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게 역사여행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역사여행도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얼마든지 재미나게 즐길 수 있다. 목적지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의 유적을 간직한 충남 부여다. 자연과 문화재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놀면서 우리의 역사를 체험한다. 게다가 워터파크에서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으니 여름철 영유아 동반 여행지로 그만이다. 국립부여박물관은 흥미로운 어린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박물관은 백제문화의 상징인 백제금동대향로를 테마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선보인다. 백제금동대향로라는 이름 자체가 어린아이들에게는 낯설고 어렵지만 어린이박물관에서 놀다 보면 백제금동대향로와 금세 친구가 된다. 부여를 돌아다니다 백제금동대향로 문양을 마주하게 되면 아이 입에서 나 저거 봤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박물관 중심에는 대형 백제금동대향로 속으로 들어가보는 체험 공간이 있다.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며 어떤 동물 그림이 있는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살펴본다. 생소한 그림 속에서 아빠, 원숭이랑 코끼리가 있어요! 하며 친숙한 동물들을 찾아내는 재미에 빠진다. 한쪽에는 백제금동대향로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조형물로 만들어놓은 사비동물원이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상의 동물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백제금동대향로 퍼즐 맞추기와 악기 소리 들어보기 코너 등도 마련되어 있다. 점토로 수막새와 향로 속 캐릭터 찍기를 체험하는 코너가 아이들에게 인기다. 점토 체험은 시작 전부터 흥미롭다. 점토를 자동판매기에서 구매하기 때문이다. 동전을 넣자 자동판매기에서 점토가 나오는 과정 자체도 아이들에게는 그저 신기하다. 점토가 마르는 동안 복식 체험을 즐겨보자. 백제왕과 왕비의 의복을 입어보는 체험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백제시대 옷으로 치장한다. 옛날 옷을 입은 자기 모습이 신기한지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 나 왕비 같아요? 하며 엄마 아빠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쌓기 놀이를 응용한 '백제의 탑쌓기' 체험실도 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축소한 모형탑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체험이다.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아 나무로 된 조각들을 쌓아 탑을 완성하면 성취감도 크다. 어린이박물관은 규모가 크지 않아 영유아들이 알차게 이용하기 좋다. 여름이면 연꽃으로 뒤덮이는 궁남지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역사 체험장이자 생태 체험장이다. 궁남지를 찾기 전 아이들에게 <서동요> 전설과 관련된 동화책을 읽어주면 그 감흥이 더 커진다. 책을 읽지 못했다면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궁남지를 거닐며 <서동요> 전설을 들려주자. 백제 서동이라는 청년이 옆나라 신라의 선화공주를 좋아했대. 그래서 마를 잔뜩 가지고 신라로 가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노래를 지어 가르치며 부르게 했대. '선화공주님은 밤마다 남몰래 서동을 만난다'는 내용의 노래였어. 이 노래가 퍼지고 퍼져 신라왕의 귀에도 들어가는 바람에 선화공주가 궁에서 쫓겨났단다. 그 후 서동과 선화공주는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고, 서동은 나중에 백제 무왕이 되었단다. 여기가 그 서동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야.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옛날이야기를 듣는다. 궁남지는 이렇듯 아이들에게 역사 체험장인 동시에 자연생태 체험장이 되어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으로 알려진 궁남지에서 여러 종류의 연꽃을 관찰할 수 있다. 꽃잎이 떨어져 연밥만 남은 줄기를 보고 “꼭 샤워기같이 생겼어”라며 재미있어 한다. 밖으로 고개를 내민 연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제 얼굴보다 몇 배는 큰 연잎도 만져본다. 