돼지의 목에서 어깨 사이에 있는 목덜미살)을 쓰기도 한다. 돼지국밥을 파는 식당에 도착하면 다소 복잡한 메뉴판을 마주하게 된다. 메뉴판에서 ‘내장만’은 돼지고기 대신 내장만을, ‘순대만’은 순대만을 넣어 주는 것이다. ‘섞어’는 고기와 내장 또는 고기와 순대 등을 섞어서 내어오는 방식이다. 돼지고기와 내장, 순대를 두루두루 맛보고 싶다면 ‘모둠’을 추천한다. 고기만 들어간 돼지국밥은 고소함이 일품이며, 여기에 내장을 섞으면 쫄깃한 식감이 더해진다. 국밥을 주문할 때 ‘토렴’이라는 단어를 종종 접할 수 있다. 토렴은 찬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먹기 좋은 온도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국밥을 먹는 전통 방식 중 하나다. 옛날 전기밥솥이 없었던 시절에 국밥을 따뜻하게 먹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김치와 새우젓, 부추 등을 함께 내어준다. 가장 먼저 국밥 위에 부추를 올린 후 숟가락으로 국물부터 맛보자. 이후, 취향에 따라 다진 양념과 새우젓, 소금 등을 넣어 간을 맞추면 된다. 일부 식당에서는 소면을 넣어주기도 한다. 돼지국밥은 국물의 종류, 고기의 구성, 양념의 차이에 따라 수많은 조합이 나올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하늘 아래 똑같은 돼지국밥은 없다. 부산에 자리한 여러 곳의 돼지국밥 맛집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돼지국밥을 맛보고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송정3대국밥] 1946년 개업해 지금까지 부산의 대표 국밥 전문점으로 명성이 자자한 식당이다. 사골로 국물을 낸 돼지국밥을 판매하며, 돼지고기와 순대, 내장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재료를 다르게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4시간 중 오전 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2시간의 브레이크타임을 제외하고는 늘 문이 열려 있다. - 주소: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로68번길 33 - 전화번호: 051-806-5722 - 대표메뉴: 돼지국밥 9,000원, 수육 백반 11,000원, 수육(소) 28,000원, 순대(소) 10,000원 - 접근성: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1번 출구에서 약 200m 거리 - 주차장: 없음(서면시장 앞 노상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 좌석규모: 136석 - 메뉴판 언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양산집] 깡통시장 상인과 방문객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돼지국밥 노포다. 매장이 크지 않아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가 많지만, 이를 감수하고라도 방문하려는 단골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국과 밥, 수육을 따로 내주는 ‘수육 백반’이 인기 메뉴다. -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중구로47번길 30 - 전화번호: 051-245-8294 - 대표메뉴: 수육 백반 13,000원, 밥 말아 살코기 10,000원, 밥 따로 일반 10,000원, 수육(대) 45,000원, 편육(소) 30,000원 - 접근성: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에서 약 570m 거리 - 주차장: 없음(부평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 좌석규모: 20석 - 메뉴판 언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안목] 돼지 뼈를 24시간 이상 푹 삶아서 만든 육수로 돼지국밥을 만든다. 돼지 뼈의 진한 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별도의 간을 하지 않고도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국물에 면을 넣고 만든 돼지라면도 별미다. -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남로22번길 3 - 전화번호: 070-8778-0519 - 대표메뉴: 돼지국밥 10,000원, 돼지국밥(머리 고기) 11,000원, 돼지국밥(섞어) 10,500원, 돼지라면 10,000원 - 접근성: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남천(KBS, 수영구청)역 1번 출구에서 약 320m 거리 - 주차장: 없음 - 좌석규모: 14석 - 메뉴판 언어: 한국어 [수변최고돼지국밥 민락본점] 항정살 부위를 사용해 끓인 항정국밥이 대표 메뉴로, 돼지 뼈를 넣고 국물을 우려내 국물 맛이 깊은 것이 특징이다. -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해변로370번길 9-32 - 전화번호: 051-754-9222 - 대표메뉴: 항정국밥 13,000원, 고기국밥 10,000원, 내장국밥 10,000원, 섞어국밥 10,000원 - 접근성: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민락역 1번 출구에서 약 1.6km 거리, 민락수변공원과 인접 - 주차장: 없음(수변어린이공원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 좌석규모: 66석 - 메뉴판 언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 관련정보: 수변최고돼지국밥 민락본점 > 여행지 : 대한민국 구석구석 (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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