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개장했다.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찾는 해운대지만 여름철에는 발 디딜 틈 없이 피서객이 모여든다. 해수욕도 좋고 모래놀이도 좋지만, 백사장에서만 시간을 보낸다면 해운대의 매력을 일부만 보는 셈이다. 해변에서 한두 블록만 벗어나면 해운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한적하고 조용한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다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아침이나 점심식사 후 혹은 물놀이를 실컷 즐긴 다음날 갤러리를 찾아보자. 해운대 백사장의 시끌벅적함과는 대조적인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부분 입장료를 받지 않으니 찾는 발걸음이 더 가볍다. 전국적으로 찾아봐도 사진 전문 미술관은 많지 않은 편인데, 해운대에 두 곳이나 있다.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이 그것. 여기에 토요타 포토 스페이스까지 있으니 해운대의 사진 미술관 사랑이 남다르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국내외 수준 높은 사진 전시를 기획하며, 창의적인 신진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또 출판과 교육, 학술 세미나 같은 활동으로 사진문화를 대중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술관은 2층의 크고 넓은 전시장, 수장고, 세미나실, 개인적으로 구하기 힘든 사진집과 자료를 볼 수 있는 포토 라이브러리로 구성돼 있다. 사진의 기록성에 주목하는 다큐멘터리 중심의 전시를 기획해 보여준다. 지역의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토요문화교실이나 지역민이 참여하는 사진 아카데미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미술관 로비이자 포토 라이브러리로 쓰이는 공간에 테이블과 벤치, 커피까지 준비돼 있어 편안하게 사진집을 감상하기에 좋다. 이상일 관장이 2011년에 수상한 일본 니콘 살롱 이나노부오상도 전시돼 있다. 고은사진미술관의 자매 미술관인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은 사진의 현재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작가는 물론 해외 작가의 작품도 선보이는데, 현재 독일 현대 사진을 소개하는 '시선'전이 열리고 있다. 2층 전시실 입구에 놓인 피아노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사진이 있는 작은 음악회'에 사용되곤 한다. 음악회는 사전 예약을 해야 참석할 수 있다. 위치는 파라다이스호텔 뒤편으로 해변까지 500여 m, 토요타 포토 스페이스에서는 2~3분 거리다. 점심 먹고 난 뒤 소화도 시킬 겸 가볍게 둘러보기에 그만이다. 고은사진미술관과 마주보고 있는 갤러리는 문화적으로 다양한 세상을 꿈꾸는 프랑스문화원의 정신에 기초해 탄생한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다. 회화, 사진,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소화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올해 말까지 꽉 찬 전시 일정이 모두 나와 있어 방문 계획을 잡기에 편하다. 이웃한 고은사진미술관을 찾는다면 이곳도 놓치지 말 것. 갤러리와 자동차 쇼룸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곳이 토요타 포토 스페이스다. 토요타자동차 전시장 2층에 마련된 이곳은 비록 전시장 한쪽에 자리했지만 사진 전용 갤러리의 멋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갤러리 안에서 보면 사진 작품과 신차가 동시에 보인다. 작가의 철학이 녹아든 사진 작품뿐 아니라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이 집약된 자동차를 한눈에 감상하는 맛이 색다르다.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공간이라 도보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신발에 묻은 모래를 탁탁 털고 나서 땀 식히는 기분으로 다녀오기에 그만이다. 달콤한 바나나 향기가 날 것 같은 바나나롱갤러리는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샛노란 외관이 인상적이다. 해운대 동쪽 끄트머리에서 달맞이길로 가는 중간 즈음 눈에 확 들어오는 노란 건물이다. 동요 가사 '기찻길 옆 오막살이'처럼 기찻길 건널목 옆에 자리했는데, 얼마 전 철로가 철거돼 주변 풍경이 다소 바뀌었다. 바나나 노란 껍질을 까면 속살은 우윳빛이듯, 갤러리 내부는 하얀 목재로 마감해 작지만 정갈한 느낌이다. 이곳에선 젊은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비롯해 연중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회화 작품 외에 아기자기한 디자인 아트 상품도 많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근에 있는 살롱 드 바나나는 아파트를 갤러리로 꾸민 또 다른 이색 공간이다. 해운대와 맞붙어 있는 달맞이길에도 크고 작은 갤러리가 여럿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이 조현화랑이다. 2, 3층 전시실과 함께 바로 곁에 붙은 카페 반으로 연결되는 전시실까지 공간이 미로처럼 이어진 것이 재미있다. 카페에 왔다가 갤러리를 둘러보기도 하고, 전시를 감상하고 카페 전망에 끌려 차를 한잔하게 된다. 전시도 보고 차도 마시고 난 후 달맞이길 산책까지 두루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밖에 부산 예술의 메카 부산시립미술관이나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 둥지를 튼 가나아트센터부산도 해운대 갤러리 투어에 추가할 만하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이중섭, 박수근, 김기창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이 7월 6일까지 열리므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방문할 것.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전시가 바뀔 때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열흘 가량 전시 준비를 하므로 방문 전에 미리 전시 일정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해운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해변이다. 휴일이면 부산 사람들이 다 모였나 싶을 만큼 인파로 북적인다. 아찔한 비키니 차림의 여인들, 피부색 다양한 외국인들, 마냥 신난 아이들까지 저마다의 모습으로 해운대를 즐긴다. 백사장의 낭만과 자유도 좋지만 한두 시간의 갤러리 방문으로 예술의 향기까지 더하는 해운대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고은사진미술관 주소 :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452번길 16 문의 : 051-746-0055 www.goeunmuseum.kr 프랑스문화원 아트 스페이스 주소 :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452번길 16 문의 : 051-746-0342 artspace-afbusan.kr 토요타 포토 스페이스 주소 :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9(토요타 부산 전시장 2층) 문의 : 051-731-6200 www.toyotaphotospace.org 고은컨텐퍼러리사진미술관 주소 : 부산 해운대구 중동1로37번길 10 문의 : 051-744-3924 www.goeunmuseum.kr 바나나롱갤러리 주소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42 문의 : 051-741-5106 조현화랑 주소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71 문의 : 051-747-8853 www.johyungallery.com 1.주변 음식점 금수복국 : 복어요리 / 해운대구 중동1로43번길 23 / 051-742-3600 24시부산왕돼지국밥 : 돼지국밥 / 해운대구 중동1로 40 / 051-746-6885 거북선횟집 : 생선회 / 해운대구 달맞이길62번길 69 / 051-741-8850 2.숙소 토요코인 : 해운대구 달맞이길 2-21 / 051-256-1045 http://www.toyoko-inn.kr/index.html 모비딕호텔 : 해운대구 구남로8번길 49 / 051-741-5009 http://mobydick.kr/ 헬로우게스트하우스 : 해운대구 구남로24번길 39 / 051-746-8590 http://cafe.naver.com/hell0house/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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