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원 여행은 화성을 한 바퀴 돌고 행궁을 둘러본 뒤, 통닭거리에서 저녁상을 비우면 으레 끝이 났다. 그러나 해가 진 뒤의 수원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행궁, 수원화성에 흐르는 국악 가락, 세계유산 품 안에 자리한 한옥 호텔까지. 수원에서 하룻밤을 온전히 머물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생겼다. 눈을 사로잡을 수원 야간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 추천 코스 ★ - 수원시미디어센터: 미디어아트 관람과 스튜디오 체험이 어우러진 국내 최초의 한옥 미디어체험관 - 화홍풍류: 용연 일대에서 밤에 열리는 낭만적인 국악공연 - 화성행궁: 정조가 화성 행차 시 머물기 위해 만든 임시 궁궐 - 남수헌: 세계유산 수원화성 품 안에서 온전한 휴식을 제공하는 한옥 숙소 겸 복합문화공간 수원시미디어센터는 미디어아트를 관람하고 방송 스튜디오를 체험하는 이색 공간이다. 한옥으로 지은 국내 최초의 미디어체험관으로, 화성행궁과 행리단길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자리한다. 한여름이라면 늦은 오후, 수원 여행의 첫 일정으로 잡기 좋다. 수원시미디어센터 곳곳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아트가 마련돼 있다. 방마다 수원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이야기를 빛으로 표현했다. 레이저아트, 실감미디어아트, 빛의 포토존 등 11개의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여,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데이트 코스가 된다.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면 거대한 LED 미디어월이 설치되어 있고, 정조가 사랑했던 그림 ‘책가도’를 영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2~3층으로 오르는 길에는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전시가 이어지는데, 정조대왕의 행차를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낸 설치 작품이 특히 눈길을 끈다. 단청의 빛이 사방의 거울에 끝없이 겹쳐지는 공간을 지나면, 신풍루 위로 불꽃이 쉬지 않고 터지는 방이 나타난다. 푹신한 빈백에 몸을 묻고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수원화성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방과 방을 잇는 한옥 중정 곳곳에도 빛을 표현한 설치 작품이 놓여 있다. 수원시미디어센터의 백미는 '수미C와 함께하는 스튜디오 체험'이다. 영상 스튜디오에는 크로마키 배경과 LED 월이 설치되어 있고, 옆 조정실에는 실제 방송국과 똑같은 조정 장비들이 늘어서 있다. 참가자는 각자 역할을 나눠 맡는다. 누군가는 앵커석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다른 누군가는 조정실에서 조절 레버를 조심스레 밀어 올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방송 현장의 긴장과 호흡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수원시네마테크에서 영화 한 편을 감상하거나, 로비의 미디어도서관에서 DVD와 책을 무료로 즐겨보는 것도 좋다. 여행 TIP '수미C와 함께하는 스튜디오 체험'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므로, 정확한 운영일과 시간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 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수원시미디어센터 - 주소: 경기도 수원특례시 팔달구 창룡대로 64 - 운영 시간 [화~토요일] 09:00~22:00 (전시 09:30~21:30 (입장 마감 21:00) [일요일] 09:00~18:00 (전시 09:30~17:30 (입장 마감 17:00) ※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창립기념일(2월 20일), 노동절(5월 1일) 휴무 - 문의: 031-215-3610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성곽길을 따라 북쪽으로 걷다 보면, 화성 동북쪽 모서리에 자리한 연못 용연이 나타난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용연 앞 잔디밭에는 작은 무대가 차려진다. 이 일대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 '화홍풍류'다. 수원에서 활동하는 지역 예술단체들이 매주 번갈아 가며 풍성한 무대를 채운다. 발길을 멈추고 앉는 곳 어디든 객석이 된다. 가족은 돗자리에 둘러앉고, 연인은 다정히 어깨를 기댄다. 대금과 가야금, 해금이 어우러진 국악 가락이 선선한 밤공기를 타고 아스라이 퍼진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선율은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빛을 밝힌 수원화성 성벽은 공연의 웅장한 배경이 되어준다. 국악이라고 해서 마냥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귀에 익은 대중가요를 국악기로 편곡한 연주가 중간중간 섞여 들려온다. 익숙한 후렴구에 이르면 객석 곳곳에서 나지막한 흥얼거림이 터져 나온다.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아이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그렇게 한 곡, 두 곡 흥이 쌓이며,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는 어느새 가까워진다. 공연의 여운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밤의 정취가 기다리고 있다. 수원화성의 수문인 화홍문 아래로 일곱 개의 아치가 환하게 빛을 뿜어낸다. 성곽길을 따라 오르면 수원화성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벽 바깥으로는 고층 빌딩이 솟아 있고, 안쪽으로는 소박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불을 밝힌다. 