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의 계절이 왔다. 차가운 바람을 뚫고 코 끝에 솟는 땀 닦아내며 먹는 매콤한 떡볶이 맛이란. 국민 간식에서 든든한 한끼 식사용으로 손색없는 무한한 떡볶이의 세계로 떠나보자. 학교 앞 추억의 분식집부터 시원한 국물맛이 끝내주는 떡볶이와 둘이 먹다 하나 기절해도 모를 매운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다. 첫사랑 그 아이는 떡볶이를 좋아했다. 그 아이가 보고 싶을 때면 학교 주변 떡볶이 가게를 돌아보곤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떡볶이를 집어먹는 그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어느 땐 문구점 옆 떡볶이 가게에서 또 어느 땐 학교 앞 사거리 포장마차나 즉석 떡볶이 가게에서, 어디에 있건 그 아이 곁에는 떡볶이가 있었다. 그 아이 얼굴 볼 생각에 한입 두입 맛보게 된 떡볶이는 그가 전학을 가 버리고 난 다음에도 한참동안 함께 했고 얼굴도 흐릿해진 아이 대신 곁을 지켰다.
우리들의 국민간식 ‘떡볶이’에 대한 순수한 애정은 어쩌면 어린 시절 ‘첫사랑’이나 ‘짝사랑’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 하교길 친구랑 사이좋게 나눠먹던 떡볶이, 순대나 튀김을 매콤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면 그게 또 별미였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면 몰래 달려 나가 맛보던 떡볶이와 튀김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런 향수들이 쌓이고 또 쌓였기 때문일까. 그 시절 ‘간식’이었던 떡볶이가 어느 순간부터 ‘한끼 식사’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찬바람 부는 계절이면 더 생각하는 떡볶이, 마음 같아선 떡볶이 지도라도 그리고 싶지만 생각보다 떡볶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점! 그래서 추려봤다. 수많은 떡볶이들 중에서 추려본 주인공은 학교 앞 마늘 떡볶이 <셀프하우스>, 해장에도 손색없는 <일방통행 떡볶이>, 이름처럼 엽기적으로 매운 <동대문 엽기떡볶이>까지. 기다려라 떡볶이! 영파여고 맞은편에 자리한 <셀프하우스>. 30년 넘게 알싸한 마늘 떡볶이를 만들어 여고 앞 동네 떡볶이 가게이자 떡볶이 좀 먹는다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분식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매콤한 마늘향이 코끝을 찌른다. 하교 시간과 가깝다면 교복입은 여고생들이, 그 외의 시간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늘을 듬뿍 넣어 ‘웰빙 떡볶이’로도 불리는 마늘 떡볶이는 강장효과와 항암기능을 가진 마늘과 국민 간식 떡볶이가 더해진 덕분인지 중장년층도 제법 많다. 깔끔한 동네 분식점같은 외모지만 경력으로 치자면 30년이 넘는 이곳은 영파여고 졸업생들에게는 ‘추억의 컵떡볶이’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이들이 있으니 아직 마늘 떡볶이를 맛보지 않았다면 이 겨울 얼큰 알싸한 마늘향을 맡아보는 것은 어떨까. 주문 후 계산을 먼저 하고 음식을 맛보는 시스템이니 초행이라면 알아두는 편이 좋겠다. 어묵을 시켜야 어묵 국물을 맛볼 수 있다. 떡볶이는 점도가 높은 넉넉한 국물에 안겨 나온다. 그냥 떡만 건져 맛보는 것보다 수저로 떡볶이 국물과 함께 떠서 먹으면 마늘 떡볶이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밀떡과 알싸하면서 매콤한 소스가 부드럽게 입안을 채운다. 밀떡 특유의 식감과 걸쭉한 소스의 부피감이 제법 근사한 맛을 만들어낸다. 마늘에 후추까지 더해져 제법 강한 향과 맛으로 무장했지만 목넘김은 나쁘지 않다. 평범한 여자 둘이라면 순대와 마늘떡볶이 2500원짜리면 충분하지만 떡볶이 마니아들은 1인 1판을 기본으로 찾는단다. 모든 메뉴는 포장이 가능하다. 일요일은 휴무.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 1번 출구 / 02-476-7063 / 10:00~21:30(일요일 휴무) / 마늘떡볶이 1500원, 2500원, 4000원/ 찹쌀순대 3000원 / 어묵 500원 떡볶이 마니아들에게 알음알음 입소문 나고 있는 <일방통행 떡볶이>. 강동CGV 뒤편의 일방통행길 끝에 자리하고 있는 동네 떡볶이 집이다. 이곳은 시원한 국물맛이 으뜸인 즉석 떡볶이로 유명해 낮 시간대에는 주변의 직장인들이 해장하러 찾기도 하는 조금은 특이한 곳. 떡볶이와 해장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사장님의 전직(?) 이야기를 들으면 해결된다. 떡볶이집을 하기 전 해물탕 음식점을 운영했던 것. 덕분에 떡볶이 육수를 낼 때 해물탕에 썼던 재료들을 더해 시원하고 칼칼한 떡볶이 국물이 태어났다.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즉석 떡볶이는 서너 종류다. 가장 일반적인 모듬 즉석 떡볶이는 라면과 쫄면, 어묵, 계란과 만두 등이 들어간다. 칼칼한 국물맛을 원한다면 통오징어를,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치즈, 화끈하게 매운맛을 원한다면 열혈 즉석 떡볶이를 택하면 된다. 여기에 수제튀김을 더해 맛본 후 즉석 떡볶이의 백미인 볶음밥까지 더하면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은 떡볶이도 ‘요리’임을 알려준다. 특히 통오징어가 들어간 즉석 떡볶이는 보기에도 제법 훌륭한 모습을 갖춰 눈으로 먹는 재미도 더한다. 근처 극장에서 영화 보러 온 이들과 동네 사람들이 간단하게 식사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탁자 서너개 정도 되는 아담한 떡볶이 가게에서 통유리 밖으로 쏟아지는 눈을 구경하며 먹는 떡볶이 맛이란, 국물이 끝내준다.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 3번 출구 / 070-8950-1019 / 11:00~21:30 (월요일 휴무) / 떡볶이 2500원, 순대 3000원, 수제손튀김 3000원, 모듬 즉석떡볶이(2인) 1만1000원, 통오징어 즉석떡볶이 1만3000원, 열혈 즉석떡볶이 1만1000원 진정으로 매운 맛을 원한다면 ‘엽떡’으로 불리는 <동대문 엽기 떡볶이>가 있다. 혀가 얼얼해지는 매운맛이지만 멈추지 못하고 자꾸 먹게 된다. 먹고 난 후에는 하루 정도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릴 각오를 해야 하지만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동대문 엽기 떡볶이>. 매운 것도 정도가 있다며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지만 한번 이곳에 발을 디뎠다면 언젠가 그 맛이 다시 생각날 것이다. 그만큼 중독성 강한 매운맛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라도 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강력한 맛이다. 계란찜과 주먹밥은 필수, 여기에 슬러시를 더해 끝없이 입안을 달래야 한다. 땀을 뻘뻘 흘리다 보면 어느새 고민거리는 사라지고 입안과 입술 통증만 남는다. 그래도 맛있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단,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수저로 국물을 떠먹는 것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떡볶이 가격치고 높은 편이지만 양이 많다. 면 사리를 하나 추가하면 3~4명이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세트메뉴를 선택하면 약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 02-2234-8592 / 24시간 / 엽기 떡볶이&엽기 오뎅 1만4000원 부터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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