가만히 앉아 연못을 바라보다 개구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궁남지 한쪽으로는 해바라기가 무성하게 피어 있다. 흙길을 따라 걸으며 연꽃, 해바라기, 개구리, 연못 등 다양한 자연 생태를 체험해본다. 백제문화단지 내 볼거리는 크게 사비성과 백제역사문화관으로 나눌 수 있다. 사비성은 사비궁, 능사, 고분공원, 생활문화마을, 위례성으로 구성된다. 사비성 정문(정양문)에 들어서면 그 웅장한 규모에 엄마 아빠도, 아이들도 놀라워한다. 옛날 왕궁을 재현한 곳이라는 간단한 설명 정도는 꼭 곁들이자. 어디서부터 어떻게 둘러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해설사 안내 프로그램을 이용하자. 1일 7회 정도 정해진 시간에 해설자의 안내가 진행된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경우에는 욕심내지 말고 사비궁, 능사, 백제역사문화관 정도만 돌아봐도 좋다. 아이들과 백제문화단지를 돌아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즐길거리가 있다. 먼저 사비궁 서궁에서 진행하는 백제 복식 체험이다. 아이부터 어른 의복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의복이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가족이 함께 백제 의복을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남겨도 좋다. 체험비는 무료. 사비궁 동궁에도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가 있다. 호기심 왕성한 아이라면 “엄마, 여기 벽에 이게 있어요.”라며 먼저 찾아낼지도 모른다. 어린이박물관에서 봤던 백제금동대향로가 동궁 회랑 벽면에 붙어 있다. 그 옆 벽면에는 백제금동대향로에 나오는 다섯 악사가 있다. 각각 그 자리에 서면 해당 악기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이들이 왔다갔다하며 악기 소리를 듣느라 정신이 없다. 사비성을 나와 백제역사문화관도 들어가 보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3D 애니메이션 <사비의 꽃>을 관람하고 탁본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즐기다 보면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올 7월 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부소산성에도 올라가보자. 부소산성은 해발 100m 정도의 야트막한 산에 위치해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무리가 없다. 나무가 우거져 뜨거운 햇살을 피해 산책 삼아 걷기 좋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잘 닦여 있어 어린아이들도 곧잘 걷는다. 부소산성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자루까지는 유모차 이동도 가능하다. 단, 유모차를 끌기에 힘들다고 느껴질 만한 경사 구간도 일부 있다. 사자루에서 낙화암까지는 내리막길이지만 계단으로 되어 있어, 사자루 부근에 유모차를 세워두고 걸어가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유모차로 이동하기보다는 아기띠를 이용하거나 아이들이 직접 걷도록 유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부소산성 정문에서 곧바로 낙화암으로 갈 경우 편도 30~40분 소요되며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매점이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념으로 8월 31일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름여행에 물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부여에는 여러 명소와 인접한 워터파크 ‘아쿠아가든’이 있다. 백제문화단지 내 롯데부여리조트에 자리하고 있다. 부소산성이나 궁남지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이고, 백제역사문화관과 사비성 바로 길 건너편에 자리해 이동하기 편리하다. 아쿠아가든은 유아 동반 가족 여행객들이 이용하기 딱 좋은 규모다. 지나치게 크거나 번잡스럽지 않아 아이들이 아늑하게 놀기 좋다. 영유아를 위한 물미끄럼틀과 물총, 물대포 같은 시설이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은 발 펌프질로 물총을 쏘고 물미끄럼틀도 타며 즐거워한다. 