여행 TIP 돗자리, 등산용 방석을 챙겨가면 편안하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화홍풍류 - 주소: 경기도 수원특례시 장안구 연무동 (수원화성 용연 일원) - 운영 시간: 2026년 5월~10월 매주 금요일~토요일 20:00~21:00 ※ 공연 일정은 운영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 문의: 031-290-3544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회갑연을 열었던 화성행궁은, 해가 기울고 어둠이 내리면 낮과는 사뭇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행궁 야간개장은 매년 5월부터 시작해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금·토·일과 공휴일 밤이 찾아오면 은은한 불빛과 함께 행궁의 문이 열린다. 화성행궁 달빛화담 기간에는 특별공연과 달빛 성곽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어우러져 수원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달빛 성곽투어는 해설사를 따라 행궁에서 출발해 서장대까지 향한다.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던 행궁 뒷문을 지나 성곽길로 들어선다. 걷는 내내 곁들여지는 해설사의 설명은 발걸음마다 깊은 의미를 더한다. 어른과 아이가 한데 어울려 걷는 사이 해는 천천히 기울고, 노을빛에 물든 서장대 발아래로 정조가 꿈꾼 계획도시가 한눈에 펼쳐진다. 본격적인 야간 관람은 정문인 신풍루에서 시작된다. 신풍루를 지나면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렸던 봉수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옛날의 잔치를 떠올리듯, 황금빛 조명이 단청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정조가 좋아했던 공간 낙남헌에서는 건물 안에서 미디어아트가 흘러나와 정취를 더한다. 발걸음을 미로한정으로 옮긴다. 미로한정은 행궁 뒤편 언덕에 자리한 작은 정자다. 올라가는 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그 수고를 잊게 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행궁의 기와 물결이 펼쳐지고 은은한 불빛이 전각 사이를 흐른다. 그 너머로는 수원 시가지 야경이 아득하게 이어진다. 우화관 마당에 들어서면 또 다른 활기가 느껴진다. 바닥에 그려진 전통놀이 판 위에서, 부모는 어릴 적 뛰놀던 추억을 아이에게 건네며 함께 뛰어논다. '달빛화담', 말 그대로 달빛 아래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풍경이 머무는 곳이다. 여행 TIP 야간개장 기간에는 특별 공연과 달빛 성곽투어 등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니, 자세한 일정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화성행궁 - 주소: 경기도 수원특례시 팔달구 정조로 825 - 운영 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야간개장(2026년 5월 1일~2026년 11월 1일)] 금요일~일요일, 공휴일 18:00~21:30 (입장 마감 21:00) - 이용 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 및 군인 1,500원, 초등학생 1,000원 - 문의: 031-290-3613 화성행궁에서 야간 관람을 마친 뒤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통닭거리에서 치맥을 즐겨도 좋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근사한 한옥 숙소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수원시미디어센터 인근에 자리한 남수헌은 한옥 호텔과 갤러리, 라이브러리가 한데 묶인 복합문화공간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품 안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다. 객실은 작은 마당과 툇마루를 둔 독채로, 모두 열두 채다. 전통은 살리되 한옥의 불편함은 덜어냈다. 일부 객실에는 프라이빗 야외 스파가 딸려 있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단정한 기와담이 늘어서 있어, 작은 한옥 마을 안을 걷는 듯하다. 객실 안으로 들어서면 서까래를 살린 천장이 먼저 눈에 띈다. 격자 살창 사이로는 은은한 불빛이 부드럽게 번진다. 남수헌에는 서로 다른 두 수공간이 있다. 마당에 조성한 얕은 연못은 기와지붕과 하늘을 거울처럼 되비춘다. 세계유산 도시에 달빛이 내려앉으면 노천 스파를 즐겨도 좋다. 완주 아원고택에서 제작한 입욕제를 풀고, 전통차를 곁들이며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갤러리 카페 겸 호텔 라운지인 1층 ‘오스 수원(O's SUWON)’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통유리 너머로는 잔잔한 수공간이 펼쳐지고, 갤러리 작품에는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완주 아원고택을 지은 이들의 손길이 남수헌에도 닿은 만큼, 공간 곳곳에 특유의 정갈한 감각이 짙게 배어 있다. 안쪽 라이브러리는 음악과 책이 머무는 온전한 쉼의 공간이다. 어둠이 내린 뒤 하룻밤을 고스란히 머물러야만 비로소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는 수원의 얼굴이 있다. 해가 지면 서둘러 떠나야 하는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끝내 닿지 못할, 깊고 고요한 밤의 풍경이다. 여행 TIP 남수헌 객실 예약(7월 중 예약 페이지 오픈 예정)과 오스 수원 운영 일정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수헌 - 주소: 경기도 수원특례시 팔달구 남수동 11-561 - 문의: 070-8648-3614 | 글, 사진: 김덕식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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