주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아이들이 물에서 놀다가 추울 때 들어가 쉴 수 있는 온수탕과 건식 체온유지실도 마련되어 있다. <당일코스> 궁남지(연꽃단지, 유모차 이동 가능한 흙길 산책로) → 점심식사 → 국립부여박물관 어린이박물관(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 롯데부여리조트 아쿠아가든(유아 전용 풀, 유아용 워터슬라이드, 푸드코트, 체온유지실) → 귀가 <1박2일 코스> 첫째날 : 궁남지 → 점심식사 → 국립부여박물관 어린이박물관 → 부소산성(아이들이 걷기에 무리가 없는 야트막한 산길) → 저녁식사 및 숙박 둘째 날 : 백제문화단지(백제 의복 체험, 3D 애니메이션, 뛰놀기 좋은 넓은 야외 공간) → 점심식사 → 롯데부여리조트 아쿠아가든 → 귀가 <2박3일 코스> 첫째날 : 충남 서천 선도리갯벌체험장(조개잡이 체험, 화장실, 손발 씻는 곳, 샤워장) → 점심식사 →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각종 생태 체험 공간, 유모차 이동 가능, 유모차 대여 가능, 수유실, 카페테리아, 야외놀이터) → 저녁식사 및 숙박 둘째날 : 백제문화단지 → 점심식사 → 롯데부여리조트 아쿠아가든 → 저녁식사 및 숙박 셋째날 : 궁남지 → 점심식사 → 국립부여박물관 어린이박물관 → 부소산성 → 귀가 ○ 문의 - 국립부여박물관 어린이박물관 041-833-8562 / http://buyeo.museum.go.kr/contents/childMain.do - 백제문화단지 041-635-7740 / www.bhm.or.kr - 궁남지 041-830-2511 - 부소산성 041-830-2330, 041-830-2527 - 롯데부여리조트 아쿠아가든 041-939-1135 / https://www.lotteresort.com/main/ko/theme-park/buyeo-aqua-garden ○ 관광지무장애정보 - 국립부여박물관 어린이박물관 * 유모차, 휠체어 무료 대여 * 유모차 이동 가능 * 수유실 있음(박물관 본관 건물) * 어린이화장실 있음 * 입장료 없음 - 백제문화단지 * 유모차, 휠체어 무료 대여 * 유모차 이동 가능(사비성 내 일부 구간에 턱 있음. 사비성 입구 모두 계단이나 동궁 쪽에 경사로 있음) * 수유실 없으나 요청 시 공간 대여(백제역사문화관) * 가족화장실 있음 * 사비성 내 매점과 주막 있음 * 백제문화단지 내 숙박시설(롯데부여리조트 포함) 이용 영수증 제시 시 입장료 50% 할인 * 미취학 아동 무료 입장 - 궁남지 * 유모차, 휠체어 이동 가능(비포장 흙길) * 화장실 없음(주차장 쪽과 궁남로 도로 끝 부분에 있는 화장실 이용) * 매점 없음(궁남로 도로 끝 부분에 작은 가게 있음) * 입장료 없음 - 부소산성 * 유모차, 휠체어 무료 대여(정문 주차장 내 충남종합관광안내소) * 유모차 이동 가능(사자루까지 가능. 단, 오르막길과 돌길 있음) * 산성 입구와 산성 안에 화장실 있음 * 산성 안에 매점 있음 * 미취학 아동 무료 입장(2015년 8월 31일까지 전체 무료 입장) - 롯데부여리조트 아쿠아가든 * 수유실 있음 * 유아 전용 풀, 체온유지실 있음 * 푸드코트에서 간단한 식사 가능 * 음식물 반입 금지(단, 물과 이유식, 음료수는 반입 가능) * 만 36개월 미만 무료 입장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남부터미널-부여, 토요일 기준 하루 41회 운행(06:30~21:00), 우등 2시간, 일반 3시간 25분 소요, 02-521-8550 www.busterminal.or.kr 동서울종합터미널-부여, 토요일 기준 하루 8회 운행(07:10~17:30), 2시간 40분 소요, 1688-5979 / www.ti21.co.kr ○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 천안분기점에서 광주, 전주, 세종 방면 우측 방향 → 천안논산고속도로 → 남공주IC → 백제문화로 따라 25km 이동 → 대향로로터리에서 좌측 방향 → 성왕로 부여IC 방면 1.4km 이동 → 미성삼거리에서 서동공원, 궁남지 방면 좌회전 후 1.2km 이동 → 궁남지 주차장 ○ 숙박 정보 - 롯데부여리조트 :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00 / 041-939-1000 / https://www.lotteresort.com/main/ko/theme-park/buyeo-aqua-garden * 패밀리 객실 있음, 취사 가능한 콘도형 객실 있음 * 키즈클럽 및 아쿠아가든 운영, 식당․카페․편의점․코인세탁실 있음 * 객실 내 빨래건조대 있음 - 백제관 : 충남 부여군 부여읍 왕중로 87 / 041-832-2722 * 부여한옥체험관, 간단한 조리 및 세탁 가능한 공간 있음 * 현대식 화장실과 샤워실(객실 외부에 있음) * 만 36개월 이하 추가 요금 없음 - 백제관광호텔 : 충남 부여군 부여읍 북포로 108 / 041-835-0870 * 한실 있음, 식당과 카페 있음 * 부소산성․국립부여박물관․궁남지에서 차로 5~7분 거리 ○ 식당 정보 - 연꽃이야기 : 연잎밥 / 충남 부여군 부여읍 성왕로 22 / 041-833-3336 * 좌식 테이블 있음,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야외 잔디밭 있음, 연밭 있음 * 아이들이 먹기 좋은 반찬 나옴, 연돈가스 메뉴 있음, 아기의자 있음 - 구드래돌쌈밥 : 쌈밥 / 충남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 31 / 041-836-9259 *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쌈채소와 갓 지은 돌솥밥 제공 * 아이와 함께라면 불고기돌쌈밥 추천 * 좌식 테이블, 부소산성과 인접 - 서동한우 : 건조숙성한우 / 충남 부여군 부여읍 성왕로 256 / 041-835-7585 / www.seodong.kr * 좌식 테이블 있음, 아이들이 먹기 좋은 반찬 나옴 * [먹거리 X파일]에 소개된 음식점, 고기를 구울 때 연기가 거의 나지 않음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